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비밀(14)
창세기 벽화들을 둘러싸고 있는 12명의 선지자들(1)
시스틴 채플의 천정벽화는 가운데에 있는 창세기의 창조와 관련된 9개의 그림을 중심으로 천정 네 모퉁이에는 지난 번에 설명한 네 개의 그림들이 자리하고 있고 입구와 끝 강단 바로 위에는 유대의 선지자 스가랴(미켈란젤로의 비밀 7 참조)와 요나(미켈란젤로의 비밀 8 참조)가 자리하고 있으며 양쪽 옆으로 각각 선지자 5명씩 10명이 자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12명의 선지자들이 중앙의 그림들을 둘러싸고 있는 구도이다.
이들은 누구이며 왜 그들이 많은 예언자들 가운데서 선택되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12명의 선지자들 가운데는 구약에 나오는 선지자들 7명과 옛날 그리스, 로마, 에짚트, 바벨로니아 등에서 예언을 하였거나 신탁(信託)을 전하였다고 알려진 12명의 여자 사제(司祭, sibyl)들 가운데 5명이 들어 있다.
교황 쥴리우스 2세가 처음 미켈란젤로에게 천정벽화의 제작을 의뢰하였을 때에는 예수의 열 두 제자를 중심으로 그려달라는 주문을 하였다는데 그대로 제작되었다면 아마도 현재 열 두 선지자들의 자리가 열 두 제자들의 자리가 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미켈란젤로는 예수님의 오심을 예언한 구약의 예언자들과 함께 이방인들의 여 사제들을 대신 그려 넣음으로써 예수님의 오심을 보다 우주적인 사건으로 극대화 할 수 있다고 교황 자문위원들을 설득하여 미켈란젤로의 생각대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시스틴 천정에 자리 잡은 예언자들의 밑에는 미켈란젤로가 친절하게 이름들을 적어 놓았는데 너무 높기도 하고 전체 구도에 비하여 글자들이 너무 작아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하고 지나칠 우려가 있어 먼저 각자의 그림과 함께 이름과 그들이 어떤 인물들인지를 살펴보고 후에 그들을 그려 넣은 미켈란젤로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교(異敎)의 여 사제(司祭)들
미켈란젤로 시대에는 기독교의 여 사제 두 명을 포함하여 12명의 여 사제가 잘 알려져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이교도 여 사제 다섯 명만이 그려져 있다. 그들은
1. 델피의 여 사제(The Delphic Sibyl)
젊고 아름답고 성적인 매력을 지닌 델피의 여 사제는 금색과 하늘색의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델피 신전의 여사제이지만 델피의 신탁을 전하였다는 유명한 아폴로의 여사제 피디아와는 다른 사제이다. 다른 여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지명 외에는 특별한 이름이 없으며 모자 뒤로 흘러나온 황금색 머리카락으로 보아 태양신 아폴로의 딸로 추측 한다. 그녀가 들고 있는 두루마리가 시사하듯 버질의 서사시 Aeneid에 그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2. 에리트리안의 여사제(The Eritrean Sibyl)
아브라함의 고향인 갈대아에서 태어난 바벨론의 사제로 현재의 이락에 해당된다. 델피의 사제와 마찬가지로 남자에 못지 않은 팔뚝을 가진 근육질의 여인이다. 미켈란젤로의 이상형은 남자나 여자나 근육이 잘 발달된 육체임을 알 수 있다. 그 녀는 나무 잎에 예언을 적었다고 하는데 첫 번째 글자들을 합쳐보면 예언의 키 워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그림에서는 펴 놓은 책의 첫 글자가 Q인 것을 볼 수 있다.
3. 페르시안 여 사제(The Persian Sibyl)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을 미리 알았다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나이가 많은 여인으로 그려져 있으며 책 읽는 것으로 보아 사팔뜨기인 듯 하다. 책 밑의 어두운 색갈의 작은 천사는 무척 놀란듯한 표정을 짖고 있다. 나이가 많은데도 옷 밖으로 불거져 나온 팔뚝을 보면 역시 근육질이다. 메켈란젤로의 그림임을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4. 리비아 여 사제(The Libyan Sibyl)
에짚트의 리비아 사막이란 곳에서 온 사제이다. 프루타크 영웅전에 보면 알렉산더 대왕이 그녀에게 상담을 청하자 그녀는 알렉산더가 위대한 정복자가 되어 에짚트를 통치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한다. 그녀가 하였다는 “숨겨져 있던 것들이 밝히 들어날 날이 온다”는 예언이 잘 알려져 있는데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그림들 속에 숨겨 논 것들이 밝혀질 날을 상상하면서 이 그림을 그렸을런지도 모른다.
