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미스테리> 열 세번째 이야기

튜린의 수의(壽衣,The Shroud of turine)

튜린의 수의란

북부 이태리의 튜린(Turin)에 있는 성 세례 요한 성당에는 아마포 섬유(flax fibrils)로 직조되어 있는 길이 약 4 미터, 넓이 약 1 미터 정도의 직사각형 천(직물)이 보관되어 있는데 예수의 장례식 때 사용된 수의로 알려져 있는 유물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밖혀 죽으셨을 때 예수님의 몸을 감싸서 아리마대의 무덤에 눕혔던 그 수의라고 믿고 귀히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천의 특징은 두 손을 아랫배 위로 접어 올려놓은 남자 나체 이미지가 앞뒤로 희미한 갈색으로 찍혀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 남자의 형상이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긴 수염의 예수의 모습과 비슷하여 예수의 수의임에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예수와 관련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던 십자군 이후, 중세기에는 한때 예수의 수의를 보관하고 있다는 성당들이 40여 곳이나 나타났지만 교회 당국의 조사나 현대과학기술의 검증을 거치는동안 거의 모두가 위조품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튜린의 수의’ 역시1988년 튜린 당국이 인가하고 대영 박물관이 감독한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 분석 결과 방사성 탄소의 연대가 서기 1260년에서 1390년 사이로 추정되어 예수의 수의라고 하기에는 약 1300년의 시차가 존재하여 수의는 위조품일 가능성이 많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위를 확인 못한채 유일하게 ‘예수의 수의’의 가능성을 남겨둔 신비의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튜린의 수의의 역사

예수의 수의에 관한 최초의 언급은 요한복음 20장 6장과 7절에 나타나는데 “시몬 베드로는 따라와서 무덤에 들어가 보니 세마포가 놓였고 또 머리를 쌌던 수건은 세마포와 함께 놓이지 않고 딴 곳에 쌌던대로 놓여 있더라”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 후 신약의 복음서에는 수의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지만 2세기에 한동안 크리스천들에게 읽혔던 ‘히브리 복음서’(경외전)에서는 예수가 세마포를 베드로에게 주었다는 기록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 후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려진 것을 보면 터어키의 동남쪽 에데사 일대에 시리안들을 중심으로 여러 종족들이 아브길 왕의 영도하에 에데사 왕국을 세웠는데 1세기에 이미 예수의 제자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여 기독교가 번성하였다고 합니다. 4세기 경에 에데사의 왕이 사도 다대오가 전해주는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천을 받고 한센병이 나았다는 기록이 시리안 사본에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 후 ‘수의’에 관한 기록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으나 이 지역에서는 6세기 경부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때까지 예수의 초상은 수염이나 구례나루가 없는 젊은 얼굴이었는데 수염이 달린 예수상으로 바뀌었고 그것이 동방정교회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서방카톨릭교회에 까지도 퍼져서 오늘날 우리들이 흔히 보는 수염달린 예수상으로 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수염과 구레나루가 난 예수상의 모델이 무엇인데 5세기 이상을 내려오던 모델을 바꿔버릴 수가 있었을까? 여기에서 에데사 왕에게로 전해졌던 수의에 박힌 예수의 흔적이 사람의 손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죽음과 부활의 과정에서 기적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절대적인 권위를 당시 사람들이 인정했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입니다.

수염과 구렛나루가 없는 젊은 예수상(왼쪽)과 동방정교회의 공식 아이콘인 예수상(오른쪽)

극도의 보안속에 에데사의 어떤 곳에 보존되어 있던 ‘수의’가 콘스타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동방정교회 최고의 성당 소피아가 완성되면서 944년 이곳으로 옮겨져 1204년까지 보관되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제4차 십자군 침공시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수의’의 행방이 묘연하였었는데 이 천이 당시 프랑스의 귀족으로 존경받던 죠프리 드 샤아니(Geoffrey de Chanrny)의 소유라면서 ‘예수의 수의’라고 프랑스의 리레이 성당에 처음 나타난 것은 1353(또는 55년이라고도 한다)년이었습니다.

