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역사의 미스테리/2014년 7월>

<역사의 미스테리> 일곱 번째 이야기

앤티키데라( The Antikythera mechanism) 기계장치

 

1900년 10월 그리스의 한 작은 섬 앤티기데라(Antikythera)섬 연안 200피트 심해에서 잠수부들에 의해 고대 로마의 난파선이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그 배안에서는 수많은 동이나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들과 도자기, 화병 , 보석, 동전들이 발견되었고 동으로 만든 기계장치도 발견되었습니다. 그것들은 아덴에 있는 고고학박물관에 옮겨져 정리하게 되었는데 손이 딸려서 제대로 정리하는데에는 수 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1902년 5월에야 이 배의 유물들 가운데서 바퀴가 달린 돌덩이를 발견한 한 연구원은 그저 단순한 천체시계려니 생각했고 대부분의 상급 연구원들은 그 기계장치는 천문관측용 장비로 그 배에 있던 다른 유물들과 비교할 때 훨씬 후대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그냥 그곳에 방치되 버리고 말았습니다.

50여년이 지나 영국의 과학자 솔라 프라이즈(Solla Price) 교수가 이 쇠덩이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그는 부품들을 일일히 X-레이와 감마 레이로 찍어 보고 모델을 만들어 작동도 시켜보고 다각도로 검토하여 1974년에 7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 기계장치는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기계장치는 340x180x90 mm의 나무상자 속에 들어있었는데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갈 수 있도록 다르게 만든 30여개 이상의 기어들과 톱니바퀴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가장 큰 기어는 직경이 140 mm이며 223개의 톱니바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계장치에서 82개의 다른 부품들도 발견하였고 그 중 7개에서는 기어들과 함께 다른 중요한 문자 같은 것들을 발견하였습니다.

 

녹쓸고 부식된채 기계상자 안에서 발견된 기계장치의 전면

회전용 손잡이를 통해 날자를 바꾸고 해와 달과 별들의 자리를 보여주는 등의 역할을 하며 기계장치의 전면에 새겨진 희랍어들을 판독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거쳐 프라이스가 내린 결론은 이 기계장치는 그리스의 천문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천문학과 수학의 원리에 따라 천체의 위치나 일,월식을 계산하기 위해서 만든 고대의 수동식 아나로그계산기(또는 컴퓨터)로 기원전 87년에 만들어 졌으며 몇 년 후에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녹을 닦아낸 한 부품에는 그리스어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동으로 만든 이 기계는 너무 많이 부식되어서 정확한 기능을 실험해 볼 수 없어 작동원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으나 그리스어로 쓰여진 설명서로 보아 당시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만들었으며 당시 다른 귀중품들과 함께 로마로 가져가려고 이 배에 실었다가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2000여 년을 수장되어 었다 발견되었다고 추측하였읍니다

그러나 이 기계장치에 관한 지식은 더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또 다시 60여년이 지나버렸습니다.

과학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모형 부품들을 조립하여 만들어 본 기계의 모형으로 15세기에 처음 만든 톱니시계 못지 않는 정교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덴에 있는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2006년에 와서 부품들을 세밀히 조사하고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모형을 만들어 실험도 하면서 이 기계장치를 연구한 마이클 에드먼드 교수는 “이것은 아주 훌륭한 기계로 그 분야에서 유일한 것이다”라고 평가하면서 ‘여기에 적용된 천문학은 정확한 것이었으며 그 기계장치는 모나리자 보다 더 가치있는 것이다”라고 격찬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이 사실을 발표하는 언론들은 ‘2000년 된 컴퓨터를 발견했다’는 제목 아래 아주 훌륭하고 신비로운 기계가 고대에 이미 제작되었음을 알렸습니다. 물론 인터넷을 하고 이메일 등을 보낼 수 있는 컴퓨터를 생각한다면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기원 1500년 경에야 톱니바퀴와 기어가 장착된 시계가 처음 만들어졌는데 그때까지는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그에 못지않게 복잡한 기계가 2000여 년 전에 이미 만들어졌다는 것은 흥분할만한 일로서 문제는 이 기계장치를 누가 만들었으며 이것으로 무엇을 계산하려 하였던가를 알아내는 일이었습니다.

