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역사의 미스테리/2014년 9월>

<역사의 미스테리> 아홉 번째 이야기

 

나스카 평원의 선들과 그림들

나스카 라인이란?

페루 남부의 나스카 사막에 그려져 있는 일련의 거대한 선들과 그림들을 말합니다. 1939년에 처음으로 외부에 발표되었고 발견되어 199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명된 이 라인들은 남 아메리카 페루의 나스카와 팔파 도시 사이80킬로미터가 넘게 펼쳐져 있는 건조한 고원사막지대에 새겨져 있는데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는 400킬로 남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광활한 사막을 캔버스로 마치 거인이 두 손을 자유자재로 휘둘러 그린듯한 수 많은 선들과 도형들, 새나 짐승들, 꽃과 나무들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들이 수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기원후 400년에서 600년 사이에 이곳 나스카 문명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이들 가운데는 단순한 직선에서부터 복잡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수백개의 그림들이 있는데 사람의 모형은 물론 새, 거미, 원숭이, 라마, 쟈구어, 몰고기, 상어, 고래 같은 동물들과 나무나 꽃같은 식물들의 그림들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은 지름이 200미터 이상이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발견되었나?

방사선 탄소측정을 통해 기원후 400년에서 60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 나스카 라인이 처음 기록으로 나타난 것은 1000여년이 지난 1553년 페드로 씨에자 드 레온 이라는 사람의 저서에서 였습니다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위치를 잘못 기록하는 바람에 찾는 사람 없이 400여년이 다시 지났습니다.

1927년 페루의 고고학자인 토리비오 메히아 제스피가 하이킹을 하러 언덕에 올랐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1939년에 학회에 보고함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스카 라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미국의 역사학 교수 폴 코소크(Paul Kosok)가 고대문명에서의 관개시설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하여 비행기로 이 지역 상공을 지나다가 새 모양의 그림을 확인하면서입니다.

 

거대하고 정교한 나스카 라인에 매료된 코소크는 독일의 고고학자요 수학자인 마리아 라이헤(Maria Reiche)와 함께 본격적으로 이것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으며 누구에 의하여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가? 하는 것을 연구하였으며 다른 고고학자들이나 탐험가들의 연구와 설명들이 뒤따랐습니다만 8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가설로서 인정될뿐 결정적인 정설로 입증할만한 증거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나?

왜 만들었나?하는 의문보다는 어떻게 만들었나?하는 의문은 비교적 쉽게 풀렸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고서는 그렇게 큰 그림을 정교하게 그릴 수 없다. 비행기가 없던 때이니 비행체를 타고온 우주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쩌면 대형풍선을 타고 올라가 지휘하였을런지 모른다며 기구를 만들어 시험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비교적 간단한 도구와 측량기구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고고학적인 발굴을 통해서 라인이 끝나는 곳에서는 나무로 만든 말뚝들이 발견되었는데 방사선 측정을 거쳐 만든 때뿐만 아니라 방법과 동원된 인원의 숫자까지도 계산해 내어 ‘세심한 계획과 단순한 기술로 최소한의 인원으로 그와 같은 거대한 라인들을 짦은 시일안에 만들 수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들의 설명에 의하면 땅위에 새겨진 선들은 양쪽 끝에 박은 말뚝을 줄로 연결하고 줄을 따라 10내지 15센치 정도의 얕은 또랑으로 만들어졌는데 나스카 사막을 덮고 있는 산화된 철분으로 검붉은 색깔을 띠고 있는 자갈들을 긁어내어 흰색이나 회새이 나는 연한 색깔의 진흙들이 들어나게 하여 완연히 구별되는 선이나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긁어낸 안쪽으로는 석회가 섞여있어서 아침 안개에 녹았다가 굳어지면 바람에도 날리지 않아 부식을 막을 수 있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보존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서 500평방 킬로미터의 넓은 지역에 수 백 개의 직선이나 곡선으로 만들어진 식물이나 짐승이나 사람의 모형을 만들었으며 최대 270미터에 이르는 커다란 모형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극도로 건조하고 바람이 없어 변화가 없는 나스카의 특별한 기후(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며 일년 내내 C 25도의 온도를 유지) 덕분에 이러한 라인들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왜 만들었냐?

