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미스테리> 여덟 번째 이야기
사해사본(死海寫本, The Dead Sea Scrolls)의 미스테리
사해 사본이란?
1947년 팔레스타인의 사해(死海, The Dead Sea), 북서부 사막과 산들이 만나는 쿰란지역에서 양과 염소를 치던 베두인(아랍계 유목민) 목동이 숲속으로 달아난 염소를 찾으러 쫓아갔다가 동굴을 발견하였습니다. 혹시나하고 동굴 속으로 돌을 던지자 그릇이 깨지는듯 한 ‘쩔렁’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감히 들어가 볼 생각을 못하고 돌아온 이 목동은 호기심에 이틑날 동료들을 데리고 다시 굴을 찾아가서 좁은 통로를 거쳐 굴 속으로 들어가 보았읍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깨진 항아리 조각과 함께 여러 개의 항아리들을 발견하였는데 한 항아리안에서는 큰 두루마리 한 개와 작은 두루마리 두 개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이 두루마리들은 결국 베들레헴의 고물상에게 넘어갔고, 그 해 12월에 예루살렘의 헤브라이 대학이 이 세 두루마리를 사들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사해사본으로 불려지는 문서의 발견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되었지만 그 후 계속해서 베두인들과 고고학자들의 답사와 발굴작업들을 통하여 1957년까지 쿰란 지역에서 11개의 동굴들이 발견되었으며 그 밖에도 와디, 므라바트 지역의 동굴들, 킬베트. 밀드 지역등지에서도 사본들이 발견되면서 가치나 규모에서 20세기 최대의 고고학적 발굴로 평가되었고 지난 6,70여년 동안 학계와 종교계의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물론 사해사본이 처음 발견되었던 1947년 봄은 이스라엘 나라가 건국되기 직전, 전쟁과 혼란 으로 이러한 발견에 신경 쓸 여유가 없던 때여서 1949년에 가서야 첫 번째 동굴에 대한 발굴작업이 시작되었고 1951년 가을에 가서 쿰란 일대에 대한 발국작업이 시작되어 1956년에 마지막 동굴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래서 1947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사해의 서북연안과 서안에 펼쳐져 있는 ‘유다광야’의 동굴이나 폐허에서 발견된 고사본들을 통틀어서 ‘사해 사본’ 또는 ‘사해 문서’라고 부르지만 발견된 장소나, 사본의 내용과 성격등이 다양할뿐 아니라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문서들도 적지 않습니다.
처음 사해 사본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60여년 동안 그 내용에 대한 연구나 보고서의 출판 등이 지연되면서 은 소문들이 퍼저나와 ‘사해 사본’에 관한 관심과 인기는 더욱 증가하였습니다. 시대적으로 예수의 출현과 기독교의 시작과 맞물려 있는 이 문서들에서 기독교의 기원와 유대교의 영향 등에 대한 새로운 내용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는 가운데 ‘국제학자단’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손에 넘겨진 사해사본에 대한 연구결과의 발표가 지체되자 사본들을 공개하라는 요구와 함께 음모론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해 사본 가운데는 그동안 캐톨릭 교회에 의해서 형성된 기독교와 예수의 교훈으로 알려진 것들과는 다른 초대교회와 관련된 기록들이 들어 있어서 이를 숨기기 위하여 바티칸 등지에서 압력을 가하여 사해사본의 내용들이 외부로 발표되는 것들을 저지하고 있다는 음모설이 한동안 그럴듯하게 유포된 것입니다. 특히 캐톨릭교회에 의하여 강압적으로 신약성서에 포함되지 못했던 초대기독교문서들이 쿰한사본에 들어있다면서 기독교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해 사본의 내용들이 예수 이전에 그리고 기독교가 시작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임이 확인되었고 직접적인 연관보다는 하나의 배경으로서 그 시대의 종교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는 정도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해 사본의 내용
현재까지 보고되고 간행된 사본과 문서들을 보면 사해사본은 대개 기원전 3세기 중엽(기원전 250년경)에서부터 유다가 로마군에 의해 완전히 점령된 기원 67년 사이에 제작된 것들입니다. 대부분이 종교적인 내용인 사해사본 가운데는 유대경전인 히브리 성경의 내용들이 사본들의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금의 구약성경 가운데 에스더 서만 빼고는 모든 책들의 전부 또는 일부가 들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가장 오래된 히브리 성경의 사본은 기원 1000년 경에 필사된 것인데 그것보다 1000년을 앞서는 것이며 기원전 3세기에 70명의 유대인 학자들이 히브리 경전을 희랍어로 번역한 ‘70인 역’이라는 것이 현재까지 전해져오는 가장 오래된 히브리경전(구약성경)인데 그 내용과도 일치하는 것이어서 구약이 이미 제2 성전기(Second Temple)부터 유대교의 경전으로 확정되어 전해져 왔음을 입증하였을뿐 아니라 그 시대에 유대인들의 종교생활이 어떠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합니다.
