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역사의 미스테리/2014년 11월>

<역사의 미스테리> 열 한번째 이야기

진시황제의 황릉과 병마총(兵馬塚)

진시황제의 통일 중국

알렉산더대왕이 서방에서 지중해 연안과 중동지방 일대를 정복하여 천하를 통일하던 때보다 한 세기쯤 늦은 기원전 238년에 동방의 중국에서는 22세의 젊은 영정(Ying Zheng)이 진(秦)나라의 왕으로 등극하였습니다. 당시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라 하여 전사(戰士)들이 이끄는 9개의 나라들로 각기 나뉘어서 각축을 벌리고 있었는데 동서교역의 중심지로 중북부 내지에 깊숙이 자리한 시안을 중심으로한 진나라의 왕위에 오른 영정은 10여년 이상 이웃의 나라들과 일련의 전쟁을 거듭하여 마침내 기원전 221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하였습니다.

진나라의 왕 영정은 자신을 통일 진나라의 첫번째 황제라고 하여 진시황제(秦始皇帝)라고 부르고 처음으로 통일된 중앙집권의 봉건국가체제를 수립하였습니다. 봉건계급제도를 마련하고 통치체제를 수립하였으며 황제의 권력을 강화하는 여러가지 조치들을 취하였는데 문자와 도량형, 화폐 등을 표준화 하는 한편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만리장성을 쌓고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집행하였으며 궁전을 새로이 건축하였습니다.

광활한 중국대륙 한 가운데 하얀점이 진시황제의 황릉이 자리한 시안이다.

그런 가운데 비판적이었던 유학자들의 책들을 모두 모아 불살라버리고 말만 일삼는 학자들은 무용지물이라며 죽여버린 분서갱유(焚書坑儒)와 같은 억압정책까지 서슴치 않았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독재를 자행함으로 진시황제는 자연히 국민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었으며 국가경제는 파탄이 났습니다

영생에 대한 집념

진시황제는 말년에 죽음을 두려워하여 전설에 나오는 영생을 보장한다는 ‘불노초’를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불노초’의 소재를 알려주는 정보가 심심치 않게 들어와 그것에 혹한 진시황제는 ‘불노초’를 찾기위해 원정대들을 파견하는가 하면 아무런 성과없이 돌아오면 즉각 처형하기도 하였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진시황제가 ‘불노초’를 찾기 위해 지푸(Zhifu)섬을 세 번이나 직접 방문하였는가 하면 1,000세를 누리고 있다는 신비의 마술사 안기를 찾아 영생의 비법을 알아오도록 수백명의 젊은 남녀들을 보냈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은 신비의 마술사를 찾지도 못했고 빈손으로 돌아오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끝내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들이 일본으로 가서 나라를 세웠다는 것입니다.

신비적인 것들을 좋아하였고 죽음과 ‘악귀’를 두려워 하여 궁전(200여개의 궁전을 가졌다 함) 사이를 이동할 때에는 지하 비밀통로를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악귀’의 눈에 띠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대중들이 보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며 숨어지내기를 좋아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시황제는 기원전 210년 중국 동부지역을 여행하는 중에 50세를 일기로 사구(沙丘平台, Shaqia Pingtaia) 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진시황제의 장수를 연구하는 궁정의사들이 조제한 환약의 부작용으로 죽었다니 사실이라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백성들이 들고 일어날 것을 염려한 총리는 당분간 진시황제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고 은밀히 시신을 시안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썩어가는 시체에서 나오는 악취를 숨기기 위하여 황제의 가마 앞뒤로 썪은 생선을 싣고 가도록 하는가 하면 가마의 커튼을 내리는 등 세심한 주의 끝에 2개월만에 시안에 도착하였습니다.
중국역사기록에 의하면 그의 유해는 시안으로 옮겨져 진시황제를 위한 묘역에 매장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진시황제의 묘가 중국역사상 가장 신비한 것의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진시황제의 묘역

