미켈란젤로의 비밀(7)
구약의 선지자 스가랴와 교황 쥴리우스 2세
지금은 시스틴 채플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뒷문을 사용하도록 하여 뒷문으로 들어가 양쪽으로 난 복도를 이용하여 제단 쪽으로 나아가 천정을 올려보며 천정벽화들을 감상하게 되지만 원래 미켈란젤로가 천정벽화를 그릴 때에는 앞에 있는 나무로 된 육중한 정문을 열고 들어가 입구에 서면 비행기 조종석에 앉으면 밤하늘의 별들이 눈앞에 펼쳐지듯이 천정 벽화들이 한 눈에 들어오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교황의 문을 통해 들어가 제단 위에 마련된 교황의 자리에 앉으면 바로 위 천정에는 기독교의 상징인 예수의 초상과 그를 둘러싸고 12제자와 아마도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등 이 자리잡도록 교황은 미켈란젤로에게 주문하였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완성된 채플의 천정에는 구약성경의 이야기들과 선지자들로 채워져 있다. 기독교의 업적을 기리며 교황권의 확립을 축하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시스틴 채플의 천정벽화에 신약의 인물이나, 기독교 역사상의 인물은 하나도 없고 구약의 인물들과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지만 구약도 신약과 함께 기독교 경전이라고 생각하여 별 의문을 갖지 않고 지난 500 여 년을 지내왔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에 대한 깊은 연구와 유대교에 대한 넓은 소양을 갖춘 미술사가들이 등장하면서 의문이 제기되었다.
창조에서부터 대홍수를 거쳐 술 취한 노아의 추태까지 그린 가운데 부분의 그림들은 인류창조의 대역사를 그렸으니 그렇다고 하드라도 사방으로 돌아가면서 그려 넣은 구약의 인물들 가운데는 물론 이사야, 예레미아 같은 대 선지자들도 있지만 별 볼일 없는 인물들도 들어 있다. 특히 정문으로 들어 서서 올려다 보았을때 처음 보이는 자리에는 스가랴 같은 소 선지자의 초상이 아주 크게 그려져 있고 제단이 놓여 있는 맨 끝의 바로 위에는 요나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구약의 대선지자들을 옆자리로 몰면서 가운데 앞, 뒤에 이들을 배치한데에는 분명 어떤 사연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켈란젤로의 숨겨진 의도가 개입되었으리라는 전제아래 미켈란젤로의 비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스가랴 선지자의 비밀
잘 아는대로 스카랴 선지자는 구약성서의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선지자로 스가랴 서는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독교에서는 소 선지자로 구분하고 있으며 유대교의 경전에서도 여러 책들을 같이 묶은 잡서(?)들 가운데 하나로 들어 있다. 그러한 그를 책을 읽고 있는 화려한 복장의 고상한 모습으로 가운데 열의 교황의 좌석 바로 위 천정에 배치한 데에는 분명 어떤 의도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시스틴 채플의 비밀>을 저술한 저자들의 잠정적인 결론을 소개하면:
스가랴 선지자는 솔로몬이 지은 첫 번째 성전의 부패한 성직자들을 향해 경고하였다. “레바논아, 네 문을 열어라. 불이 네 백향목을 사를 것이다.”(스가랴 11장 1절) 이것은 만일 성직자들이 계속 부패하고, 신령하지 못한 행실들을 버리지 않는다면 성전의 문이 적들의 공격으로 부셔질 것이요 성전은 불타버리리라는 예언으로 교황 쥴리우스의 성당 문 위 천정에 이러한 경고를 발한 장본인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도 직접 만나고 교황청을 드나들면서 성직사회의 부패와 사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처지였으며 플로렌즈에서 ‘로렌조’가를 중심으로 받았던 휴매니즘의 영향은 쥴리우스에 대한 존경보다는 경고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쥴리우스 교황의 주문을 완전히 묵살해 버리고 교황의 분노를 격발시킬 수도 있는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거기에는 미켈란젤로 나름대로의 특별한 기법이 작용한 듯 하다. 미켈란젤로는 왜 스가랴 선지자를 그 자리에 그려 넣어야 하는지를 교황에게 설득하는 대신 스가랴 선지자의 얼굴을 쥴리우스 2세의 얼굴로 대치하였고 그가 입은 겉 옷의 진보라 색과 황금색은 교황 식스투스 4세와 조카 쥴리우스 2세의 가문인 della Rovere 가문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색깔로 예수의 이미지를 교황의 이미지로 대치해 놓은 것이다. 병적으로 자기과시적이었던 쥴리우스에게 이 영광스러운 새로운 성전의 입구에 자기의 모습을 그려 앞으로 뒤를 이을 모든 교황들에게 보여 주며 이 성전을 건축하는데 그의 가문이 베푼 공로를 기린다는 것은 도리어 바라던 일이지 문제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이러한 과감한 조치는 미켈란젤로에게 큰 일을 맡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괴팍한 예술가가 엉뚱한 짓을 하지 않으려나?” 하였던 쥴리우스의 의구심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그 결과 전적으로 기독교적인 천정 벽화를 만들려던 교황의 계획이 바뀌는데도 교황은 좋게만 봐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결코 교황 쥴리우스를 좋게만 보여줄 수 없었다. 스가랴의 그림에 보면 그의 뒤쪽에 어린아이 모습의 두 천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천사의 어깨너머로 얹저 놓은 주먹 쥔 손의 중지가 꼬부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오늘날 손가락을 펴고 손가락질 하는 것의 당시 표현으로 ‘외설스러운’ 뜻을 담고 있어 결국은 교황 율리우스의 등에 대고 욕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교황이 이 그림을 자세히 보았다면 큰 일 날 표현이었지만 완공 4개 월 만에 세상을 떠난 교황 쥴리우스는 미쳐 그것까지는 보지 못 했던 듯 하다. (다음호에 계속)
미켈란젤로의 비밀(7)-구약의 선지자 스가랴와 교황 쥴리우스 2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