사해사본에 들어있는 두번째 그릎의 문서들은 경전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에녹서와 쥬빌리 서와 같이 외경 또는 위서라고 불리며 그동안 유대교에서 성문서(聖文書)로 귀중히 여기던 문서들의 사본들로 전체의 30% 정도가 이에 속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30% 정도는 는 이 문서들을 만들고 필사하고 보존하였던 종교집단의 규율이나 신앙을 엿볼 수 있는 종단의 문서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에 속하는 것들로는 경전의 본문들과 그에 가필한 주석들, 종단의 규율들, 그리고 종단의 행사표 등이 있습니다.
단편이나 파편으로 발견된 사본들 가운데는 기원전 8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도 없지 않지만 구약성서의 사본들은 대부분이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전 2세기 초에 기록된 것들이고 종단의 문서들은 2세기 말부터 기원을 전후한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사용된 용어들은 주로 히브리어 아니면 아랍어였고 양피지, 파피루스 ,동판,오스트라카 등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부식되어 떨어져 나간 부분들도 있고 발굴과정에서 낙장된 것도 있으며 2000여년 전의 히브리어요, 아랍어라는 것입니다. 자연히 연구실의 선반에서 정확한 해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바드신학교의 교수 한 분은 대학원 학생으로 입학했을 때 지도교수로부터 ‘사해사본’을 소개 받고 그것을 연구하기 위해 근동의 고대언어를 공부하기 시작하여 박사학위 과정을 마치기까지 십여년을 공부하고서야 사해사본 연구가 가능했다고도 합니다.
사해사본은 누가 만들었는가?
물론 아직까지도 제대로 판독이 안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이미 내용들은 인터넷으로도 공개되어서 요즈음의 사해 사본을 둘러싼 문제는 어떤 내용들이 그곳에 들어 있느냐?하는 것보다는 누가 그 사본들을 필사하였고 왜 사막의 동굴에 그것들을 숨겨놓았느냐?는 것입니다.
사해사본의 어느곳에도 누가 필사하였다는 직접적인 언급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기 저기 종단의 규율과 규칙에 관해 언급한 문서들을 종합해서 추측할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발견된 동굴들이 쿰란의 정착지와 가깝기 때문에 이 지역이 그들이 필사를 한 곳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쿰란지역에서 소박하고 경건한 신앙생활을 영위하던 유대인들이 필사하였으리라는데는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으며 어떤 학자들은 후대에 산 속이나 사막에 캐톨릭교회가 수도원들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막지대에 종단의 신학교나 수도원 같은 것이 있어서 그들의 경건생활의 표현으로 신앙서적들을 필사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인쇄술이 개발되기전 경전을 필사하여 보급하고 전수하는 것은 신에 대한 가장 큰 봉헌으로 간주되었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다른지역에서 필사한 사본들을 숨기기 위하여 이곳으로 옮겨와 동굴에 숨겼으리라는 주장을 합니다. 그들 가운데는 기원 66년 경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의 반란이 일어나 로마군들이 예루살렘을 포위했을 때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 도서관에 있는 사본들을 도시에서 빼어내어 사막에다가 숨겨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반란이 유대인과 희랍인 사이에 종교논쟁으로 번졌다가 로마에 대한 세금거부 반란으로 번지자 베스파시안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들이 기원후 70년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여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 전쟁에서 유대는 패망하고 예수께서 바라보시며 예언하였던 제2의 성전(솔론이 지은 성전은 바벨론에 의해 파괴되고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와서 지은 두번째 성전이라하여 이렇게 부른다)도 파괴되었습니다.