진시황제는 진나라의 왕으로 즉위한 직후부터 자신의 사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하여 묘역을 조성하는 일을 시작하였는데 분노한 백성들의 도굴이나 훼손을 염려한 그와 그의 측근들은 사방을 화려한 궁전으로 둘러싸ㅏ고 거대한 묘역을 조성하였으나 황릉의 위치에 대해서는 일체 비밀에 부쳤습니다. 심지어는 장소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하여 분묘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을 모두 죽여버리기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제의 죽음마져도 숨기고 비밀리에 매장하고나니 진시황제는 ‘영생을 꿈꾸던 얼빠진 황제’로만 기억될 뿐 그의 묘역에 관한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채 세월이 지나고 왕조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기원전 145-90)이 그의 ‘사기(史記)’에 왕으로 등극한 진시황제는 기원전 246년경 부터 자신의 묘역조성사업을 시작하였으며 70만 여명의 인원을 동원하였다고 기록하였습니다. 그의 기록은 계속해서" 진시황은 즉위하자마자 여산에 치산 공사를 벌였다. 지하수를 세 번 지날 만큼 땅을 깊이 파고 녹인 구리를 부어 동판을 깔고 그 위에 안치되었다. 능 안에는 궁전과 누각을 세웠고, 천장에는 하늘의 별과 달의 천문도를 보석으로 장식했으며 아래에는 중국의 산하를 재현하였다. 장인들로 하여금 자동으로 발사되는 기계장치가 된 쇠뇌를 만들게 하여,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발사되도록 했다. 진시황의 지하궁은 기계를 이용해 수은이 흐르게 하여 온갖 하천과 강, 바다를 만들고, 인어기름(도롱뇽 기름으로 추정하고 있다)으로 초를 만들어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진시황제 사후 6세기가 지난후 중국의 지리학자 이도연은 금과 보석이 많이 나는 여산이 첫번째 황제에게 걸맞는 묘역이라고 기록하여 진시황제의 묘가 여산에 있을것이라는 것을 시사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1974년 3월 시안의 서부지역에서 동네우물을 파던 농부들이 13피트쯤 파고내려 갔을 때 깨진 동상을 발견했는데 옛 군복을 입은 자신들과 비슷한 남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일을 멈추고 당국에 보고하여 전문가들이 현장에 출동하여 계속 발굴해 보니 실물 크기의 점토로 빚어 구어 만든 군인, 말, 나무로 만든 전차, 그리고 수많은 말들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운동장 같은 넒은 지하 웅덩이에 열을 지어 서있었으며 어떤 것들은 전투대형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일대를 계속 발굴해 본 결과 현재까지 3개의 커다란 웅뎅이에서 8,000여명의 군인들과 50여 마리의 말들이 끄는 130여 대의 전차들 그리고 150여 마리의 기병들을 위한 말들이 점토로 조형되어 있는것을 발굴하였습니다. 아주 섬세한 각기 다른 얼굴표정에 정교하게 다듬은 갑옷들이나 무기들을 든 군인들이 부분들을 따로 만들어 조립하는 식으로 만들었지만 얼굴의 표정과 자세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였고 제작자의 날인까지도 찍혀 있었습니다.수 십명 수 백명씩 줄지어있는 장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지역의 웅뎅이에서는 군인이 아닌 다른 신하들이나 무용수, 음악가 씨름꾼 들과 같은 일반인들의 점토 자기동상들도 계속 발굴되었습니다.

이러한 점토 자기동상들의 발견과 함께 확인된 것은 진시황제를 위하여 조성한 묘역의 황능의 소재입니다. 황릉을 처음 쌓았을 때에는 사방이 호화로운 궁저들로 둘러쌓인 지상 200미터의 높은 능이었다고하나 2200여년의 세월가운데서 여러차례 약탈의 과정을 거치면서 여산 기슭에 70미터 정도의 수풀덮인 나지막한 언덕이 되어버렷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인근 지역에서 부장품으로 보이는 유물들이 계속 발견되었고 공중에서 X선 투시 촬영을 한 결과 진시황제의 묘지로 보이는 에집트의 것과 같은 거대한 피라밋과 진시황제 궁전의 모형들이 들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시안에서 35킬로 동쪽 린퉁에 자리한 이 황능은 리산 아랫자락에 자리한 거대한 구조물로서 중국정부의 보호아래 있는 거대한 고고학적 단지로 유네스코가 제정한 1급 문화유산입니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아직도 중국정부는 진시황능의 발굴을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변의 부장물들을 발굴되어 진시황제의 황능으로 확인되었음에도 현재로서는 그것들을 발굴할만한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굴을 허가하지 않아 진시황제의 무덤은 아직도 신비속에 깊이 쌓여있습니다.