아직도 기원후 100년에서600년대에 이곳에 살던 나스카 주민들이 왜 이러한 라인들과 그림들을 만들었는가? 그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요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가설을 제시합니다만 일부 시대적인 유행에 편승해서 무책임한 주장을 그럴듯하게 하여 흥미를 끈 사람들도 있습니다.
1960년 70년 대 비행접시와 우주인에 관한 소문들이 심심치 않게 매스콤의 관심을 끌던 때 상공에서만 전체를 볼 수 있는 그림이라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나스카 라인이 소개되자 성급한 사람들은 이곳이 우주인의 지구기착지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라인들은 활주로 표시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더구나 1970년에 나온 영화 ‘The Chariots of Gods ”에서 원저자 다니켄은 고대 페루에는 우주인들이 와서 지냈는데 그들은 고대페루인들로부터 신으로 추앙 받았으며 그들이 우주여행을 위한 기착지가 나스카 라인이라고 주장하여 비행접시에 관한 관심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나스카 라인의 신비는 점증하였습니다.

 

이들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스카 라인의 신비를 풀어보려한데 비해 땅위에 새겨진 나스카 라인을 보면서 나스카 문명을 이룩한 사람들을 연구하며 신비를 풀어보려 한 고고학자,민속학자. 인류학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이것을 만든 사람들은 외계인들이 아니라 1세기부터 이 지역에서 살면서 나스카 문화를 만들다 4세기부터 점차 쇠하여져서 7세기에는 사라져버리고 만 나스카 사람들로서 이 들의 의견들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종교적인 의도에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데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말하자면 기원 1세기부터 7세기까지 이 지역에 살았던 나즈카 사람들이 하늘 위에 있는 그들의 신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라인들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마리아 라이케는 나스카 라인 근처에서 기거하면서 40여 년 동안이나 나스카 라인을 연구하고 보존운동을 펼쳐온 독일의 고고학자인데 그녀는 천문학적인 목적과 칼렌다용 목적을 여기에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이 라인들은 일종의 관측소의 지도와 같은 것으로 어떤 것은 동지와 하지 때 먼 지평선상에 해와 다른 천체들이 뜨는 지점을 표시한 것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옮겨놓은 것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위시한 많은 선사시대의 토착문화에서는 천문학적인 관찰과 종교적인 의식을 위해 쌓은 흙탑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와 유사한 목적의 라인이라는 것입니다.

코소크와 라이케의 이론이 대세인듯 했습니다만 1980년대에 미국의 학자들이 이곳에 와서 연구를 하면서 다른 이론이 나왔습니다. 요한 라인하드(Johan Reinhard)는 1985년에 생태학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지역은 비가 적은 지역으로 항상 물이 귀하여 나즈카의 종교나 경제에서는 옛부터 지금까지도 산이나 물의 근원에 대한 경배심이 대단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그려진 선이나 동,식물의 초상들은 물을 가능케하는 신들에 대한 예배와 관계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물은 곡물의 생산과도 직결되는 것이므로 이 선들은 그러한 신들을 경배하는 장소나 의전과 연결된 것이며 짐승들은 신들이 물을 공급하도록 자극할 수 있는 제물이거나 풍요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또랑같이 약간 파진 선들은 그 옆의 평지들 보다 훨씬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중으로 올라가야 나스카 라인의 전모가 보인다는 재래 주장과는 달리 사막은 분지로 되어 있어 3면이 높은 언덕으로 그 위에 올라가면 눈아래 나스카 라인이 보이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새로리 알아 낸 사실들에서 나스카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선을 따라 걷는 종교의식을 행하였으며 이러한 제일(祭日)에는 주민들이 언덕에 모여서 행열도 보며 축제를 열었으리라는 상상도 하고 있습니다. 제정일치체제의 민족대축제 같은 것이지요. 그러나 1400여 년 전에 사라진 문화이니 아직은 상상일 뿐입니다.

최근에도(2011년과 2012년) 일본대학탐사단들에 의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그림과 선들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들이 나오는가 하면 발굴작업을 하다가 석회로 덮인 부분들을 실수로 깨트려 버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어떠한 새로운 단서들이 발견되어 더욱 그럴듯한 설명이 나올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관심있는 사람들은 빈번해진 관광객들의 방문과 가까이 건설된 고속도로의 영향으로 나스카 라인들이 빠르게 부식되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 등을 연재하였고 현재 <지리로 배우는 미국>와 <명화감상>을 담당하고 있다.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