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김상신의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4)' /2011년 4월>

고대세계의 중심지 Catal Hoyuk(차탈후욱)

1961년 James Mellaart를 단장으로 하는 영국의 고고학 발굴 팀이 터키의 수도 안카라에서 200 마일쯤 남쪽에 있는 Anatolia의 Konya 평원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해발 3,200 피트에 흐르고 있는 찰쌈바(carsamba) 강 연안에 있는 터키어로 후욱(huyuk)이라고 알려진 인조 동산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둘로 ‘쪼개진 언덕’이라(Catalhoyuk)는 뜻을 가진 이 곳은 강의 지류를 가운데로 하여 동,서 양쪽으로 인조(人造)가 분명한 커다란 언덕이 있었지만 가운데 강을 중심으로 넓은 평원이 있어 옛날부터 농사짓고 정착하기에 좋은 곳이었으리라는 추측밖에는 가운데 있는 큰 언덕에 관하여 알려진 것은 없었습니다.

발굴작업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만든 이 언덕이 중동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의 주거지중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하고 가장 놀라운 곳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방사성동위원소(radiocarbon)를 이용한 연대측정 결과 가장 오래된 층이 BC 6250에서 5400라는 결과가 나왔고 나무의 나이테를 측정하여 추정하는 연륜연대학(dendrochronology)을 이용하여 재 검증을 한 결과 BC 7200 에서 7100 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9000 여 년 전부터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지역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주거지로서는 가장 오랜 된 곳입니다.

4년여 동안 계속된 발굴작업은 제임스가 발굴물들을 빼돌렸다는 터키 정부의 주장으로 중단되었다가 1993년 가서야 캠브릿지 대학의 이안 호델(Ian Hodder)을 단장으로 다시 발굴작업이 재개되었는데 30여 년 동안에 급속히 발전한 발굴방법은 물론 벽화에 그려진 상징물들을 심리학적으로, 예술적으로 해석하는 방법들이 고고학 발굴에 차용되면서 전보다 훨씬 많은 분량의 발굴과 전에는 미쳐 생각 못했던 부분들을 찾아내고 해석하면서 이곳에 살던 신 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이 베일을 벗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32에이커 가운데 1 에이커 정도의 발굴만이 이루어졌을 뿐입니다.

챠탈후익은 찰밤바 강을 끼고 동,서로 갈라진 두 개의 언덕으로 지금까지의 발굴작업은 동쪽의 신석기 시대의 유적지에 집중되고 있으며 후기인 청동기 시대에 서쪽언덕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발굴작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 와서 북부 이락의 움다바기아, 북부 이란의 자게흐, 터기의 카하산, 수벨데, 엘바바 등 중둥 일대에 유사한 동시대의 신석기 주거지들이 발견되었지만 챠탈후욱만큼 문화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인 곳은 없다고 합니다.