5. 쿠마에 여사제(The Cumaean Sibyl)
가장 나이 많고 유명한 예언자이다. 로마의 예언자로 간주되고 있다. 여 사제들의 예언을 책으로 엮어서 전설적인 로마의 왕인 Lucious Tarquinus에게 판 사제이다. 여기에서 미켈란젤로는 이 로마의 여 사제에게 교황 쥴리우스 2세의 가문인 Rovere 집안의 색갈인 하늘색과 금색 의상을 입혀서 쿠메안 사제를 쥴리우스 교황으로 상징화 하였고 왼쪽 어깨 너머에 있는 작은 천사로 하여금 여 사제를 향하여 선지자 스가랴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가락질 하도록 그렸다.
희랍의 지배를 상징하는 델피의 여 사제는 유대인들이 희랍의 지배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하누카의 원인이 된 쥬디스 홀로퍼니 그림 옆에 자리하고 있으며 에짚트의 리비아 여 사제는 에짚트로부터 자유롭게 된 유대인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모세가 만든 구리 뱀 그림 옆에 자리하였다. 중동 바벨론의 에리트리아 여 사제의 그림은 고대 이스라엘의 동쪽 중동에 자리하여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팔레스틴의 장수를 맞아 물리친 다윗의 그림 옆으로 배치하였다. 페르시안 여 사제는 고대 페르시아 일대의 유대인들을 학살하려고 하였던 하만과 유대인들을 구원한 에스더의 그림 옆에 배치하였다. 그리고 네 모퉁이에 있는 그림들과는 관계가 전혀 없는 로마의 쿠마에 여 사제는 멀리 떨어진 한 가운데 자리에 배치한 것을 볼 수 있다.
히브리의 일곱 선지자들
히브리의 일곱 선지자들은 스가랴와 요엘, 이사야, 에스겔, 다니엘, 에레미아 요나 등이다. 여기에서 구약성서에 나오는 많은 히브리 예언자들 가운데 왜 이들을 선정하였나 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스가랴나 요나는 이미 언급한대로 미켈란젤로의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 선정하였다 하드라도 메시야로서의 예수의 오심을 예언한 예언자들을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요엘이나 예레미아 보다는 미가, 에즈라, 호세아, 아모스, 말라기 같은 선지자들이 더 적합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우선 여기에 그려진 선지자들에 대하여 간단하게나마 먼저 알아보자.
A. 스가랴 선지자
“하나님이 기억하셨다”는 뜻을 가진 스가랴는 유대인들의 신앙을 말살해 버리려는 물질적인 세상의 제국들을 향하여 네 모퉁이의 그림과 같이 어떠한 경우에도 하나님은 유대백성을 기억하시고 구원하신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스가랴의 화려한 의상이 교황 쥴리우스 가문의 색갈과 일치한다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비밀(7)>에서 이미 언급하였다.
B. 요엘 선지자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다’란 뜻을 가진 요엘은 물질적인 세계와 영적인 세계의 관계를 말해주고 있는데 우리들이 오감으로 인지하는 것들의 뒤에는 언제나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있다.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강조하는 요엘은 '주의 날'에는 하나님이 대적들을 처부수고 신실한 자들에게 큰 은혜를 베푸실것을 예언하였다.
C. 이사야 선지자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라는 뜻의 이사야는 유대인들이 견디어 내어야 할 무서운 패배와 고통을 경고하면서 그래도 신앙을 지킬 것을 강조하였다. 이 그림에서는 등뒤의 작은 천사가 한 손으로 뒤를 가르키면서 이사야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는듯한 모습이 보이는데 그것은 아마도 예루살렘과 성전이 파괴되었음을 알리는 어린 천사의 슬픈 소식에 씁쓸한 표정을 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사야는 책을 접으면서도 완전히 접지 않고 다시 펼칠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D. 에스겔 선지자
‘하나님은 나의 힘’이시라는 뜻의 에스겔은 고통받는 유대백성들에게 종국에는 에루살렘으로 돌아가 세번째 성전을 짓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며 최후 승리할 때까지 제 길을 지키라고 권면한다. 깜짝 놀라 읽고 있던 두루마리를 놓아버린듯 왼손은 아직 두루마리를 움켜 쥐고 있고 고개를 돌린 에스겔은 어린 천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듯 한데 천사는 손을 들어 위(힘의 근원이신 전능하신 하나님)를 가르키고 에스겔의 오른 손은 위를 향해 넓게 펴져 있다.
