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미스테리> 여섯 번째 이야기
6. 바벨론의 가공정원(架空 庭園, Hanging Garden)
고대 그리스에서 당시 일류급 여행자들을 위한 일종의 여행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여행지 명단들이 전해져 오는데 그 가운데는 ‘이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7곳(Seven Wonders of the World)’이라는 리스트가 있습니다.? 오늘날의 ‘죽기 전에 가 봐야할 50곳’과 같은 종류의 ‘고대판’ 여행안내서라 할 수 있겠는데 요즈음에는 ‘고대의 가장 경이로운 7곳’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거기에 맞추어 ‘현대판 가장 경이로운 7곳” 또는 ‘세계 7대 자연경관’ 등이 유행하고 있고 몇 년전에는 한국에서도 제주도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고 하여 한동안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고대의 가장 경이로운조형물 일곱 곳(기자의 피라밋, 로데스의 거대 동상, 아테미스 신전, 하리카나수스의 묘역, 알렉산드리아의 팔로스 등대,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 그리고 바벨론의 '가공 정원')
자연히 ‘고대의 가장 경이로운 7곳’은 후세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고 대부분은 그 소재지가 확인하거나 그 유물들이 발견 되었습니다. 에짚트에 있는 기자 피라밑은 거의 원형을 보존한채 지금도 그 자리에 뻐젓하게 서 있으며, 올림피아의 제우스 동상, 에배소의 알테미스 신전, 하리카나수스의 영묘, 로데스의 거대한 동상,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파로스 등대 등은 비록 현존하지는 않지만 유적이나 유물 그리고 고고학자들의 발굴을 통해 그 위치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벨론의 ‘가공정원’만은 아직까지도 이름만 전해질뿐 아무것도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그 정원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심지어 과연 존재하였었는가?하는 것 까지도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바벨론이 자리하였던 현재의 이락인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변 앗시리아, 페르시아 및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정원을 꾸미는 일이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흔한 것들이 특별 보호지역을 만들어 가꾸는 정원이고 다음이 공원과 같이 나무들이나 꽃들을 심고 한 가운데로 시냇물이 흘러 시원하게 만든 정원이며 세 번째가 신비로운 ‘가공(Hanging)정원’으로 여러층의 테라스를 만들고 나무와 꽃들이 테라스 밖으로 뻗어져나와 걸려 있었다고 하는데 황당하게도 ‘공중에 걸려있는 정원’이란 뜻의 Hanging Garden(가공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된 것은 후대에 와서 그리스어를 번역하면서 overhanging을 hanging으로? 잘못 번역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기원전 1세기경의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도러스 씨크루스(Diodorus Siculus)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정원은 넓이 100피트, 길이 100피트로 계단들 위에 만들어져있어 ?마치 극장과 유사했다. ?테라스가 올라가는 곳에는 원형 천정이 만들어져 있고 그것이 수목이 심겨져 있는 정원의 하중을 받치고 있었다. 75피트 높이에 있는 정원 맨 꼭대기의 원형천정은 도시의 성벽과 같은 높이였다.’
약 한 세기 후인 기원 1세기의 그리스의 지리학자인 스트라보(Strabo)는
‘. . . .아치형의 천정이 쳌크무늬의 정육면체 바닥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고 , 텅 비어있는 쳌크무늬의 바닥에는 아주 깊숙히 흙으로 덮여있어서 가장 큰 나무도 심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라고 기술하였습니다
바벨론의 ’가공정원’에 관한 이러한 오래된 기록들은 같은 정원을 기술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고 저자들이 직접 보고 기록한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들이 다른 사람이 기술한 것을 인용한 것으로 볼 수가 있는데 그 원전이 무엇인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기록가운데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전통적인 메소포타미아의 계단식 피라밋이나 신전(지그루트)과 마찬가지로 여러층의 테라스로 구성되어서 매 층마다 수목과 꽃들을 넘쳐나게 심어 매 층의 테라스 가장자리로 흐느러지듯 늘어져 마치 정원이 하늘에 매달려 있는듯한 인상을 주는 ‘가공정원’이 있었으리라는 것이며 열대의 사막지대에서 그것은 분명 미스테리며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으리라는 것입니다.
