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역사의 미스테리/2014년 2월>

<역사의 미스테리> 두 번째 이야기

2.과연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는 존재하였나?

고도의 문명을 가진 아틀란티스의 수도는 잘 조화된 설계에 의해 관개와 수로, 토지계획등이 잘 정비되어 사람들이 살기에 아주 편리한 파라다이스일 것으로 상상하여 그린 그림으로 전해오고 있다.

서양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서쪽의 큰 바다(대서양)에는 고도의 문명을 가진 대륙이 있었으며 주민들의 도덕적 타락으로 신의 저주를 받아 화산이 폭발하여 대양 밑으로 가라 앉아 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잃어버린 대륙’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고 그 소재지를 찾으려는 탐험이 심심치 않게 진행되었으며 오늘날에 와서는 최신장비까지 동원하여 현장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하는 호사가들에 의해 여러가지 이야기들(說)이 돌고 있습니다. 아틀란티스로 알려진 이 대륙의 소재지 못지 않게 아틀란티스 주민들과 그들의 문명에 관한 추측 역시 난무하여 소위 사이비 역사가들에 의해 한때 지구를 점령하여 통치하였던 외계인들이란 주장까지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설(說)에 그칠뿐 아직은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한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역사의 미스테리 두번째 이야기로 뽑아 보았습니다.

'아틀란티스'를 처음 기술한 플라톤

 

이 이야기의 발단은 오늘날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의 하나로 꼽히는 그리스의 플라톤입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대략 기원전 429에 태어나 347년 까지 아데네에 살면서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쳤던 플라톤은 이상적인 정치의 본질과 삶의 방식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집대성하려는 의도로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와 당대의 티마이우스, 크리티아스 등과 같은 저명한 철학자들과의 대화형식의 저술을 집필하였습니다. 그것이 플라톤의 유명한 <대화록>입니다.

이 책의 티마우에스 편에서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크리티아스가 소크라테스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아틀란티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이 아틀란티스에 관한 첫번째 기록입니다.

여기에서 플라톤은 이미 그리스인들이 잊어버린지 오래 된 아데네와 ‘허큐레스의 두 기둥(지중해와 대서양의 관문이 되는 스페인의 지브랄탈과 아프리카 언덕) 저편’에 있는 아틀란티스의 전쟁을 언급하면서 지브랄탈 해협의 양쪽에 자리한 두 강대국이라 하여 아틀란티스가 대서양에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지만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아틀란티스는 아데네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였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들의 머리만 믿고 자신을 과신하고 타락하였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이고 잘 조직된 아데네사람들에게 패하였다고 하면서 아틀란티스에는 그 후 자연재해가 일어났다고 설명합니다.

그 후 그곳에서는 대규모의 화산폭발과 홍수가 발생하였다. 그런 후에 전함들은 땅밑으로 꺼져들어가고 아트란티스 섬은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아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그 섬이 가라앉을 때 바다 밑에 있던 진흙더미로 길이 막혀 허큐레스의 기둥 저쪽으로는 항해할 수가 없다.

 

플라톤은 물론 전쟁 후 아데네에도 화산이 터지고 홍수가 났지만 다행히 아데네는 살아 남았고 아틀란티스는 대서양의 파도속으로 가라앉았다고 이야기 하고는 주제를 바꾸는 바람에 더 이상 아틀란티스에 관해 자세한 것을 알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플라톤이 역사가가 아니라 철학자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에짚트에서 2500마일 되는 곳에서 9000여년 전에 일어난 것이라 기술하였지만 이야기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으며 역사적 자료로 자신의 이야기를 입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책에서는 물론 당대의 저서나 자료들에서도 아틀란티스와 아데네의 전쟁에 관한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플라톤보다 60여년 전 그리스에 살면서 후에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헤로도토스의 유명한 ‘역사’란 책에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후대의 학자들은 아틀란티스는 플라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바침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역사적 사실인듯이 각색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하나의 국가가 자만하고 부패하면 어떠한 일이 생기는가를 강조하기 위한 실례로 아틀란티스와 아데네를 언급하면서 아틀란티스는 이상적인 국가가 아니어서 은총을 받지 못하고 파멸되는 운명을 겪었는데 아데네 역시 잘못된 것들을 고치지 아니하면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당대 최고의 철학선생의 의도에서 나온 순수한 사변(思辯)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플라톤의 책속에 갇혀있던 아틀란티스가 근대에 와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에 의해서입니다. 1561년에 태어나서 1626년까지 생존했던 베이컨이 북 아메리카 연안의 한 섬에 있는 이상향을 묘사한 라는 소설을 쓰면서 컬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아틀란티스가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틀란티스가 오늘날과 같이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 것은 1882년 미국의 변호사였던 이그나티우스 도넬리(1831-1901)가 라는 책을 출판하면서였습니다. 여기에서 그는 아틀란티스를 침몰시킨 홍수가 바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이며 아틀란티스가 모든 고대문명의 근원지라는 주장을 펴면서 플라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점을 한껏 부각시켜 대중들 특히 노아홍수가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고있는 서구인들에게 큰 관심을 일으켰고 소설같은 이야기들이지만 적지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철학자나 신비가 또는 추리 소설가들이 나름대로 아틀란티스 이론들을 전개하는가 하면 학계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보고있는 이러한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게됩니다. 특히 매스컴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러한 미확인 주장들이 무한정 퍼져가면서 신비로움을 더해가고 있는가 하면 미스테리의 진상을 밝히려는 진지한 노력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플라톤은 아틀란티스가 있는 방향만을 제시하였지 소재지에 관해서는 분명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아틀란티스가 침몰했다는 곳을 찾는 일에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과연 아틀란티스가 존재했었는가? 그렇다면 어디에서 한때 위대한 문명을 자랑하던 ‘잃어버린 제국’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바다밑에서 유물들이 발견되었다고 할 때마다 이것들을 아틀란티스와 연관시켜 보려는 시도들도 있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틀란티스'의 현장을 찾으려는 탐험들이 수없이 진행되었고 위의 지도에서 붉은 선이 그어져 있는 대서양과 바하마가 있는 카리브해 그리고 지중해 동부까지 여러지역에서 '아틀란티스'의 잔해를 발견하였다는 보도들이 있었으나 아직도 '결정적인 단서'가 나타난 곳은 찾지 못했다.