최근에 발견된 문헌에 따르면 1205년 4차 십자군의 기사 오송 드 라 로쉬가 이 수의를 아테네로 옮겼으며 그의 후손인 잔느 드 베르지가 1353년 리레이의 귀족 샤아니와 결혼함으로 공동소유가 되었고 샤아니의 후손들이 1452년 수의 소유권을 이태리의 사보이 왕가에 넘겼다는 것입니다.

1532년 프랑스 상베리의 사보이 대성당의 화재로 수의는 손상을 많이 입어 수녀들이 수선하였고 1578년 사보이 왕가는 토리노를 수도로 정하고 이때 수의도 옮겨와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580년 이후로 수의는 400년간 11차례 정도만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논란의 초점들

수의가 존재했다는 것은 기록되어 있는 분명한 사실이요 현재 튜린의 성 세례 요한에 보존되어 있는 천에는 예수와 같은 모습의 남자의 이미지가 들어있으니 예수의 수의에 틀림없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장로교회의 창시자인 요한 칼빈은 만약 그 수의에 예수의 상이 새겨져 있었다면 그 중요한 사실을 세마포를 보았다는 사실과 함께 이미 복음서에 언급되었을텐데 전혀 그런 언급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러한 죽음가운데서 부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기적같은 사실을 초대교회의 경건한 역사가들이 빼먹고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는 것도 믿을 수 없으므로 ‘튜린의 수의’가 진품이라는 주장은 납득이 안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튜린의 수의의 진위 여부를 놓고 찬반논쟁이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내려온 성의이기에 그 1300여년 동안의 끊어진 공백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으며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하는 의문이 남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튜린의 ‘수의’는 카톨릭 교회당국의 ‘위조품’이라는 판정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유일한 ‘수의’로 남아있습니다.

과학적인 검증

튜린의 수의가 보관되어 있는 채플(왼쪽)과 1898년에 찍은 사진(오른쪽)

그런가운데 최근에 와서 과학적인 검증이 이루어지면서 다시 ‘예수의 수의’는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중세기 교회당국의 자체검열을 거치면서 위조품이라는 판정을 받지 않고 거의 500여년 동안 튜린의 성당에서 ‘예수의 수의”로 보존되어오던 이 천이 논란의 대상이 된데에는 우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1898년 이탈리아의 아마츄어 사진사 세콘드 피아가 수의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한 것이 계기가 된 것입니다. 튜린 성당의 건립 4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특별성화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변호사요 아마츄어 사진사였던 세콘드 피아가 소유자인 이태리왕 움베르트 1세의 특별허가를 받아 ‘튜린의 수의’를 처음 촬영하였는데 그는 이 사진의 원판에서 맨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여러가지 흔적들을 찾아 내었습니다.

한 전문가의 설명에 의하면 “사진은 죽은 남자의 나체(裸體)를 앞뒤 이중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남자의 머리 위에는 수많은 날카로운 물건에 찔렸음을 보여주는 상처 자국이 있는 것 같다. . . . 오른쪽 어깨에는 매우 무거운 물체를 운반한 데서 생긴 듯한 심한 멍이 있다. . .. 목에서 장딴지까지 심하게 매질당한 흔적이 있고 손목과 발을 관통하는 못자국 그리고 팽창된 흉곽까지 이 모든 것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 묘사한 바로 그대로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토리노 수의의 눈 부위에 동전 모양이 발견되었는데, 이 동전은 로마의 렙튼으로 기원 29-32년 빌라도 총독이 발행하였고,팔레타인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다시 발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수의의 정확한 시대를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발명된지 얼마 안되는 사진술에 의해서 놀랍게도 ‘토린의 ‘수의’가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들이 나오자 교황 12세는 수의에 나타난 이미지를 “Holy Face of Jesus”라고 공식 선언할 정도였습니다.

STURP 프로젝트

이에 ‘수의’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 40여명이 STURP(The Shroud of Turin Research Project Inc.)라는 기구를 만들어1978년 튜린의 수의에 접근하여 다방면에 걸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교황청은 ‘신비로운 수의’를 이렇게 과학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요 마지막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며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과학자들로 자신들의 연구실에서 전공분야에 따른 분석을 진행했으며 독자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사용하였고 토론을 거쳐 결론을 유도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던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법의학자 로버트 부클린 박사는

