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비밀(5)
김 상 신
바티칸의 시스틴 채플
미켈란젤로가 천정벽화를 그린 시스틴 채플이 어떠한 곳인지를 아는 것이 천정벽화의 비밀을 아는데 도움이 될듯하여 간단히 짚어보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성곽 밖 경사진 언덕에는 2,800 여 년 전에 이미 당시 주민이었던 투르스칸 종족에 의하여 넓은 묘지가 조성되어 있었으며 죽은 자들을 지켜주는 여신을 ‘바티카(Vatika)라고 불렀는데 그 여신을 위한 신전이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포도원이 조성되었을 때는 이곳에서 나는 포도주를 ‘바티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로마의 네루 황제 때에는 이곳에 커다란 경기장을 건설하였으며 기독교 전승에 의하면 베드로 사도가 이곳에서 처형되었다고 한다. 그 후 콘스탄틴 황제에 의하여 기독교가 국교가 된 후 한 세기쯤 지나서 부터는 교황들이 이곳에 교황의 궁전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로 바티칸은 망자들을 보호하는 여신이나 포도주의 이름과는 관계 없이 세계인구의 5분의 1이나 되는 카톨릭 교도들의 영적생활을 관리하는 교황청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시스틴 채플이 들어선 자리에는 이미 중세기부터 la Cappella Palatine 이라고 불리는 채플이 있었는데 13세기 한때 프랑스 황제의 위협으로 교황이 프랑스로 옮겨지는 등 교황의 권위가 위협을 받고 한때는 로마와 프랑스에 두 교황이 존재하는 등 혼란기를 거쳐 1467년 로마의 추기경 식스투스가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교황권이 강화되었다. 그는 내외적인 어려움 가운데서도 로마의 찬란한 위엄을 재건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로마의 다리와 교회와 도로를 다시 짓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Capitoline 박물관을 지었을 뿐 아니라 로마가 캐톨릭 교회의 수도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Palatine 채플을 다시 짓기로 하고 작업을 시작한 것이 미켈란젤로가 태어난 1475년이었다.
교황 식스투스 IV세는 캐톨릭 교회가 이전의 유일신 종교의 전통 특히 유대교의 전통과 기능을 전수하고 대치한 상속자로서 그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하여 Palatine Chaple 보다는 더 크고 웅장한 교회를 짓기를 원했고 그런 점에서 솔로몬이 지었다는 예루살렘의 옛 성전을 본 따지만 캐톨릭 교회의 상징적인 채플로 짓기를 원했다. 그래서 프로렌스의 젊은 건축가 Bartolomeo Pontelliedprp에게 건축을 맡겼다.
유대교 전통에 의하면 교단의 정통성과 분열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솔로몬 왕에 의하여 세워진 예루살렘 성전은 세계 어느 곳에도 똑 같은 모양의 성전을 세울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교황 식스투스에 의하여 건축된 시스틴 채플은 구약성서 열왕기 하에 나오는 사무엘이 지시한 규격을 그대로 따라 지었다. 그것은 유대인들에게는 예루살렘 이외에 그러한 성전을 짓지 말라고 한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반역으로 보여졌다. .(솔로몬 왕이 건축한 첫 번째 성전은 BC 930년경에 세워졌으며 길이가 134.28피트요 넓이가 67.91피트였다.)
여하튼 당시 시스틴 채플은 새로운 예루살렘인 기독교의 수도 로마에 세워진 새로운 성전으로 새로운 질서를 상징하며 옛 유대인의 성전을 대치하는 것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그 안의 벽화나 천정벽화등은 캐톨릭 교회의 가장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전해져 왔다. 그런데 후대의 전문가들의 눈에는 캐톨릭의 상징보다는 유대교의 상징들로 채워진 유대교 회당이요 메켈란젤로의 천정벽화까지도 캐톨릭의 사상보다는 유대교의 교리에 충실하였다는 것이다.
교황 식스투스의 아이디어인지 설계를 맡은 폰탤리의 구상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외양과 규모는 구약 열왕기 서에 나오는 규격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본래의 천정벽화는 야곱이 집을 떠나 도망 길에 나섰을 때 하늘을 지붕 삼아 잠들었던 것을 상징하는 밤하늘의 황금빛 별들로 채워져 있었고 바닥에는 다윗의 별이라는 6각형 모자이크와 삼각형 모자이크로 깔려 있는데 이것들은 유대교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상징들이다.
그러나 처음 채플을 건축하였을 때 중점을 두었든 것은 천정이나 바닥이 아니라 양쪽 벽에 그려진 벽화였다. 한쪽에는 모세의 생애가, 다른 쪽에는 예수의 생애가 그려져 있으며 앞면의 벽에는 천당을 배경으로 한 성모마리아가, 다른 편에는 역대 30여명의 교황들의 초상들이 그려져 있다. 이 방대한 작업을 위해 투입된 사람들이 후에 미켈란젤로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준 프로렌즈의 로렌조(Lorenzo de’ Medici)가 보낸 예술가들이었다.
로렌조는 식스투스 교황 때문에 형을 잃었으며 교황의 입장에서는 플로렌스의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반감 때문에 별로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공식적으로는 화해의 제스츄어로 로렌스가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당대 가장 우수한 예술가들을 투입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스틴 채플의 비밀을 발견한 후대의 학자들은 교황의 계획에 한방 먹이기 위한 의도로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시스틴 채플은 1483년 8월 15일에 봉헌되었다. 교황 식스투스는 다음해 세상을 떠났고 예술가들의 숨은 의도는 외형적인 웅장함에 갇혀서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은 채 수세기를 기다려야 했다.
교황 식스투스의 조카 쥴리우스 II세가 교황이 된 것은 1503년이었다. 쥴리우스는 삼촌 식스투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중단되었던 로마를 새로운 기독교의 수도로 만드는 작업을 촉진하기로 하고 Bramante를 교황청 공식 건축사로 임명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시스틴 채플을 수리하는 일이었다. 옛 묘지터에 서둘러 큰 건물을 지음으로 지붕에는 균열이 생기고 붕괴될 상태에 있었다. 건물을 수리하여 그런대로 정상을 회복하였으나 천장에는 갈라진 틈을 땜질한 자국이 흉터로 남아있었다. 교황 율리우스 II세는 천장벽화를 다시 그리도록 하고 그 적임자로 미켈란젤로를 지명하였다. 교황 쥴리우스는 이미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또한 남다른 예술적인 안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카고 교외 Skokie에 거주하는 김상신님은 은퇴한후 '늘푸른나무'를 만드는 한편 서양사와 교회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크리스쳔의 역사해석','역사와 희망'등의 역서가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비밀(5)-바티칸의시스틴 채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