점토 군마

기원전 5세기 경부터 진나라의 수도로 세워진 시안은 중국의 중서부 내륙 깊숙이 자리한 도시로 진시황제가 통일하기 전에도 강력한 진나라의 수도였고, 통일 후로는 계속 중국을 통일했던 여러제국들의 수도였으며 로마제국의 전성기로부터 19세기 함대를 이끌고 몰려온 열방들에 의해 해안도시들이 개방되기까지 중국과 서방 사이의 무역로였던 실크로드의 시발점으로 2000여년을 지내오면서 강력한 부와 권력을 휘두르던 지역입니다.

이곳에서 35마일 동쪽에 자리한 여산 근처에서 발견된 점토 군마들은 진시황제의 황릉의 위치발견으로 이어지면서 2000여년 이상 땅속에 묻혀있던 진시왕제의 신비가 열릴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아직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발견된 점토군마만으로도, 조각상들의 섬세함과 놀라운 규모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중국을 다시 보게끔 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세계적인 고고학적 발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사후의 삶을 믿는 고대의 중국신앙과 절대적인 관계가 있는것으로 죽은 후에도 지하세계에서 생시와 똑같이 산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여 고대인들의 공통된 신앙이었습니다. 그래서 무덤에다 생활에 필요한 부장품들을 함께 넣었으며 그것들이 도굴꾼들의 대상이 되어온 것은 잘아는 사실입니다. 고대중국에서도 무덤을 마치 살아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 정리하여 놓았습니다. 그래서 부자들일수록 생전의 생활상을 알수 있도록 가구들이나 귀중품들을 들여다 장식해 놓았으며 권력과 재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무덤을 고가품들로 더 잘 치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대인들의 장례관습들 가운데는 주인의 사후의 삶을 돕기위하여 살아있는 종복들이나 시녀들, 심지어는 애완견들 까지도 함께 매장하였었는데 점차 나무나 돌로 만든 조각상들로 대치되어 왔습니다. 여기에서 발견된 점토 인물상들은 그러한 장례습관의 일환으로 실제인물대신 모형으로 대치한 것인지 아니면 추가해서 점토 군마와 하인들을 만들어 배치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장례관습은 죽음 이후의 삶을 문자적으로 이 세상의 삶의 연속으로 이해한데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훌륭하고 호화로운 묘지를 꾸미는 것으로 연결되었는데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에집트의 피라밋입니다.

점토 병마에 관한 기록은 중국의 역사기록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어서 2,3세기 전부터 가끔 부서진 점토 조각상들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고 여산에서 1마일이나 떨어진 곳이어서 아무도 진시황제의 부장품이 그곳에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진시황의 측근들은 무덤의 비밀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서 매장 직후 능 안의 모든 문을 잠가서 매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그 안에서 생죽음을 당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실제 무덤 주변의 수은 함량치가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게 탐지되는 것으로 보아 그것이 사실일 것이라 말합니다.

어쩌면 ‘불노초’를 구하지 못한 진시황제는 지하묘역에서 ‘천년, 만년 살고지고’라고 생각했었던가? 지상에는 아방궁을, 지하에는 온 천하와 궁궐들을 만들어 놓고 왕의 친위대와도 같은 점토병마들로 철통같이 지키도록 하였으니!. 하지만 진시황릉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이런것들이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 시황제의 시신이 묻혀있는 황릉. 이 언덕 밑에 커다란 피라밋과 모조 궁궐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중국정부의 발굴허가가 나지 않아 진시황제 황릉의 신비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 등을 연재하였고 현재 <지리로 배우는 미국>와 <명화감상>을 담당하고 있다.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