“이 사람은 몸무게가 약 80킬로그램에 키가 180센티미터 정도 되는 코카서스 인종 남성이다. 상처 부위는 다음과 같다. 머리꼭대기에서 시작해 머리 뒷부분 그리고 이마에 생긴 수많은 창상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남자는 얼굴 부위를 얻어 맞았고 한쪽 뺨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의심할 바 없이 그는 검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계속된 검시관의 보고서는 로마인들이 예수를 매질한 부분과 관련된 성서의 모든 설명과 일치합니다. 가시 면류관을 썼던 것, 십자가를 짊어져서 생긴 찰과상, 십자가형을 당하러 가는 길에 자갈길에 쓰러져 생긴 찰과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마 병사가 예수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른쪽 옆구리를 창으로 찔러 생긴 상처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해 우리가 성서를 통해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그외에도 이들의 발견을 요약하면:

섬유에서 색소나 페인트나, 물감 또는 염색 등에 의한 얼룩 들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섬유에 X레이나 형광 또는 소량의 화학물질을 사용 해 본 결과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 페인트를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음이 판명되었고 자외선과 적외선 검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습니다. 수의의 얼룩들은 진짜 사람의 핏자국으로 황달에 걸렸거나 가혹하게 매질을 당했을 때 분비되는 빌라루빈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VP-8이미지 분석이라는 컴퓨터 이미지 분석에 의하면 일반 사진들이 모양과 색상에 관한 2차원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데 비해 이 이미지는 채찍을 맞고 찔림을 받았다는 것 등?3차원의 정보까지 제공하여 3차원의 초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가 천 위에 새겨질 때 완전히 무작위적인 과정에 의해 이루어졌으므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전혀 알수가 없고 이 이미지는 방향성이 없어서 인간의 손으로 앞,뒤나 옆으로 붓을 놀리며 그렸을 가능성도 전혀 없었습니다.

‘수의’의 먼지와 화분을 검사한 결과 유럽지역의 꽃가루들과 함께 유대지방이나 남부 터어키의 에데사 지역에서만 자라는 꽃의 가루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직물 자체를 분석한 결과 12세기 이후에 나온 직물 종류라는 이전의 분석과는 달리 기원 2000여년 경에 이미 피라밋에 안장된 미라를 쌌던 붕대와 같은 방식으로 직조되어 있었습니다.

어떻게 남자의 이미지가 천에 찍혔고 2000여년이 지난 후에도 뚜렸이 볼 수 있을까?를 규명하는데는 실패하였습니다. 이미지를 재생할 수도 없었고 결국 ‘초자연적’ 방법으로 새겨졌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1988년에 시행된 방사선 연대측정이었습니다. 1260-1390사이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진품’에 가깝다는 STURP 관련 과학자들의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위작’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 후 보다 자세한 측정방법이 발견되고 이 천이 1532년에 화재로 거의 타버릴뻔 했으며 당시에 보관중이던 은제 상자의 뚜껑이 녹아 천 위에 떨어져 있을뿐 아니라 후에 수녀들에 의해 다른 천을 대고 수선하였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며 방사선 연대측정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는데로 무게가 실어지고 있습니다.

맺는말

그러면 다시 측정해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생기겠지만 소유권을 가진 교황청이 아직까지는 허락을 하지 않습니다. 이미 STURP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그러한 전제 아래 처음으로 모든 것을 공개하였던 교황청으로서는 하나님의 신비로운 역사(役事)를 인간의 과학기술로 해명해 보겠다는 것이 신성모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모든 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과학으로서는 진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보다도 ‘초자연적’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었던 이미지의 형성방법에 대한 호기심을 접을 수가 없는것입니다. 종교와 과학의 긴장가운데서 어쩌면 ‘예수의 수의’는 그 신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400여년 동안에 11번만 공개되었으면서도 1978년에는 과학자들에게 완전히 공개되었던 이 수의를 프랜치스코 교황이 2015년 6월 21일에 참배할 예정이라고 교황청은 지난 11월 발표하렸습니다. “수의 위에 새겨진 사나이가 나사렛 예수에 관해 묵상하도록 우리를 초청한다”고 발표한 프랜치스코 교황은 ‘튜린의 수의’의 진위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파격적인 행보를 계속하는 프랜치스코 교황이 수의를 참배하면서 어떤 조치가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현재로서는 진위의 규명이나 사실의 확인보다는 가능한한 주어진 자료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부는 독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성급하게 스스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