주거환경

발굴 팀이 보리밭 밑에서 발견한 것은 진흙벽돌로 쌓아 지은 사당(祠堂)이 딸린 집이었습니다. 네모상자 같은 집들은 벽돌로 올린 벽이 다음 집의 벽으로 연결되어 있어 꿀벌의 집을 연상케 합니다. 지붕에는 회로 만든 창고 같은 조그마한 저장소가 있는가 하면 역시 포치(porch)로도 사용되고 편편하여 놀이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집으로 갈 통로도 있었으며 지붕마다 밑으로 내려가는 구멍과 나무로 만든 사다리가 놓여 있는데 남쪽의 부엌과 통하게 되어있습니다. 물론 지붕으로 통하는 구멍은 통풍구 역할도 할 수 있었겠지요. 좀 더 깊이 파 내려가자 대부분의 집에는 남쪽에는 난로와 침대와 콩을 저장하는 장소 등 가사를 돌보는 곳이 있었고 북쪽에는 잘 벽화나 장식품들로 잘 장식된 의식을 치르는 곳이 따로 있었습니다. 집들이 붙어 있어 길이 없으니 집에는 문들이 없고 지붕으로 통행한 듯 하며 회로 만든 물 받는 홈통들이 지붕에 설치되어 빗물을 받아 가까운 정원으로 빠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지붕으로 출입하는 주택양식은 당시 BC 7,000 년 내지 8,000년 경 중동에서는 보편적이었던 양식으로 아마도 먹을 것들을 찾아 뒤지는 짐승을 피하기 위한 데서 나온 발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건물의 바닥 한 가운데에는 갈대로 만든 돗자리들이 깔렸고 북쪽 한 쪽에는 무대와 같이 약간 높여서 만든 곳이 있는데 돗자리를 깔고 낮에는 소파나. 작업대로, 밤에는 침대로 사용한 듯 했습니다. 이곳은 또한 가족 묘지로도 사용되었습니다. 무대같이 높인 부분의 한 쪽을 깨서 5 피트나, 6 피트 밑에 뼈를 묻도록 하였는데 팔찌나 발찌, 목걸이, 거울, 싸울 때 쓰던 무기, 바구니나 그릇 등 선물 등을 함께 묻어 놓은 것을 보아 사후의 삶에 대한 신앙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시체들은 회로 덮어 프랫홈 안에 눕혀놓았습니다.

생활양식

집마다 그곳에 남아 있는 물건들은 비슷했습니다. 음식물과 돗자리, 흙이나, 나무 또는 돌로 만든 식기들, 화산에서 나온 아주 강한 흑요석으로 만든 구슬이나, 도구나 무기 등이 남아 있었습니다.

벽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챠탈후욱 사람들은 집을 지키고, 양들을 몰며 사냥을 하기 위해 개를 길렀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치아를 조사한 결과 곡물을 주식으로 했던 그전 사람들보다 육류를 많이 먹었는데 그것은 야생동물들을 사냥하기도 했지만 동물들을 사육함으로 규칙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봅니다.

이들은 곡물과 야채들을 재배하여 빵이나 숲을 만들어 먹었고 과일 등도 다양하게 먹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양한 타 지역과의 교역

Konya 들판에는 음식물과 진흙과 갈대 이외에는 별다른 자원들을 찾아 볼 수 없는데 차타후욱 에서 발견되는 것들의 많은 부분들이 결국 타 지역에서 수입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집을 짓는데 사용된 목재들이나 동(銅)은 70여 킬로 남쪽에 있는 Taurus 산에서 채취하여 찰삼바 강을 거쳐 올겨 왔을 것이며 화살촉이나 칼을 만드는데 사용된 흑요석은 북동쪽의 카파도니아에서 가져왔을 것입니다. 그외에도 지중해의 조개껍질들과 시리아의 돌 들 그리고 시리아의 자기들 까지도 채탈 후욱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차탈 후욱의 장인들이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기 위하여 물감이나 강한 돌들 그리고 광물들을 먼 지역에서부터 수입해 온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차탈후욱에서 만든 항아리가 동남쪽으로 100여 마일이 떨어진 Cilicia에서 발견된 것 역시 당시 무척 먼데까지 교역이 행해졌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물건들을 얻기 위하여 차탈후욱에서 사람들이 먼 곳까지 가기도 하였겠지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물건들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왔을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방에서 상인들이 몰려오는 중심지였던 듯 합니다.

이들의 종교

터기의 수도 앙카라에 있는 the Hittite Museum in Ankara 에 재현해 놓은 차탈후욱의 사당과 거실. 벽에는 벽거리 그림들과 황소 머리들이 걸려 있고 방 한가운데에는 소파나 침대로 사용하는 높임대가 있는데 그것은 또한 가족묘지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차탈후욱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무척 안정된 공동체이며 그들의 종교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 매 집마다 사당이 아주 잘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자주 다시 채색한 벽화와 회반죽을 식각(蝕刻)한 사람의 모습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벽화들은 그저 붉은 색갈의 판대기에서부터 상징적인 짐승이나 사람의 모습을 그린 것 등 다양하였고 어떤 것은 폭발하는 화산을 배경으로 시체 위를 선회하는 독수리와 독수리의 공격을 피하려는 사람을 그린것도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들소를 유인하기 위해 사냥 춤을 그린 것도 있었습니다.

