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비밀(20)

김 상 신

시스틴 채플의 정면 벽화, 최후의 심판(4)

미켈란젤로의 얼굴이 분명한, 사람의 껍대기를 들고 있는 성 바돌로매의 바로 아래 한가운데에는 구름 위에 올라 탄 천사들이 나팔을 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신약성서의 유일한 예언서인 요한계시록(8장, 9장, 11장)에 의하면 ‘입술에 나팔을 댄 자들이 세상 네 끝에서 죽은자들을 심판자리에 불러모으니’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그것을 그린 것으로 그에 따라 천사들의 오른쪽(앞에서 보면 왼쪽)에는 죽음에서 깨어나 천국으로 불러 올리는 자들이, 왼쪽(앞에서 보면 오른쪽)에는 악마들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 내리 우는 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사들의 왼쪽(앞에서 보면 오른쪽)에 보면 초록색 주머니 위에 올라앉아 한 눈을 가리고 있는 사람을 악마 둘이 끌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록색 주머니는 돈 주머니로 탐욕의 죄를 상징하며 늦게야 욕심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깨닫고 후회하는 모습을 하고 있으나 악마들은 사정 없이 지옥으로 끌고 간다. 좀 더 왼쪽으로 가면 꺼꾸로 서있는 전라(全裸)의 인물을 밑에서는 악마가 끌어 내리고 위에서는 금발에 금빛 옷을 입은 천사가 쳐서 내려뜨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좀 더 자세히 보면 황금색 주머니를 붉은 띠로 묶어 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황금주머니 옆으로 커다란 열쇠 두 개가 달려있다. 바티칸과 교황을 상징하는 두 열쇠를 거머쥐고 성직을 팔아 돈을 모은 사람의 심판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분노한 천사가 주먹을 휘둘러 지옥으로 밀어버리는 모습이다. 미켈란젤로의 분노가 나타나 있다.

좀 더 윈 쪽으로 가서 끝부분에는 근육질 남자를 근육질 사탄이 그의 성기(고환)을 잡고 끌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고환을 당기는 것으로 간음 죄를 범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으며 고통을 참으려고 주먹을 입에 집어넣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미켈란젤로가 가장 싫어하였던 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랫부분에 지옥의 모습이 보인다. 동굴과 같이 캄캄하면서도 지옥 불이 활활 타오르는 곳, 조그만 동굴에서 나체로 지옥의 붉은 불을 보면서 추악하게 생긴 사탄들의 구박을 받는 곳, 여기에 지옥으로 가는 영혼들을 실어 나르는 샤론의 보트에서 사탄은 노를 들어 빨리 지옥으로 내리라고 밀어 부친다. 여기에서 미켈란젤로는 “뻔쩍이는 칠을 한 악마 샤론(Charon)이 눈짓과 노를 휘두르면서 굼뜬 죄인들을 모아 지옥으로 보낸다”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편의 묘사를 그림으로 차용하였다.

지옥의 맨 아래 끝부분에는 구렁이들이 칭칭 감고 있는 전라(全裸)의 인물이 서 있다. 희랍신화에나오는 Minos 왕으로 황금을 좋아하고 사람을 무시하여 틀림없이 지옥에 갔으리라고 생각되는 인물이다. 출입문 바로 위에 있는 이 그림은 제일 마지막에 그려진 인물로 미켈란젤로가 모델로 사용한 인물 때문에 요즈음에 와서는 너무나 잘 알려졌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을 그리던 때 종종 작업장에 나타나 작업을 지켜보고 교황의 지시를 전하며 교황에게 작업상황을 보고하는 비아지오 다 세스나(Biagio da Cesena)라는 이름의 교황 의전관(cerimoniere)이 있었다. 의전관 이란 비서실장과 같이 교황의 일정을 관장하며 대소사를 챙기는 직책으로 바티칸의 No. 2 맨이었다. 거만하면서도 꼼꼼한 그는 미켈란젤로에게도 꽤 깐깐하게 군 모양이었다. 벽화가 완성도 되기 전에 이교도들의 외설과 이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하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미켈란젤로에게 스스럼 없이 욕도 퍼붓곤 하였다. 벽화가 드디어 처음 공개된 날 대부분의 관중들은 벽화의 웅장함에 압도되어 감탄사를 연발하느라고 미처 몰랐지만 바티칸 안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미노스 왕의 모델이 누구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보고 웃음을 참느라고 애들을 썼다. 그것은 비아기오 다 세스나였던 것이다.

후에 비아기오가 교황 바울 3세를 찾아서 무릎을 조아리고 미노스 왕의 얼굴을 바꾸어 달라고 청원하였는데 교황도 비아기오의 거만하고 잘난 체 하는 모양이 눈에 거슬렸던지 “나는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권세는 위임 받았지만 지옥을 다스리는 권세는 없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미켈란젤로에게 가서 부탁해 보라”고 대답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자존심 때문에 비아기오가 미켈란젤로에게 부탁을 안 했는지, 미켈란젤로가 비아기오의 청을 거절했는지 그는 지금도 그 모습으로 지옥을 지키고 있다.

끝내면서

자신이 문외한이라는 사실을 깜빡하고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여 시리즈를 시작한지 1년 9개월 만에 <미켈란젤로의 비밀>을 마친다. ‘아는 만큼 보인다’니 시스틴 채플의 천정벽화와 최후의 심판 벽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시작할 때 밝힌 대로 main text를 충실하게 요약 소개하면 되겠지 하고 시작하였지만 워낙 문외한이라서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시스틴 채플의 벽화에는 ‘아!’하고 하나의 감탄사로만 끝내 버릴 수 없는 미켈란젤로의 깊은 뜻과 생각들이 그의 천재적인 예술가적 솜씨와 함께 여기 저기에 숨겨져 있으며 그것들을 찾아 볼 수 있는 눈이 열린 만큼 감격도 더 할 것이라 확신하면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해 본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을 연재하였고 <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을 연재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