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미켈란젤로의 비밀/2009년 9월 15일>

선지자 요나 그림의 비밀

정문으로 들어가 고개를 들었을 때 가운데 열의 첫 번째 그림(옆의 사진에서는 맨 위의 가운데 그림)이 선지자 스가랴의 모습이고 계속하여 유명한 창세기의 천지창조의 이야기와 노아홍수의 이야기를 그린 9폭의 그림이 펼쳐지며 끝에 가서 스가랴 선지자와 같은 구도의 요나 선지의 모습(맨 아래 가운데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옆에 그려진 다른 선지자들과 달리 가운데 열의 앞과 뒷자리, 가장 중요한 자리를 스가랴와 요나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아는 대로 요나는 스가랴와 마찬가지로 구약의 소 선지자 가운데 하나이며 요나서는 4장에 불과한 가장 짧은 예언서로 내용 역시 니느웨에 가서 나의 뜻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다시스로 도망가려고 하다가 큰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다가 살아 나와 니느웨에 가서 멸망 할 것을 예언하였으나 니느웨 백성들이 금식하며 회개하자 하나님께서 뉘우치는 그들을 보시고 재앙을 내리지 않았으며 그렇게 되자 요나 선지가 하나님께 불평하는 것으로 동화의 소재로 널리 애용될 뿐 기독교나 유대교에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별 볼일 없는 예언자이다.

이러한 요나가 어떻게 제단의 바로 위에 있는 천정 한 가운데 자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히 생긴다.

천정 벽화의 '요나'는 4년여의 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그려진 작품이라고 한다. 예술적으로도 원숙한 경지에 이른 작품이지만 정서적으로도 가장 감정이 고조되어 있을 때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원치 않는 작업이었지만 교황의 지시로 할 수 없이 인격적, 신체적, 예술적인 고통을 참아가며 30대 전성기의 온 정력을 쏘다 부었던 작업이 이제 끝나갈 즈음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제단 바로 위의 중요한 자리에 그 많은 구약의 위대한 선지자들을 제치고 요나를 그려 넣은데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까?

여기에서 다시 <시스틴 채플 천정벽화의 비밀>의 저자들의 설명을 소개하면

미켈란젤로는 죽어도 하기 싫었던 사명을 하나님의 뜻 때문에 내키지 않으면서도 할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요나에게서 자신의 자화상을 발견하고 요나야 말로 시스틴 채플의 벽화를 통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웅변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았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도 요나와 같이 도망쳐 보려고 시도도 해보았지만 피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작업을 떠맡았던 것이다. 그는 교회와 그 지도자들의 부패에 무척 속이 상해 있었다. 그는 탐욕과 사치와 금전이 교황의 정책을 좌우하는 것을 참아 볼 수가 없었으며 가톨릭 교회에 심각한 회개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마틴 루터와 같은 종교개혁운동을 주도하던 사람들도 결국 교회 안에서의 개혁을 포기하고 새로운 형태의 교회(개신교)를 세운 것에서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실제적으로 그렇게 죄악 속에 깊이 빠져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변화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성경은 거대하고 사악한 도시 니느웨에서 멸망 직전에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시스틴 천정벽화를 통해 나름대로 자신의 멧세지를 전하여야겠다며 전체 구도부터 교황의 첫 번째 의도와는 달리 고치고 여기 저기에 교회를 경고하고 비판하는 삽화들을 집어넣은 미켈란젤로는 정문 입구에서는 교회와 성직자들이 회개하지 않으면 적들이 처들어와 문을 부스리라는 경고로 시작하였지만 요나의 경고를 듣고 회개하고 돌아 선 니느웨의 모든 백성들처럼 가톨릭 교회와 성직자들이 자신의 설교에 귀 기울여 회개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요나 선지자로 하여금 자신의 설교를 마감하려고 하였든 것이 아닌가 생각 하고 있다.

요나의 그림에는 이러한 미켈란젤로의 의도와 함께 비밀들이 숨겨 있다. 울퉁불퉁한 남성미를 자랑하는 반나체의 요나는 맨발로 하체를 거의 다 들어내 놓고 있으며 이상한 모양으로 비틀어진 두 팔은 두 손과 손가락들로 어떤 형태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요나의 왼쪽 어깨 옆으로는 두 작은 천사가 그려져 있는데 구약의 본문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요나와는 아무 관계 없는 천사들이다. 윗 쪽의 천사는 왼손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래쪽의 천사는 벗은 다리부분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여기에서 두 다리는 히브리어로 다섯을 의미하는 히 모양(왼쪽 그림 아랫부분 두 발이 만드는 ㅣ와 ㄱ의 합성어)을 만들며 두 손은 히브리어 문자 베트 모양(그림 왼쪽 가운데 ㄷ을 꺼꾸로 놓은듯한 문자)을 만들고 있다.

히브리인들에게 다섯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숫자로 모세 5경을 의미한다. 그리고 히브리 문자 베트는 유대인들이 토라라고 부르는 경전의 첫 번째 문자로서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여호와의 집’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신프라톤 주의와 유대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아 모든 종교들을 동등한 것으로생각하던 미켈란제로는 당시 다른 종교전통을 무시하는 기독교에 대하여 기독교의 모체가 되었던 유대의 종교적 전통에 주의를 기우리고 모세 5경의 가르침을 경청하라는 의미의 경고와 함께 예루살렘 성전을 복원한 로마의 ‘여호와의 집’을 아름답게 단장하는 작업을 하였다는 뿌듯함을 같이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언급할 것은 위를 처다 보는 요나의 얼굴이다. 밑에 앉아 있는 교황과는 반대방향으로 위를 쳐다보는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원래 '요나'라고 하는 히브리어는 “하나님이 대답해 주실 것이다”는 뜻과 “비들기”라는 두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부패한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보다 높은 곳에 계신 분을 바라본다는 의미와 그가 나의 소원에 대답해 주시리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그와 함께 비들기는 기독교에서 성령을 상징하며 비들기가 내려오는 것은 성령의 임재를 의미하는데 요나가 밑을 보지 않고 위를 보게함으로 쥴리우스 교황이 앉아 있는 아래에는 성령이 임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어 쥴리우스 2세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혐오감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