회식각 중에 가장 흔한 것은 발과 손을 올리고 아이를 낳는 여신의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커다란 여성이 황소나 숫양의 머리에 아이를 낳는 것이었습니다. 황소의 머리는 어디에서나 걸려 있었고 어떤 것은 진짜 뿔을 꽂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황소의 머리는 남성의 상징인 듯 한데 남성 인간의 그림은 없었습니다만 임신한 여성, 날씬한 여성 등 여성들의 모습을 만든 것은 흔히 찾을 수 있었으며 특징은 얼굴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슬쩍 뭉개버리거나 마스크를 쓴 것같이 희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돌이나 진흙으로 아주 조그마한(2 센티 정도) 신(神)이나 반신(半神)의 모양을 만들어 사당에다가 전시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이 말 안장에 앉은 여신이 발을 벌리고 아이를 낳는 상이었습니다. 차탈호익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의식적인 이미지들은 분명히 이들이 고도의 종교의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현재로는 대중이 모이는 신선(神殿)같은 것은 발굴된 것이 없고 집마다 사당(祠堂)이 따로 만들어져 있을 뿐이지만 도시 밖으로 큰 정원 같은 곳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장(場)도 열리고 종교적인 축제도 행해지지 않았나 추측되며 다산(多産)과 안정(安靜)을 상징하는 여신을 숭상하는 일종의 밀교(密敎)같은 종교를 공유함으로 안정된 공동체를 유지하지 않았을가? 추측합니다.

맺는말

차탈후욱의 집에 딸려있는 사당에 걸려있던 크고 작은 황소의 머리들

이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나토리아의 남쪽 해안에는 차탈호익문명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구석기 시대의 유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

Karan’In과 Okuzulu’In의 동굴에서는 황소, 사스, 야생 염소 들을 식각한 벽화들과 조그마한 사람모양의 각물 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의 후예들이 이곳을 버리고 내륙으로 들어와 강가에서 정착하여 농사를 짓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

그리고 그 지역이 크게 번성하여 BC 7000-6000 년 경의 동쪽 챠타후우를 형성하였고 한창 번성하던 때에는 이 도시에 6,000 명 내지 10,000여명이 모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쪽 서쪽 챠타후우로 옮기며 3000 BC경인 구철기 시대에는 그 일대에 여러 도시들이 형성되었으나 한편 많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BC 2000 이후에는 이곳에는 더 이상 동네가 형성되지 못하고 폐허로 흙에 덮히면서 4,000여 년을 묻혀 지내왔다는 것입니다.

9000여 년 전 벽돌로 집을 짓고 6000여명 이상이 모여서 살던 도시, 특별한 때에는 인근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1만 여명이 북적대던 도시가 있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입니다. 한국의 초가집과 서낭당을 보고 자란 필자로서는 신석기 시대 유물이란 돌조가리나 흩어져 있는 조그마한 마을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상상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32 에이커라는 도시의 규모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리고가 영고성쇠를 거듭하면서도 오늘날까지 도시의 명맥을 이어온 최고의 도시라면 챠타후우는 도시의 명맥을 잇지 못하여 역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들어낸 분명 낯선 곳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차타후익의 사당 벽에 걸려있는 벽화의 간단한 도형-빨간 널 판에 사람의 손 바닥을 찍은-들이 챠탈 후익 주변에 있는 요즈음의 동네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석기시대의 생활양식과 고대종교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데 노다지가 쏟아지던가 관광자원이 될만한 가치가 없어도 돈 들여 계속 발굴할 수 있을는지, 돌 쪼가리 밖에 없는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기에 버려지고 말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