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신의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5)'

엘람의 수도였던 수사(Susa)

구약성경에 나오는 ‘에스더’의 무대는 아하수에로 왕때의 수산 궁전입니다. 또한 구약에는 수산은 엘람의 수도라는 기록도 나옵니다. 여기에 나오는 수산이 메소포타미아의 평지와 페르시아의 고지 사이에 있는 수사(Susa)로 오늘날 이란의 남서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Khuzestan 평원지대인 이 지역에는 너덧개의 흙으로 덮인 커다란 언덕들이 널려 있는데 1850년 이후 여러차례 발굴이 진행되면서 여러가지 사실들이 알려졌습니다. 그 가운데 수산의 북쪽 언덕에서는 페르시아의 대제 다리우스 1세(522-486BC)가 재건한 도시가 불탄 후 새로 지은 궁전이 발굴되었습니다.

도시의 많은 건물들이 다리우스의 후계자인 Artaxexes 1세(465-424)때에 불타버렸는데 그 후 지은 궁전이 있는 여기에서는 궁전과 함께 역시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니엘 선지자의 무덤이라는 곳도 발견되었습니다. 다니엘은 젊었을 때 페르시아로 끌려가 왕실에서 보낸 선지자입니다. 물론 19세기 말, 초기 발굴과정에서 지금이라면 소중한 단서들이 될 것들을 쓰레기로 버려 수사의 기원에 대한 연대측정에는 실패하였지만 역대 왕들이 왕으로 즉위하던 대관실도 발견되었고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과 기록된 내용들을 통해 많은 사실들이 규명되었습니다.

 

이란의 고원에서 흘러내리는 강을 낀 평지에 자리한 수사는 메소포타미아의 유브라데스강과 티그리스강이 만나는 메소포타미아 삼각지의 한 축으로 매우 비옥한 땅이어서 이미 BC 6,000여년 부터 관개시설을 만들어 홍수를 통제하고 농사에 기반을 둔 도시문명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식량에 여유가 생기자 공예품들이 만들어졌고 교역이 확장되었으며 대규모 토건사업들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신전(神殿)이 건축된 것을 보아 조직화된 종교가 생겨났음을 알 수 있는데 수사는 BC 4,000년 경에 급격하게 도시가 발전하면서 도시국가의 하나로 이 지역에 생겨난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BC 3,000년 경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발굴된 유적의 벽이나 돌판에 기록들을 남겼고 이때부터 왕국이나 제국의 기록된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수사는 서쪽의 낮은 지역과 동쪽의 고지 사이에 있어 수천 년동안 양쪽을 이어주는 교역의 중심지였으며 정치적으로도 인근 도시들 가운데 수도의 역활을 하였고 왕이 살며 통치하는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BD 3,700년 경에는 중동과의 교역이 급격히 일어나 메소포타미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엘람은 창세기 10장에 보면 노아의 아들 셈의 아들입니다. 그의 후손들이 건설한 엘람은 이란과 메소포타미아 사이에서 분명 이란 문명보다는 더 오래되었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필적하는 문화를 이루었을텐데 그것이 어디인가에 관심을 가진 서방의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수사가 엘람시대의 수도의 하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발굴작업을 통해서 바벨론의 함무라비 법전이 발굴된 메소포타미아의 동쪽에 있는 한 마운드에서 다리우스의 궁전터를 찾아낸 것입니다.

1885년부터 이 언덕을 발굴하여 다리우스 대왕의 궁전을 발견한 Marcel Dieulafoy는 그곳에서 ‘왕의 호위병들’이라는 벽화를 발견하고 그곳에 새겨진 다리우스의 궁전을 짓기까지의 과정을 쓴 기록에서 이 지역의 종교와 역사를 알 수 있는 내용들을 많이 찾아내었습니다.(물론 지금의 글자들과는 달라 해독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결과 다리우스가 이지역의 대제가 된 BC 5세기에 시작된 Achaemenid 시대 이전에 이미 4 단계에 걸쳐 3,000여년의 엘람시대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대략 BC 1,100년부터 BC 5세기 까지는 앗시리아와 미디안의 영향이 컷던 시대로 신(新)-엘람시대요 BC 1,500년부터 BC 1100년 바벨론이 침공하기 까지의 Anzanite 제국시대는 중(中)-엘람 시대며 BC 2,700년부터 BC 1,600년까지 Eparti 제국시대로 최초의 문서로 기록되어 있는 고(古)-엘람 시대이고 그 이전이 최초(最初)의-엘람 시대로 단편적인 기록물들이 보이지만 그 시대의 연대는 추정만이 가능할 뿐입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

BC 7,000 내지 6,000년 대부터 중동의 농부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거래할 때 조그마한 진흙을 구워만든 요즈음의 토큰 같은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그곳에 어떤 표시를 하여 양을 표시하기도 하고 글자를 만든 후에는 글을 써 넣기도 하였습니다. 옆의 조그마한 조약돌 같은 것은 그러한 돌들로 구멍이 뚫려 있기도 하고 무늬가 그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른 쪽의 벽에 무늬를 만든것 갗은 판은 최초-엘람시대인 BC 2,900여년경에 만들어진 현판으로 글들과 그림들이 새겨져 있으나 아직까지 판독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BC 2000년 경에는 이 지역의 통치자가 ‘Susa와 Anshan의 왕’이라 불렸는데 이 때부터 수사의 교외지역에 주거지들이 형성되면서 기원전 18세기에는 호화로운 고급관료들의 주택들이 세워졌으며 드중에는 거다란 제단을 가진 개인의 사당을 따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고 집 밑으로 지하실같이 만들고 장의 기구들을 보관하고 있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챠탈 후크와 같이 무덤이였던 셈이지요.

어떤 고급 주택에서는 그 집 주인이 왕실로부터 받은 물건들과 먼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의 무역관계을 기록한 장부들도 발견되었습니다.

BC 2,00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석상은 하나의 조각품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하나의 신상(神像)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남자의 경우 구레나루 수염을 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고대 엘람문명의 유적으로 Chogha Zanbil의 (피라밑 형)신전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Susa에서 25마일쯤 떨어진 평원, 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이 신전은 고대 앨람의 왕 Untash-Napirisha이 BC 1,300년 경 수사의 수호신인 Inshushinak 신을 위하여 건립한 것으로 BC 640년 앗시리아의 공격으로 무너진후 2,500년 이상을 방치되어 홍수때마다 퇴적된 모래로 덮혀버려 주위사람들이 뒤주박을 엎어 놓은(Chogha) 모래언덕(Zanbil)이라고 부르던 곳을 1935년 영국의 석유탐사단이 우연히 발견하여 발굴한 것입니다.

사방 100미터 넓이의 지역에 3중의 벽을 둘러 쌓고(현재는 2중의 벽만 남아 있다) 기본 단을 조성한 후 5층의 피라밑 형 탑으로 세워졌던 이 신전은 위의 두 층은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지만 벽돌로 쌓아 올린 벽들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며 바깥쪽의 구워 만든 벽돌에는 Inshushinak 신에게 바친다는 글씨와 그림들이 새겨져 있어 과연 3,300년전에 만들어진 것들인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신전 주위로는 무덤과 궁전들이 둘러 있는데 관광지로 개발하지 못해 잘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가운데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첫번째 피라밑 신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