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미스테리> 다섯 번째 이야기
5. 신비의 땅 펀트(Punt)
인류문명이 시작된 이래 많은 유적과 기록들을 남겨 찬란한 역사와 위대한 문명을 후대에 전해주는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흔적은 남겼으면서도 불행하게도 기록과 유물들을 남기지 못하여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채 전설로만 떠다니는 문명들도 적지 않습니다.
고대인류문명이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유물들과 역사를 남겨 오늘날 까지도 찬란했던 그들의 문명과 역사를 보여주는 나라를 든다면 단연 나일강을 중심으로 문명의 꽃을 피웠던 에집트일 것입니다.
에집트는 구약성경의 출애급기를 통하여도 잘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도 굳건하게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하는 피라밑, 신전, 왕능, 오베리스크(첩탑) 그리고? 동상들과 같은 기념물들은 물론 이런 기념물들을 장식하는 수많은 형태의 그림들과 조각 등을 통하여 많은 사실들을 설명해 주고 있으며 파피루스나 토기 진흙 등에 새겨진 문자들을 통해 기원전 3000여년경 부터 로마제국과 예수의 탄생시 까지의 오랜 역사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집트는 주변 여러나라들에 관한 정보도 많이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싸우고 점령했던 나라들에 관한 것들은 물론 상대하고 교역하였던 중요한 나라들에 대한 제반 정보들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들의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는 나라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푼트(Land of Punt)라고 부르는 에집트의 무역교역 상대국입니다. 에집트의 기록에 의하면 푼트는 아주 아름다운 곳, 고대의 일종의 ‘지상낙원’으로 살기가 편하고 분명 에집트 보다는 훨씬 좋은 곳입니다. 에집트에서는 거의 모든 시대에 걸쳐서 푼트에 관한 언급이나 그림들이 나타나는데 거의 모든 경우에 풍요롭고 자원이 풍성한 무역상대국으로서 긍정적인 언급을 하고 있으며 두 나라 사이에 침략이나 전쟁이 있었다는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전적으로 평화롭고 조화로운 상태에서 양질의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바람직한 교역국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푼트에 관한 자세한 묘사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왕들의 계곡’근처에 있는 에집트 상류 나일강 서쪽 연안에 있는 디어 엘 바리(Dier el-Bahri) 안의 하슈셉투스(Hatshepaut)여왕의 영안전입니다. 하트셉수트는 남편이 죽은 후 기원전 1479년부터 1458년까지 22년간 18대 왕국의 바로왕으로 통치하였습니다. 에집트에서 여자가 바로가 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투셉수트가 통치한 시대는 번영과 안정의 시기로 이때는 많은 토목공사가 행해지는데 그녀 역시 영안전(the Mortuary Temple)을 위시해 많은 건축물들을 지었고 그것들을 통해 사후에도 기억되기를 바랐던것 같습니다.
아 영안전의 영안실 한쪽 벽에 푼트로 가는 무역사절단과 푼트의 모습들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하투셉투스가 오랫동안 끊어져 있던 푼트와의 교역을 다시 재개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바로로서의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간주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하투셉투스는 다섯 척의 배를 보내서 금, 상아, 야생동물들 그리고 냄새가 좋은 송진과 몰약 등을 수입하도록 하였으며 벽면 조각에는 푼트의 왕인 파라후와 그의 아내 아티도 조각되어 있습니다.
또한 푼트 주민들의 모습도 새겨져 있는데 에집트 사람들보다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짧은 구렛나루와 장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둥 위에 원뿔 모양의 집을 지어 살았으며 기린, 코뿔소, 물소, 표범 그리고 홍해에서 사는 생선 등도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러한 상세한 묘사와 잦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그곳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와 접촉하기에 용이하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는 시사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요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유물들과 기록들을 통해 분명한 역사를 보여주는 에집트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푼트, ‘에덴동산’이 과연 어디일까?하는 호기심과 마찬가지로 푼트는 과연 지금의 어느지역일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그곳을 찾으려는 노력들을 하였습니다.
첫번째로 하투셉투스의 영안전에 조각된 벽화에서 단서를 찾아서 추론하였습니다. 홍해에서 서식하는 물고기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푼트는 홍해를 끼고 있는 아프리카 연안, 지금의 Eritrea나 Djibouti 그리고 소말리아 지역일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마침 에집트에서 수입하였다는 대부분의 물픔들이 이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그럴듯한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푼트는 더욱 내륙으로 들어가서 나일강 상류, 지금의 남수단일런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러한 추론의 근거로는 지금 그곳에 살고있는 딩카(Dinka) 족들이 비교적 키가 크고 우기를 대비해 기둥위에 원추형의 집을 짓고 산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3500여년의 시간적 갭을 무시하고 신체적 조건을 이야기하는데는 무리가 있으며 벽화의 물고기는 홍해에서 사는 짠물고기이지 나일강에서 사는 민물고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옹색한 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주장들이 오가는 동안 푼트의 위치를 아프리의 남부로 한정하여 하투셉투스 영안전의 벽조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찾아보려고 하면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으니 좀더 넓게 푼트에 관한 에집트의 사료들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주장한 것은 도리어 홍해를 끼고 서쪽이나 남쪽인 아프리카 보다는 배를 타고 홍해를 건너 동쪽의 아라비아 연안 지금의 중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편 미크(Meeks)에 의하면 에집트가 수입하였다는 향료들은 남부 아프리카나 이곳 아라비아 반도에서 다 생산되는 것들이며 어떤것들은 이곳에서만 나는 것도 있어서 문제될 것이 없고 아프리카에만 있는 야생동물들은 푼트 상인들이 중개인을 거쳐 얼마든지 중개수출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어디까지나 증거가 없는 추론일 뿐입니다.
푼트의 소재지에 대한 학계의 일반적인 논쟁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푼트는 아프리카일수도 있고 아라비아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고대 예집트 사람들이 그들이 커다란 배를 타고 여행을 하였는데 홍해를 건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만으로는 어디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을 해봅니다.
에집트 사람들은 푼트를 어떤 특정 지역이라기 보다는 이야기에 나오는 것과 같은 모든 것이 풍부한 곳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대에 다른 상품들을 싣고 배들이 들어올 때마다 그것들은 푼트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실제로 푼트는 어떤 특정지역이 아니라 모든 좋은 것들이 다 있다는 상상의 세계이며 에집트에 물자가 풍부해지면 훌륭한 바로(통치자)의 통치로 푼트와의 교역이 잘 되어가는구나 생각할 뿐 그곳이 어디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어느 주장이 옳은지도 알 수 없고 흔적도 남겨놓지 않고 사라져 버린 푼트의 소재지를 알게 된다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듯 합니다. 고대 에집트인들에게 ‘이상향’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할런지 모릅니다. 그러나 에집트에 관한 연구가 더욱 폭넓게 진행되어 언젠가 안개속에서 푼트가 서서히 떠오를런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역사의 미스테리-5. 신비의 땅 펀트(Pu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