위의 기록에 덧붙여 전해오는 이야기는 이 정원이 유대를 공략하여 솔로몬의 성전을 파괴하고 유대인들을 포로로 잡아간(구약의 다니엘서와 느혜미야서를 참조) 신 바벨로 제국의 느부갓네살(기원전 605년- 562년 경에 통치) 왕이 만든었다는 것입니다.? 바벨론 제국의 전성시대를 구가하였던 느부갓네살 왕은 제국의 확장위업을 성취하고 바벨론 성을 수축한 왕으로 그의 토목사업의 일환으로 ‘가공정원’을 만들었는데 거기에는 고향생각에 시달리는 아내 아미티스(Amyitis)의 시름을 달래주기 위한 느부갓네살 왕의 애틋한 정이 들어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
로마제국의 유대인 역사가였던 요세프스(기원 37에서 100년 경까지 생존)는 그의 저서에서 메디아(Medea)의 시아살레스(Cya xares)왕의? 딸인 아미티스와 결혼한 바벨론왕 느부갓네살 2세가? 지금의 이란 북서쪽 산들이 많고 숲이 우거진 곳에서 자라난 왕비가 메포타미아의 덥고 건조한 사막지대로 시집온 이후 자그루스 산의 자연풍경을 무척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 그녀를 위하여 푸른 산을 만들어 주기로 작정하고 만든 것이? ‘가상공원’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미담의 주인공인 ‘가정정원’은? 후대의 고대 바벨론 유적들에 관한 그많은 발굴작업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터도 발견하지 못했고 상형문자로 기록된 수많은 벽화와 석판등, 역사적 기록가운데서도 ?‘가공정원’이나 ‘아미티스 왕비’의 이름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바벨론 성벽에 관해 상세하게 서술한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기록에서도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경이로운 곳의 하나인 ‘가공정원’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이러한 상항이기에 바벨론의 ‘가공정원’은? 풀리지 않은 유일한 ?‘고대 세계의 경이 7곳’으로서 미스테리를 더하고 있습니다.
바그다드에서 100킬로 남쪽 유브라데스 강 저편에 있는 고대 바벨론 도시의 터는 이미 잘 알려져있고 수많은 발굴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고대의 자료에 의하면 느부갓네살 때에는 유브라데스 강이 도시 한복판을 가로질러 흘렀던 것으로 되어있는데 지금은 발견된 유적지의 서쪽으로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에 일어난 이러한 변화로 고고학자들이 발견하려고 하는 느부갓네살 궁전의 다른 부속건물들과 ‘가공정원’ 등이 강밑으로 침전되면서 영원히 폐허로 변해버리고 말았을런지도 모른다는 불행한 예단을 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고대 바벨론에서 ‘가공정원’이란 애당초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테라스 형태의 정원을 만든다면 무척 인상적이겠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건축기법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건조한 사막지대에 자리한 바벨론에서 농사도 관개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형편에서 물도 인근의 강에서 인공으로 끌어와야 하고, 수 천톤의 물을 펌프로 꼭대기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난해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건축용 돌이나 재목이 없는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햇볕에 말린 진흙을 주요건축자재로 사용하였는데 이것들이 물에 젖게되면 금방 부셔져 버리고 맙니다.? 물론 값비싼 석판들을 수입해다가 밑에다 깔고 우르에 잘 보관되어 있는 신전(神展)과 같이 진흙벽돌들 사이에 갈대와 아스팔트를 넣는 기법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과 같이 우거진 숲을 유지하려면 적지않은? 물이 공급되어야 하므로 쉽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어쩌면 소문만 무성하다가 금방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느부갓네살 왕의 ‘가공정원’에 관한 명백한 증거들은 없지만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여러곳에서 궁전을 만들때에는 으례 정원을 같이 만드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뜨거운 낮동안 궁전에서 여러가지 복잡한 업무를 수행한 왕이 퇴청하여 수목이 우거지고 강이 흐르는 시원한 정원으로 물러나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한 특별배려입니다. 기원전 701-681년 경 앗시리아의 왕이였던 쎈나체리브(Sennacherub)는 니느웨에 있는 그의 궁전에 정원을 만든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유적들이 북부이락의 모술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궁전에서는 벽에 그림을 새긴 돌들이 많이 발견되어 일부가 현재 대영박물관에 옮겨 전시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왕이 정원 한 가운데 서있는 그림도 있습니다.
왕을 중심으로 탐스러운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포도시렁들이 널려있는 모양은 바벨론의 ‘가공정원’이 그런 모습이 아니었을가? 하는 인상을 갖게 하면서 그것을 좀더 발전시키면 ‘가공정원’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어떤 학자들은 고전적인 고대의 작가들이 바벨론에 관하여 쓰다가 바벨론과 앗시리아를 혼동해서 ?실제로는 세나체리브 왕의 정원을 느브갓네살의 ‘가공정원’으로 기술하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그들이 묘사한 것과 실제로 세나체리브의 정원 사이에는 유사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언덕쪽으로 테라스를 만들고 소위 말하는 아르키메데스의 라선형 양수기의 원리에 따라 물을 공급하였는데 강의 물이 꼭대기로 올려졌다가 정원으로 흘러나가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니느웨의 정원은 메소포타미아의 부유한 왕들은 그들의 궁전에 정원을 만들고 즐길 수? 있을만한 여유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대 이 지역 최고의 권력과 재력을 지니고 가장 훌륭한 바벨론 도시 성벽과 궁전을 지은 느부갓네살이 만들려고만 했으면 그깟 ‘가공정원’을 못 만들었겠느냐?하는 확신과 함께 언젠가 유브라데스 강 밑에서 ‘가공정원’을 찾게되리라고 기대하면서 꿈을 놓지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역사의 미스테리-6. 바벨론의 가공 공원(Hanging Gard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