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비밀(6)
김 상 신
교황 쥬리우스 2세와 미켈란젤로
교황 쥬리우스 2세는 교황 식스투스의 조카로 삼촌의 재임 시에 전권을 휘두르며 재산을 모으고 교황으로 취임한 후에는 종종 군대를 이끌고 군주들을 공격하여 교황의 수하에 끌어들여 교황권을 강화하는 한편 로마의 재건을 위하여 각종 사업들을 펴나갔는데 무엇보다도 로마제국시대의 예술품들을 발굴하여 자신의 궁전에 전시하는가 하면 미켈란젤로의 조각품을 본 후에는 로마에 자신의 묘역을 조성하기로 하고 미켈란젤로에게 설계와 조각을 맡기기도 하였다. 그는 젊은 미켈란젤로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나이 많은 절대 권력자인 교황과 젊지만 재능이 있고 자존심이 유별난 미켈란젤로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과 대립이 계속되었으면서도 끝까지 서로 놓지 못하고 시스틴 채플의 천정벽화가 완공될 때까지 계속된 것을 볼 수 있다.
1508년 5월 쥬리우스 교황의 구리동상 제작을 마치고 프로렌스에 가 있던 미켈란젤로는 4개월 만에 다시 교황의 부름을 받아 로마로 왔다. 그는 중단된 쥬리우스 교황의 묘역공사가 다시 시작되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왔지만 시스틴 채플의 천정벽화를 맡아 그리라는 것이었다.
쥬리우스가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틴 채플의 벽화를 맡기게 된 배경에 대한 음모론이 전해 지고 있다. 그것은 교황청 건축공사의 책임을 맡고 있는 브라만테(Bramante)가 교황의 총애를 받으며 쥴리우스 교황 묘역공사를 담당하고 있던 미켈란젤로를 같은 조각가의 입장에서 시기하여 성 베드로 성당 건축이 더 시급하다는 명분으로 묘역공사를 일단 중지하였으나 이번에 그림이 전공이 아닌 조각가 미켈란젤로에게 벽화를 맡겨 실패할 경우에 자연히 그를 쥴리우스에게서 떼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미켈란젤로가 원치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를 추천하였다는 것이다.
여하튼 미켈란젤로는 이미 교황과의 충돌도 경험하였고 받침대를 만들고 그곳에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도 잘 알고 있었으며 예술적으로는 좀 통하지만 전쟁을 즐기고 교만하고 탐욕스러운 교황에 대한 존경심보다 증오심이 더한 상태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자신은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라는 이유를 들어 당시 명성이 높던 라파엘을 추천하면서 교황에게 완곡히 거부의 뜻을 밝혔으나 교황이 진노하는 바람에 마지 못해 맡기로 하였다. 그것이 미켈란젤로가 33세 되는1508년 이었다.
미켈란젤로는 가장 정력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30대를 천정벽화를 그리는데 바치었다.그는 자신이 조각가이지 화가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플로렌스에서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던 화가들 셋을 보조로 데려다 작업을 하였지만 예술인 특유의 완벽주의와 자신의 방법에 대한 고집 때문에 그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4년여의 힘든 작업을 거의 혼자서 감당하였다. 높은 작업대 위에서 허리를 꾸부리고 때로는 누워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얼굴에는 물감들이 튀어 모자이크를 그려놓았으며 시력이 상하기도 하였다. 미켈란젤로는 후에 “나는 어느 누구보다도 뼈빠지는 작업을 하였으며 … 때로는 녹초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작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회상하였다.
그는 4년 동안의 노력 끝에 5,800 스퀘어 피트에 300여명의 인물을 그려 넣은 대작을 만들어 내었다. 1512년 10월 31일 이 작품이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세계를 빛내기에 충분한 빛을 가진 예술을 위한 등불이었다” 그리고 조각의 대가인 미켈란젤로는 그림에서도 대가임을 입증하였으며 미켈란젤로의 전기를 쓴 Condivi가 표현한대로 하나님의 은혜와 고약한 70세의 후견인 쥴리우스 2세의 덕분으로 “선망의 대상을 초월하는” 37세의 예술의 신(神) 미켈란젤로가 탄생하였다. 쥴리우스 2세는 4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으며 미켈란젤로는 25년 후에 다시 시스틴 채플로 돌아와 채플 전면에 ‘최후의 심판’ 벽화를 제작하였다.
시스틴 채플 천정벽화가 완공된 후 270여 년이 지나 이것을 처음 본 시성 괴테는 “시스틴 채플 벽화를 보기 전에는 한 인간이 과연 얼마만한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을는지 상상할 수가 없다.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이루어 낸 업적에 대하여 읽고 보았지만 여기에서 과연 한 인간이 이루어 낸 업적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보게 되었다”고 기술하였다.
교황과의 일화 한가지- 교황 쥴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의 천정벽화 제작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가끔 작업현장에 들려 직접 사다리를 타고 작업대 위에까지 올라가 작업상황을 지켜 보곤 하였다. 한번은 늘 하던 대로 미켈란젤로에게 언제쯤 작업이 끝나겠느냐? 고 물었고 미켈란젤로 역시 늘 하던 대로” 끝낼 수 있을 때 끝나겠지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황이 화를 내면서 “끝낼 수 있을 때, 끝낼 수 있을 때”를 반복하면서 지팡이로 미켈란젤로를 한대 때렸다. 이에 기분이 상한 미켈란젤로는 당장 집으로 달려가 집을 쌌다. 당황한 교황은 젊은 부하를 보내어 달래어서 겨우 일을 계속하게 하는 한편 교황에게는 사과하도록 양해가 되었는데 다음날 교황을 만났을 때 다시 두 사람간에 감정싸움이 격화되자 미켈란젤로는 당장 받침대를 치워버리고 계획보다 미리 천정벽화 작업을 끝마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켈란젤로는 “그래서 이 작품은 내가 원했든 것만큼 만족스럽게 되지 못했다. 교황의 조급증이 방해한 것이다”고 말하였다.
미켈란젤로의 비밀(6)-교황 쥴리우스 2세와 미켈란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