이러한 참변을 앞두고 귀중한 문서들을 옮겨서 숨겼다는 데는 일리가 있지만 왜 숨길려면 깊은 산중에 숨기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숨기느냐?하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사해사본이 발견된 어떤 동굴들은 사람이 사는 동네에서 돌을 던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루살렘에서부터 옮겨다가 숨기려고 했다면 더 안전한 곳을 택했어야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사해사본 자체나 발견된 두루마리 자체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이상 2000여년이란 세월이 지난 문서들을 누가 썻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예수가 오시기 전의 유대는 종교적인 열정이 널리 퍼졌던 시기로 제2성전(솔로몬의 성전이 바벨론의해 파괴되고 바벨론 유수에서 돌아와 다시 세운 성전) 중심의 관습적인 종교에 불만을 품은 경건한 사람들이 그릎을 만들어 나름대로의 경건생활을 추구하였던 때입니다. 첫 번째 크리스천들 역시 필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이 장악하고 있던 성전중심의 형식적 종교에 저항해서 나름대로의 신앙운동에 몰두하면서 그 가운데서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하였던 무리들입니다.
그 당시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유대인 역사가 죠세프스(기원 37-100년 경)는 사해사본의 두루말이들이 기록되던 때에 유대에서 특별히 번성하던 몇 몇 종교집단(sects)들에 관하여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그의 기록과 사해사본에 나오는 종단의 규율에 관한 기록들을 비교해 보면 당시 쿰란지역에서 생활하던 엣센파가 그들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입니다. 2세기경 유대에서는 제2 성전에서 탈퇴한 성직자들이 이끄는 종단들이 생겨났는데 그들은 세상적인 쾌락을 버리고 자진하여 광야나 산골짜기에서 금욕적인 경건생활을 추구하였습니다. 그들의 경건의식가운데 몸과 마음을 쟁화하기 위하여 매일 깨끗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의식이 있는데 쿰란지역에서 그러한 의식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목욕시설들이 발굴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종단에서도 같은 의식을 할 수 있고 그들만의 전유의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일 것이라는 심증을 굳혀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시기는 유대 역사에서 특별히 종교적인 격동기로서 부패한 기존 종교에 항거하여 계속해서 소집단 개혁운동이 일어나던 때여서 사해사본이 우리들이 전혀 알지못하는 소그릎 종단의 작품일 수도 있고 그래서 누가 과연 이 필사본들을 만들고 숨겨놨는지를 끝내 밝혀낼 수 없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유대교와 기독교의 역사와 관련하여 최대의 발견이라고 부르는 사해사본의 내용들은 학자들에게는 단순한 흥미의 대상이 아니라 두고두고 연구할 필요가 있는 귀중한 자료들입니다. 그동안 가끔 매스콤을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마리아는 예수와 결혼한 사이다"라든가 '가룟 유다의 복음서"라든가? 하는 것들은 사해사본을 통해서 알려진 사실들이지만 흥미위주로 터트린 것들이지요. 그러나 사해사본을 통해서 알려진 후대에 캐톨릭교회에 의해 이단으로 축출된 영지주의에 관한 자세한 내용들은 초대 기독교형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누가 필사를 하였고 왜 숨겨두어야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난 70여년 동안의 노하우를 동원하여 사해사본들과 쿰란 신앙공동체들을 연구하다 보면 그 어느때 보다도 갱신이 필요한 기독교계에 나아가서는 종교계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쿰란의 청사진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 등을 연재하였고 현재 <지리로 배우는 미국>와 <명화감상>을 담당하고 있다.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
역사의 미스테리 8. 사해 사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