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신의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14)'
히타이트의 하투샤슈 (Hattusas)
1906년 독일 고고학 발굴팀이 터어키의 중부 Anatolia의 Bogazkale라는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발굴작업을 하다가 대단한 발견을 하였습니다. 2500여개의 점토판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 후 10여년 동안에 도합 1만여개의 점토판을 발굴했는데 오랜 기간을 거쳐 판독한 결과 발굴작업을 하던 요새는 고대 히타이트(Hittities)의 수도 하투샤슈(Hattusa)이며 그 점토판들은 잊혀진 제국의 공식 국가기록보관소의 소장품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히타이트는 히브리성경(구약) 창세기에 가나안 지역에 있던 열 두개의 나라들 가운데 두번 째로 Heth의 자녀들 또는 Heth의 국가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아브라함 시대(기원전 2000년경부터 1500년 사이)부터 비벨론포로에서 돌아온(기원전 450년경) 에즈라 선지자시대까지 가나안이나 그 인근지역에 살던 종족으로 여러차례 언급되어 있습니다. 창세기 10장에는 헛(Heth)은 노아의 아들 햄의 자손중 가나안의 아들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창세기 10장 15절에 가나안의 장자 시돈과 훗이라고 되어 있음.) 영왕기 하에는 유다가 헷 사람의 왕들(영왕기 하 7장 6절)에게서 군사 지원을 받고 솔로몬 때에는 백향목과 병거를 받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하투샤스의 발굴현장과 띠를 두른듯 언덕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의 모습
그러나 이들에 관한 다른 기록들은 그들과 접촉했던 에집트나 시리아의 자료에 간간히 언급되었을 뿐 그들의 존재를 입증할 직접적인 유물이나 기록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거의 2천년 이상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채 지나왔는데 1906년 극적인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서 이 잊혀졌던 문명이 다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발굴된 자료들에 의하면 히타이트족들은 원래 인도-유우럽 계의 유목을 하는 전사들이 기원전 3천년경 남부러시아에서 중동지역으로 내려와 기원전 2300년 경 현재 터어키의 동쪽 소아시아지역인 아니톨리아(Anatolia)에 정착한 후손들입니다. 이들은 정복자로서가 아니라 이주자들로 평화적으로 원주민들과 융합되어 정착하였으며 기원전 1700년 경에 몇 몇 국가들을 통합하여 커다란 강력한 제국을 건설하였습니다. 기원전 1350년 경에는 Suppkluliumas 1세의 영도아래 에집트나 북부 시리아와 이락에 있던 미타니(Mitanni) 제국들과도 자웅을 겨루는 중동의 중요한 국가로 부상하였습니다.
이들이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었던 힘은 말이 이끄는 두발 달린 전차를 타고 활과 긴 창 그리고 방패로 무장한 전사들의 우수성에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당시 에짚트 전사들도 전투에서 말이 이끄는 전차를 사용했지만 이들의 것들보다 가벼웠고 전사들이 기술면에서 우수하였을 뿐 아니라 시리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에짚트는 이들을 당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에집트의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13세기 히타이트의 왕 Muwatallis 2세와 에짚트의 파라호 람세스2세가 시리아의 오론테스강변에서 전투를 벌리게 되었을 때 2500여대의 히타이트와 시리아 연합군 전차를 맞아 람세스가 직접 진두지휘하여 승전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하투샤슈에서 발견된 점토의 기록에 의하면 히타이트가 승전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전투 직후에 람세스가 서둘러 시리아에서 퇴각하여 에집트로 철수한 역사적 사실로 보아 히타이트의 승리가 분명한 듯 합니다.
성곽의 모습
하투샤슈 발굴이후에도 근동의 문헌에 나오는 히타이트(Anatolian Hittite Empire)와 창세기에 나오는 헛(Heth or Biblical Hittites)이 동일한 것이냐 하는데 이견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동일한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성곽과 그 안의 주거지들
히타이트의 수도인 하투샤슈는 전사(戰士)들의 나라답게 높낮이가 다른 성채들로 둘러 쌓여 있었고 성채는 약 6킬로(한국 이수로 15리)의 요새로 되어 있었습니다. 성벽은 앞 뒤 2중으로 큰 바위들로 쌓았고 그 사이에는 잡석들로 채워넣었으며 중간중간에 사자나 신상을 새긴 탑이나 성밖으로 나가는 대문을 만들어 출입을 제한하며 방비하게 하였습니다. 벽의 낮은 곳이 6미터 정도였으며 그 밑으로 턴넬을 만들어서 성 안에서 성 밖의 적진으로 직접 나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궁전이나 관공서 그리고 신전 등의 건물 아랫부분에는 돌을 사용하였지만 일반 가정집들은 흙벽돌로 만들었는데 약해서 잘 부서지는 반면에 쉽게 고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습니다.
