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창조하시는 하나님
김 상 신
인간의 창조와 타락 그리고 하나님과의 화해, 구원의 미래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는 그림들이라고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는 이 그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의문점들과 비밀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가운데 그려져 있는 9개의 그림들을 셋으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는 우주를 창조하시는 하나님, 둘째는 하나님과 인간. 셋째는 노아와 홍수로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이들은 유대교의 경전인 토라와 가톨릭 교회의 경전인 창세기에 나오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각기 같은 소재에서 나왔지만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림으로 표현되는 데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창세기의 장면들을 그렸구나 하고 넘어가는 것과 왜 저런 표현을 하였을까? 하고 다시 보는 것과는 그의 작품이해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 처음 생기는 의문은 왜 노아와 관계된 장면이 셋이나 되며 마지막 노아가 술에 취하여 벌거벗은 모습은 별로 좋지도 않은 모습인데 구태여 그곳에 그려 넣은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곳에 그려진 창세기의 그림들은 토라라고 하는 유대경전과 창세기라고 하는 가톨릭 교회의 구약성서에 들어 있는 부분으로 가톨릭 교회에서는 모세 5경을 각각 한 책으로 나누고 읽기 편하도록 장과 절로 나누었는데 반해 유대교에서는 토라를 1년에 다 읽을 수 있도록 구분하여 나누었고 그 나눈 부분의 첫 장에는 하나님의 창조의 이야기가, 2장의 마지막에는 노아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서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낸 이후 노아까지 많은 인물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노아와 관련된 그림이 셋이나 된다는 데에 무언가 아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 점에서 <미켈란젤로의 시스틴채플 천정벽화의 비밀>의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켈란젤로의 의중에는 유대교의 영향이 짖게 깔리어 있었다는 것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이제 첫 번째 그림(왼쪽의 그림), 어둠과 빛을 가르는 하나님의 모습을 들여다 보자. 회오리 바람이 돌 듯이 온 몸을 돌리며 두 손으로 빛과 어두움을 가르는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우주를 창조셨다는데 강조점을 두는 것이 기독교의 창조 개념이라면 하나님이 가르고 구별함으로 우주를 창조했다는 것이 유대교의 창조개념이다. 어둠과 빛을 가르고, 물과 육지를 가르고, 그러한 하나님의 방식을 따라서 안식일과 평일을 구별하고 정한 음식(kosher)과 부정한 음식을 구별하며 온전한 제물과 그렇지 못한 제물을 구별하며 선한 행실과 악한 행실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것이 유대인들의 전통이다. 그의 스승을 통해 유대의 창조개념을 잘 알고 있던 미켈란젤로였기에 가능했던 하나님 상이었으며 또 하나 이 패널에는 하나님만이 그려져 있고 천사와 같은 천상의 존재는 전혀 그려져 있지 않은데(네 모퉁이에 그려진 인물들은 지상의 여제나 선지자 들이며 두 번째 패널부터는 하나님 주위에 어린아이 모습의 천사들이 그려져 있다.) 그것은 하나님은 한 분 이시라는 유대전통과 미켈란젤로의 신앙을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계속되는 하나님 상에서 우리들은 미켈란젤로가 희랍이나 성서의 남성들을 조각할 때 보여주었던 그 원기 왕성한 근육질의 남성상을 하나님께도 그대로 적용하여 매우 건장한 모습의 남성상의 하나님을 그린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패널에서는 ‘해와 강과 별’을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오른쪽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건장한 남성 모습의 하나님이 첫 번째 그림과는 달리 어린 아이 모습의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왼 손으로는 달을, 오른 손으로는 해를 가리키면서 낯과 밤을 가르고 있다.
문제는 왼쪽에 보이는 또 하나의 하나님 모습이다. 의상의 색갈이나 머리 색깔 등을 보아 오른쪽의 하나님과 같은 모습인데 얼굴을 반대방향으로 하여 들어내 놓지 않은데다 신성한 성전에 그려지는 벽화로나, 하나님의 모습에 대한 묘사로나 도저히 허용될 수도 없고 이해되지도 않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그림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설명은 찾아볼 수 없고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왼쪽의 그림은 하나님이 온 몸을 움직여 해와 달을 만드시는 모습이고 오른쪽의 그림이 그리고 나서 낯과 밤을 가르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왼쪽 그림에서 하의가 벗겨져 있는 모습은 온몸을 흔들며 해와 달을 만드는데 몰두한 하나님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시스틴 천정벽화를 그리면서도 계속 교황 쥴리우스 2세에게 불만이 많았던 미켈란젤로가 아래에서 거룩한 성례를 집행하는 교황을 향해 위에 있는 하나님이 놀려대는 장난기 섞인 모습을 그려 넣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키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쥴리우스에 대한 복수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 번째 패널에는 물과 하늘을 가르는 장면(왼쪽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배경에 대한 특별한 묘사가 없어 마른 땅과 물을 가른 것이냐 아니면 하늘과 땅과 물을 가른 것이냐? 하는 논란들이 있지만 하늘로 떠올라서 두 손을 들고 아래를 보는 신의 모습은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의문은 남는다. 왜 하나님과 천사들이 커다란 자루 같은 것 속에 들어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믿거나 말거나 아주 재미있는 설명이 있다. 미켈란젤로는 그 높은 받침대 위에 올라가 하루 종일 일하면서 소변을 제때 보지 못하여 신장(Kidney)문제로 많은 고생을 하였다고 한다. 그로 인해 Galen이라는 의사를 만나 몸 안에서 소변과 깨끗한 물을 걸러내는 신장의 기능을 알게 되었고 당시에는 금기 시 되어 있던 인체 구조에 대해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물과 땅을 가르는 하나님의 모습을 신장주머니 속에 넣음으로 Galen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는 설명이다. 주머니를 자세히 보면 인간 신장의 특징들이 보인다고 하는데 생리학에는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보이는 것이 전혀 없었다.
(시카고 교외 Skokie에 거주하는 김상신님은 은퇴한후 '늘푸른나무'를 만드는 한편 서양사와 교회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크리스쳔의 역사해석','역사와 희망'등의 역서가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비밀(10)-우주를 창조하시는 하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