*가장 황당하기로는 아틀란티스를 바다위의 섬이나 대륙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된 외계인들의 최첨단 기술이 탑재되어 있는 행성으로 태양을 중심으로 돌면서 정보, 기술센터 역할을 하던 것인데 어떤 연유로 폭발해 버렸다는 주장으로 알란 알프레드(Alan Alfred)란 사람의 주장입니다. 그는 고대 에짚트의 전설가운데 옛적에 이웃의 행성이 폭발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행성이 바로 아틀란티스이며 이러한 ‘폭발되어버린 위성’을 믿는 에짚트 종파의 신앙이 에집트 밖으로까지 전해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플라톤의 아틀란티스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지브랄탈 해협 서쪽에 있을 것이고 대서양의 한 가운데 있는 Azorea 섬이 아틀란티스 대륙의 가장 높은 산꼭대기가 바다물 위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돈넬리는 아틀란티스에서 시작된 문명이 세계로 뻗어나가서 에집트나 페루 등지에 식민지를 세웠다고 주장하였으나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후에 현대의 과학장비들을 동원하여 이 지역을 탐구해 본 결과 수 백만년에 걸쳐 축적된 침전물만이 발견되었고 침몰된 섬이나 도시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틀란티스가 바다로 침몰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스페인 연안 도나나(Donana) 국립공원 일대의 늪지대임을 증명하는 증거들을 발견하였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Richard Freund는 이 늪지대는 대서양과 연결되있는 거대한 만(灣)으로 레이더와 디지털 그리고 인공위성 등을 동원해 이 지역을 탐사한 결과 플라톤이 묘사한 것과 같은 도시의 흔적을 발견하였고 이 지역에 쓰나미가 여러차례 지나간 것도 확인되어 그곳이 ‘사라져버린 도시’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일단의 과학자들은 그곳에 도시의 흔적이 있는것을 확인했지만 그 지역에는 기원전 4세기에 Tartessos란 도시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 그 도시의 잔재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Freund는 그것은 아틀란티스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면서 재해를 피해 내륙으로 빠져나간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서 아틀란티스를 기념하기 위해 기념물들을 조성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아틀란티스가 있던 곳은 스페인이 아니라 플라톤이 살던 그리스에서 가까운 미노안이라는 주장이 역사학자와 고고학자에 의해 강력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벨파스트의 역사학자 K.T. Frost와 고고학자 Spyridon Matinatos는 최근의 고고학적인 발굴에 근거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합니다.

아데네에서 지중해를 끼고 남쪽에 자리한 크레테 섬에 기원전 2500여 년경 미노얀 제국이라고 하는 무척 발달된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이 발굴작업을 통해 최근 밝혀졌습니다. 강력한 해군력을 가지고 지중해 동부 일대를 지배하던 미노안은 웅장한 건축물과 정교한 예술과 공예기술을 바탕으로 교역을 통해 부(富)를 축적하는 한편 여자들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등 매우 발달한 제국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제국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최근의 발굴결과 크레테에서 조금 떨어진 산토리나스(Thera라고도 부름)란 섬이 폭발하면서 제국이 완전히 재로 덮혔으며 또한 뒤따른 연쇄적인 쓰나미로 해안도 완전히 씻겨져 항구의 배들과 연안의 건물들이붕괴되고 제국은 파멸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고학적 발굴에 근거해서 미노안 제국이 바로 플라톤이 이야기한 아틀란티스였을 런지도 모른다는 주장입니다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플라톤은 분명히 9000년 전이라고 이야기 하였으며 에집트에서 2500마일 되는 곳이라고 기록하였는데 미노얀의 폭발은 플라톤이 태어나기 900년 전의 일이요 에집트에서 미노안은 250마일에 불과할뿐 아니라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900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면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라는 반론입니다. 이에 대해 주창자들은 책을 기록한 사람의 실수로 0이 하나씩 더 붙었을 수도 있으며(인쇄기가 없어 한자 한자 필사하던 옛날에는 흔한 일이었다)플라톤이 건전하지 못하여 신의 벌을 받은 국가의 실례를 들면서 함부로 이웃에 있던 나라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화산과 쓰나미로 멸망한 Thera의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일부러 아틀란티스라는 이름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나온 증거물들을 전설처럼 전해오는 사변적인 역사의 미스테리에 접목해 보려는 학자들의 진지한 노력의 일단이기도 합니다만 사실여부를 확인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플라톤이 언급한 아틀란티스가 사실인지, 아니면 만들어 낸 이야기인지를 확인할 길이 전혀 없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미스테리를 풀어보려는 인간의 호기심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며 2500여년 동안 잿더미에 묻혀있던 미노안이 그 모습을 나타내듯 아틀란티스도 우리 앞에 그 신비로운 모습을 나타내지 말라는 법도 없을것입니다.

그날이 올때까지는 아틀란티스를 둘러싼 온갖 소문들이 매스컴을 장식하고 인터넷에 떠오를것입니다. 놀라거나 섯부른 속단을 하지 마시고 지켜 보세요. 어쩌면 그것이 역사의 미스테리가 주는 매력일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