E. 다니엘 선지자
‘하나님이 심판하셨다’라는 뜻의 다니엘은 느부갓네살 왕이 이스라엘을 정복하고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바벨론으로 끌어 갔을 때 가장 준수하고 지능이 뛰어난 이스라엘의 젊은이였다. 다니엘서 5장 1-28절에 나오는 것과 같이 느부갓네살 왕의 만찬장에 하나님의 손이 나타나 벽에다 "메네 메네 터켈 우바신”이라고 썼는데 다니엘만이 이것을 해석할 수 있었다. 그것은 느부갓네살 왕의 죄를 보시고 곧 멸망케 하시리라는 것이었다. 그 후 바벨론 왕국은 멸망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지로 돌아가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다니엘은 장차 올 구원의 상징이고 하나님의 말씀은 잘 받들고 지켜야할 귀중한 말씀이다.
F. 예레미야 선지자
‘하나님이 나를 높이신다.’ 또는 ‘내가 하나님을 높인다’라는 뜻의 예레미야는 모든 예언자들 가운데 성직자들과 지도자들의 부패를 가장 격렬하게 질타한 예언자이다. 그의 경고대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심판하시어 예루살렘을 파괴하시고 성전을 불태우셨으며 백성들은 붙잡혀 갔다.
유다의 멸망을 보며 수심에 잠겨 있는 예례미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G. 요나 선지자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리라’는 그의 이름은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들어내고 있다. 요나는 니느웨 성에 가서 회개를 웨치라는 명령을 받아 놀랐다. 그러나 그가 더욱 놀란 것은 니느웨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회개하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신 것이었다."유대인이나 이방인을 막론하고, 이 큰 도시에 자비를 베푸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냐" 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요나서는 결론을 내린다. <미켈란젤로의 비밀(8)>을 참조
창세기 벽화들을 둘러싸고 있는 12명의 선지자들(2)
미켈란젤로는 분명 이들 열 두 명을 선택한 나름대로의 선정 이유가 있겠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것을 밝히지 않았다.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이때에 추측의 근거로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것이 미켈란젤로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유대교의 탈무드 나 카발리아의 사상에 비추어 보는 것이다.
이미 언급한대로 미켈란젤로는 교황 쥬리우스 2세를 로마권력의 상징이며 바티칸의 부패하고 위선적이며 비관용적인 권력의 화신으로 보았다. 여기에서 그는 천정벽화의 주제가 교회를 통한 세계의 구원이라고 교황 자문단에게 이야기 하였지만 그가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당시 부패한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던 세상이 장차 구원받기를 바라는 그의 간절한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공공연히 들어내 놓을 수는 없으므로 그런 뜻을 교묘하게 삽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히브리 사상 가운데서 7이란 수 자은 여러모로 중요한 숫자이다. 하나님이 세상의 만물을 창조할 때 7일 동안에 만드셨다. 그것은 영적인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일곱 선지자는 그러한 역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예루살렘 성전 안에는 일곱 금 촉대에 촛불을 켜놓게 되어 있다. 15세기에 지은 시스틴 채플 안에도 이미 대리석으로 만든 일곱 촛대에 불이 켜져 있었지만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만든 일곱 촛대로 채플을 환희 밝힌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천정 사방에 일곱 선지자들을 그려 넣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감시하고 이스라엘 자녀들을 보호하는 일을 맡은 자들로서 유대교의 카발라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들을 위협하는 것들이 일곱 방향에서 온다고 한다. 즉 동, 서, 남, 북과 위, 아래 그리고 내 속에서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일곱 선지자들이 일곱 방향으로 감시하는 책임을 맡도록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7명의 선지자들을 그려 넣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7이라는 숫자는 그러한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왜 구약에 나오는 16명의 예언자 가운데 이들 7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은 그대로 남는다. 예수의 오심을 예언한 선지자라는 기준은 미가나 하박국, 말라기 같은 선지자들이 빠져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여기에서 또다시 카발라를 인용하여 설명하는 해석이 있다. 카발라에 의하면 하나님과의 합일에 이르는 생명나무에는 일곱 단계가 있는데 예언자들을 이에 맞추어서 선정했으리라는 것이다.