 

앤티키델라 기계장치와 견줄만한 것이 15세기 전 까지는 세계 어느곳에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기계에 제작자나 회사의 서명이 없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단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알키메데스의 저서를 포함해서 고대부터 간단한 형태의 기어들을 사용했다는 언급들이 있습니다. 알키메데스는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는 순간 갑자기 그 중량을 측정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벌거벗은채로 길거리로 뛰쳐나가 ‘유레카’라고 소리질렀다는 출처 미상의 일화를 남긴 그리스의 수학자요 과학자입니다. 그는 기원전 3세기 경에 시실리의 시라큐스에서 활동한 과학자로서 이 기계장치가 만들어진 때 보다는 100여년 전에 활동하였습니다. 이 기계장치에 새겨져있는 문자들이 기원전 100년경 고린도에서 사용되던 문자의 형태를 가진것과 당시 시라큐스가 고린도의 영토였던 것으로 보아 이 기계가 만들어진 곳이 고린도 도시이며 혹시 알키메데스에서부터 시작된 새로 발명된 기계를 실험하려고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계에 대한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이 기계의 개념은 고린도에서 기원한 것으로 거기에 나오는 어떤 천문학적인 계산은 고린도 지역이나 그리스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들이었는 것입니다. 시라큐스는 고린도의 영토이고 알키메데스의 집이 있는 곳으로 알키메데스 학파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이 기계는 이것을 실은 배가 침몰하기 전에 들렸을 동쪽의 어떤 도시들에서 만든 것일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 배에 실린 동전이나 다른 유물들을 보면 이 배는 현대 터어키의 연안에 있는 고대그리스도시 퍼가몬(Pergamon)에서 출항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로데스 섬을 거쳐 알렉산드리아를 통과하여 로마로 향했을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로데스와 알렉산드리아는 당시 그리스세계에서는 학문의 중심지로 어쩌면 고린도 출신의 어떤 사람에 의해 이 두곳중의 한 곳에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도 당시 로데스에는 ?희랍의 천문학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고도의 공학기술도 갖춘 곳이어서 천문학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과 기계공학에 관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만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기계장치의 본질상 누가 그것을 만들었든지간에 오랜 시간을 거쳐 시행착오들을 거치면서 만들었을 터인데 그런것들을 감수하는데에는 그들의 분명한 의도가 있었음에 틀림없을듯 합니다. 그런데 구리로 만든 것으로 보아 항해에 도움이 되는 기계로 만든것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구리는 물에서는 쉽게 부식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당시 그리스에서 일반적이었던 천문학이나 공학기술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것일텐데 신발박스만한 크기의 기계로는 많은 사람들이 몰 수 있게 하는것이 무리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계의 뒤쪽에 다이얼들이 있어서 전시용으로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도 저도 아니라면 즉 놀라움과 경탄을 자아내게하여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것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로마제국이 몰락한 후에 기어를 사용하였던 알키메데스의 작품들을 포함해서 그리스에서 축적되어온 많은 지식들이 상실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그래서 우리는 특별히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기계장치들이 사용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다행히 그때 살아남은 지식의 많은 부분들이 비잔틴 제국의 아랍계 학자들에 의해 카피되었다가 15세기, 16세기 루네상스 시대에 유럽에 다시 소개되었으리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이 지식들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기계를 장착한 시계를 만들도록 한 기술이며 그렇다면 앤티키델라 기계장치와 1500년 후의 기계를 장착한 시계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서포트할 어떤 증거물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앤티키델라 기계장치는 고대의 그리스인들이 어떠한 업적들을 성취했는지 알지 못하는 가운데 고대에 이루어졌던 특이한 기술과 학문의 실례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2000여년 전에 다이얼을 돌리면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을 추적하던 계산기나 컴퓨터가 있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데 1500년이나 더 지나서야 발명가들의 노력들이 집약하여 겨우 그와 비슷한 모양의 기계(시계)가 나타났다니 역사의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컴퓨터가 갑자기 없어지고 주판과 구구를 외워가며 계산하다가 1500년 후에 계산기와 컴퓨터가 나타났다고 상상해 보십시다. 그게 가능할가요? 인류의 역사가운데는 생각하면 할수록 알송당송한 수수께끼들이 많이 있습니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 등을 연재하였고 현재 <지리로 배우는 미국>와 <명화감상>을 담당하고 있다.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