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비밀(17)
김 상 신
시스틴 채플의 정면 벽화, 최후의 심판(1)
시스틴 채플의 천정벽화를 마친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좋아하던 조각에 전념하게 된다. 그가 도제시절에 많은 덕을 본 Medici 家의 무덤을 설계, 건축하면서 그곳에 필요한 조각품들을 제작하였으며 Medici 채플과 Laurentian 도서관의 실내와 계단들을 디자인 하면서 건축가로서의 재능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다윗과 아폴로 상(像)들도 이때 만들어졌다.
당시 교황 Clement VII는 교황 쥬리우스에 못지 않는 기념물(시스틴 채플의 천정벽화를 의미함)을 로마의 교황청에 남기기를 원했고 그것을 당대의 최고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채우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시스틴 채플의 제단이 있는 정면 벽을 미켈란젤로의 그림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이미 그 자리에는 천장과 맞닿은 부분 오른쪽에는 미켈란젤로가 22년 전 천정벽화를 그릴 때 그린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리고 유다의 그림이, 왼쪽에는 베레즈와 해즈론과 람의 그림이 있었으며 그 밑에는 다른 화가에 의한 몇몇 전임 교황들의 그림이 있고 그 아래에는 성 모 마리아와 그 밑에 무릎을 꿇은 교황 Sixtus IV(이 교황을 기념하기 위해 시스틴 채플이 건축되었다.)의 그림들이 벽화로 그려져 있었다.
메디치 가문 출신으로 프로렌즈의 분위기를 잘 아는 교황 크레멘트 7세는 미켈란젤로가 기독교의 본산인 바티칸의 성당에 또다시 유대인들로 가득 차 있는 그림을 그리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최후심판을 주제로 하도록 지시하였다.
기독교 전통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마지막 날에 선과 악, 의인과 악인 들을 행위에 따라 심판하실 것이며 의인은 천국으로 올리우고, 죄인은 영원한 심판의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의 지시에 토를 달지 않고 승낙하였다. 그가 교회당국자들과 논쟁하기에 지쳐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최후심판>이라는 주제가 그의 마음에 들어 맞았든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 왜냐하면 천정벽화를 그릴 때에 하나님은 언젠가는 심판하실 것이며 악한 행실은 결국은 벌을 받을 것임을 은연중에 강조하였던 점을 보아 그가 제안을 받았을 때 행복 이상의 사명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7년 동안 정성을 다하여 그림을 그린 데에서도 알 수가 있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을 맡으면서 내건 조건은 단 한가지, 그림의 연속성을 살리기 위해서 그 당시 벽 뒤쪽에 있던 창문들을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 조건은 이의 없이 받아져 뒷 창문들은 막고 그전의 벽화들은 다 지우고 전면 벽 전체를 새로이 만들어 하나의 주제로 채우는 7년여의 대 역사가 1536년에 시작되었는데 그가 61세 되는 해였다.
그 동안에 미켈란젤로와 계약까지 마쳤던 교황 크레멘트 7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후임 바울 3세(Paul III>가 취임하였으나 <최후의 심판> 계획은 그대로 계속하게 되었고 새로 취임한 바오로 3세 역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서 갑작스러운 교황의 교체는 미켈란젤로에게는 다행스러웠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프로렌스의 메디치 가 출신으로 미켈란젤로의 친 유대적인 경향에 회의적인 눈을 가지고 감시하려 하였던 교황 크레멘트가 사라진 마당에 미켈란젤로는 자유스럽게 자신의 속내를 그려 넣을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천정벽화> 못지 않게 <정면 벽화>에도 비밀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제단 위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은 천정벽화와는 달리 벽 전체가 frame이 없이 하나의 전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앞문으로 들어가 마주 섰을 때 마치 그림이 하늘 위로 뻗어 올라간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중앙에 심판주로 오신 예수를 중심으로 2153 스퀘어 피트(299스퀘어 미터)의 넓은 화폭에 값비싼 재료로 푸르게 칠한 하늘을 배경으로 400여명의 인물이 몇 그룹으로 나누어 그려져 있는데 마치 하늘과 닿아 있는듯한 느낌을 갖게 하여준다.
미켈란젤로는 다른 사람들은 은퇴할 60이 넘은 나이에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이 그림을 그렸고 한번은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얼마 동안 작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렇게 7년여를 작업하는 동안 조수 한, 두 명을 고용했을 뿐 모든 그림들을 자신이 직접 그리는 열정을 보였다.
그가 이 작품을 완성하였을 때 한 작가가 그린 벽화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이며 또한 많은 유명한 화가들이 시도하였던 <최후의 심판> 그림으로서도 가장 큰 것으로 특히 전통적인 <최후의 심판>의 틀을 깨는 신비적이고 상징적인 묘사를 대담하게 시도하였다. 대가로서의 명예와 부로 인한 원숙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반골적인 이단아(異端兒)로서의 기질이 여전히 살아 있었던 듯 전통적인 묘사를 탈피한 그의 독특함이 보인다.
이제 하나하나 그림들을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계속)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을 연재하였고 <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을 연재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비밀(17)-시스틴 채플의 정면벽화, 최후의 심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