그 일곱 가지 단계(Middot)란
첫째 물질적인 세계 또는 물질적인 성공과 만족을 나타내는 뜻의 ‘제국, 왕국’을 의미하는 Malchut의 단계로 ‘스가랴’ 선지자는 이스라엘을 멸망시키려는 세상의 제국들을 향하여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기억하고 구원하시는 분임을 강조한 선지자였기에 이와 일치한다고 보았고
둘째 단계는 물질적인 세계를 초월하는 영적 욕구가 시작되는 기반으로서의 ‘기초”를 의미하는 Yesod의 단계로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강조하고 “하나님은 하나님”이라는 뜻의 요엘이 생명나무의 기초로서 어울린다고 보았으며
셋째 단계는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신앙을 지킬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영광’을 의미하는 Hod의 단계로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시다”라며 어떠한 고통도 견디고 신앙을 지키라고 독려한 이사야 선지와 잘 조화되며
넷째 단계는 물질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을 막론하고 성공을 위하여 계속 노력하는 ‘승리’와 ‘영원’을 의미하는 Netzach의 단계로 “하나님은 나의 힘”이라며 최후의 승리를 예언한 에스겔 선지가 잘 상징한다고 보았고
다섯 번째 단계는 생명나무의 중심이 되는? ‘아름다움’으로 균형을 이루고 조화를 이루는 Tiferet의 단계로 유대에서는 젊은 미소년 다니엘이 준수하고 지능이 뛰어난 아름다움의 상징이었기에 여기에 어울리는 선지자였고
여섯 번째 단계는 생명나무의 남성적인 힘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적인 사람들이 옳고 그른 것과, 순결하고 더러운 것 그리고 거룩한 것과 세속적인 것 사이에서 신앙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제한을 받을 때 ‘힘을 얻게 되는’ G’vurah의 단계로 “하나님이 나를 높이셨다”며 성직자들의 부패를 가장 강열하게 비판하였던 예례미야가 이에 통한다고 보았으며
일곱 번째 단계는 생명나무의 여성적이고 보살펴 주는 요소로 G’vurah와 보다 수동적이고 융통성이 있지만 실제로는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비심, 동정심, 사랑과 친절’을 의미하는 Chessed의 단계로 유대인이나 이방인을 막론하고 자비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보여 준 요나가 제격이라고 생각하여 선택하였으리라는 것이다.
일곱 명의 히브리 예언자들은 그렇게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다섯 명의 이방인 여자 예언자들은 어떻게 선정된 것인가?. 예언자라는 번역으로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 밖에 없지만 당시 여자 예언자란 한국의 무당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구약의 예언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으며 히브리인들을 압박하던 이방인들이라는 점에서도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고 당시 교회의 그들에 대한 이해 역시 그러하였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이들을 예언자들과 나란히 배치함으로 동격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뿐 아니라 눈 여겨 보면 그들 사이에 공통점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가 두루마리나 책, 또는 문서 등을 보거나 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읽고 쓰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지성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히브리의 탈무드 전통과 희랍의 고전을 비롯하여 이교도들의 전통에도 심취하였던 미켈란젤로는 모든 종교의 예언들이 예수의 오심으로 귀착된다기 보다는 나름대로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황 쥴리우스가 보로나 성당 앞에 세울 자신의 동상을 미켈란젤로에게 부탁하였을 때 그는 교황에게 ‘책을 들고 있는 동상’을 원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때 교황의 대답은 ‘칼이 났지, 나는 학자가 아니야’ 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 일 이후 미켈란젤로가 처음으로 쥴리우스의 부탁을 받아 일을 하게 된 것이 시스틴 채플 천정벽화였는데 평소 전쟁을 좋아하는 쥴리우스 교황을 경멸하던 미켈란젤로가 반 지성적인 교황을 조롱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히브리 예언자들과 이방의 여자 예언자들까지도 지성을 가춘 인물들로 그리면서 교황을 한껏 조롱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을 연재하였고 <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을 연재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비밀(14 )-창세기 벽화들을 둘러싸고 있는 12명의 선지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