성벽 중간중간에 사자들이나 신들을 조상한 석상들이 세워져 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
히타이트에서는 자유인이나 노예나 다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집은 2층 구조에 지붕은 평평하게 되어 있었고 사다리로 올라갈 수 있어서 더운 여름에는 지붕에 돗자리를 깔고 자기도 하였던듯 합니다. 가구들은 형편에 따라서 차이가 많았으며 곡식이나 기름 등 음식물들은 취사장의 커다란 항아리에 보관하였으며 그곳에는 오븐과 맷돌 등이 있었습니다.
주방에 세워져 있는 음식물 등을 담아두는 항아리.
거리는 특히 성 밖과의 출입문이 있는 곳에 장이 서면서 활기를 띠었는데 히타이트 여인들은 기다란 가운같은 것을 입고 머리는 스키프로 싼 모습이었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는 각기 다른 의상의 시리아인이나 사이프러스에서 온 희랍인 또는 에게해에서 온 사람 등이 있어 각기 다른 의상들을 입고 있었습니다.
물론 물물교환도 있기는 했지만 물건의 값은 법에 의해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졌으며 단위는 세겔(shekel)을 사용하였습니다. 일반시민들도 집에서 재배한 야채나 과일을 가져와 팔았으며 공인들은 그들이 만든 거울이나 금, 은, 동으로 만든 장식구들을 만들어 팔았고 농부들은 가축도 가져와서 팔았습니다. 땅도 시장에서 매매되었는데 관개가 잘 된 땅인가 아닌가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났고 과수원이나 포도원은 땅은 값이 무척 나갔습니다.
Yazilikaya 기념신전. 커다란 두개의 자연석 사이에 글과 그림이 새겨져 있는 석상이 있으며 그 석상에는 오른쪽에 보는 것과 같이 신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 도시안에는 5섯개의 성지(신전)가 세워져 있었으며 하투샤슈에서 가장 중요한 신전은 날씨를 주관하는 위대한 신 Tarhun의 신전이었습니다.
종교의식 역시 이들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히타이트 사람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기념물은 Yazilikaya라고 알려진 글과 그림이 새겨진 커다란 바위였습니다. 하투샤슈에서 1마일 밖에 있는 두 자연석 어구에 만들어진 것으로 그 용도는 분명치 않으나 1년에 한,두차례 축제를 벌리던 곳이었던듯 합니다.
제국의 기록보관소
글자가 새겨진 점토판과 돌판에 새겨진 인물상 그리고 글자판들을 볼 수 있다.
글자와 그림이 새겨져 있는 점토판들이 하투샤슈의 왕궁과 관리실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법전과 조약문 그리고 왕실의 편지들이 설형문자로 새겨져 있었고 종교와 교육을 위한 교과서들과 문학작품들도 들어 있었습니다. 점토판에는 국가의 중대사뿐만 아니라 번영하는 히타이트 수도에서의 일상생활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그림들도 들어 있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제국은 왕이 장로들과 귀족들로 구성되는 판쿠스(pankus)의 도움을 받아 통치하였으며 판쿠스는 왕의 명령까지도 취소시킬 수 있는 막강한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히타이트의 생활을 보여주는 그림들 가운데는 전사들의 행진도 있었고 시리안 왕자가 궁궐로 보내는 선물들을 실은 노새의 행열도 보였으며 써커스 하는 사람, 칼을 입속으로 집어 넣으며 묘기를 펼치는 사람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등 무척 다채로웠습니다.
히타이트 사람들은 육체적인 운동을 좋아하여 전차경주나 사냥을 즐겨하였고 각종 무술과 맹수잡기 등이 성하였던듯 합니다.
기원전 13세기에는 동쪽의 부유카야(Buyukkaya)까지 확장되었고 수도 하투샤스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고 날로 번성하는듯 하였으나 하투샤스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붕괴되어갔습니다. 히타이트를 붕괴시킨 주요 적은 지중해의 섬에 거주하던 미케니안(mycenaean)들로 그들은 시시때때로 배를 타고 나타나 못살게 구는 바람에 싸움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붕괴되어 갔으며 미케니안들의 본거지 역시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들의 공격으로 히타이트에서 쫒겨난 사람들은 북부시리아로 옮겨가 새로운 히타이트를 세워 기원전 8세기 앗시리아에 합병될때까지 400여년을 지속하였으나 제국의 위용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성곽 중간중간에는 흙벽돌로 만든 성벽들이 남아 있다.
고대문명을 찾아-히타이트의 하투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