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고대문명/2012년 12월>

김상신의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24)'

고대 대양주(남태평양)문명

하와이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가장 가까운 육지로부터 1800마일이나 바다로 격리되어 있는 이곳에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와서 이곳에 부락을 이루고 문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와이 군도의 8개의 섬들과 인근의 섬들은 화산의 폭발로 형성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아직도 용암을 내뿜으면서 섬의 면적을 넓혀가고 있는 섬도 있는 형편에 다른지역에서와 같이 수만 년, 수천 년을 살아온 원주민이란 생각할 수가 없고 어느 시점에선가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외지로부터 배로 이곳에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진 것이 하와이 군도요 그 문화이다.

그러면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가장 가까운 곳이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Fiji)이며 이 지역에 살던 폴리네시안들이 이곳까지 와서 하와이 군도를 이루었다고 이야기 한다.

고대 남양군도 역사와 문명

오스트랄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그외의 남태평양 원주민들은 1788년 영국의 첫 이주민들이 이곳에 들어올때 까지 외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원시적인 석기시대 문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일대 도서에 처음으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오스트랄리아로 기원전(BC) 5만 여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기원전 4만 여년 경에 오스트랄리아 북쪽 뉴기니아(New Guinea)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에는 바다가 매우 낮아서 동남부 아시아대륙과 태평양의 도서들이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거나 중간에 해협이 있었다 하더라도 짧은거리여서 이동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점차 기온이 오르면서 수면이 높아져서 기원전 5천년경, 빙하시대가 끝날즈음엔 오스트랄리아와 뉴기니아 사이의 Torres해협이 높아져서 다른 섬들로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뉴기니아의 북쪽과 하와이의 서남쪽 일대를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라고 부르는데 기원전 3천년 경 필립핀 등지의 동남아시아인들이 이 지역에 이주하여 왔고 후에는 메라네시아(남쪽 지역, Melanesia)와 포리네시아(동남쪽 일대, Polynesia) 등지에서도 이주하여와서 정착하게 되었는데 이들을 미크로네시아인들이라고 부르며 그들은 주로 고기잡이와 야채농사로 생활하였다.

미크로네시아와 오스트랄리아 사이에 있는 뉴기니아와 일대 섬들을 멜라네시아(Melanesia)라고 부르는데 이 일대에는 기원전 2000년 경부터 동남아시아로부터 이주민들의 동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기원전 1300여년 경까지는 피지(Fiji)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을 멜라네시안들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제법 발달된 농사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바나나, 고구마, 토란과 같은 식물의 종자들을 가지고 와서 재배하였다.

기원전 1300년 경 이후 메라네시아를 거쳐서 통가와 사모아까지 사람들이 진출하여 거주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이루었는데 이들을 폴리네시안 또는 폴리네시안 문화라고 부른다. 이들은 기원전 150년부터 더욱 동쪽으로 퍼져나가 말케사(Marquesas) 섬들에까지 진출하였고 기원후 300년 경에는 이들 폴리네시안들이 더욱 더 퍼져나가 북으로는 하와이 도서들, 동으로는 이스터 아일랜드 등으로 퍼졌고 오스트랄리아의 동남부에 있는 뉴질랜드에는 기원후(AD) 750경에야 정착자들이 폴리네시아로부터 수 천 마일을 항해하여 처음으로 이곳에 도착하여 정착하였다.

남태평양의 광활한 바다에 점과도 같은 도서들이 2만 5천여개가 분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서 살기에 적당한 섬들을 찾아 정착하여 그들의 문화를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무엇보다도 오늘날과 같이 항해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 상황에서 어떻게 수 천 마일의 항해가 가능하였는가? 하는 것은 연구의 대상이다.

무엇보다도 나침판이 없이 몇 일씩 바다만이 보이는 항해를 계속하면서 항해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오랜세월 동안에 전수된 노하우를 통해서 점차적으로 가능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양을 건너 정착지를 찾았던 이들 뱃사람들은 낮의 해와 밤의 별들을 보면서 항해의 방향과 거리를 가늠하였으며 조류와 썰물과 밀물을 이용하여 빠른 항해를 할 수 있었고 하늘을 나르는 새들의 움직임과 구름의 모양과 색갈 등을 관찰하면서 안전한 항해를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유물가운데서 휴대할 수 있는 막대기나 노끈 그리고 조개껍질 등에 그림으로 만든 지도같은 것들이 있는 것을 보아 선대로부터 전수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New Briton에서 Tonga와 Samoa에 이르기까지의 일연의 섬들에서 무늬가 깊이 패인 문양의 같은 스타일의 것들이 나와 같은 문명권의 뱃사람들이 시차를 두고 동진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멜라네시아 지역의 섬들에서는 기원전 (BC) 1500년에서 기원전 500년 사이의 것으로 판명된 도자기들이 발견되었는데 특히 New Briton에서 Tonga와 Samoa에 이르기까지의 일연의 섬들에서 무늬가 깊이 패인 문양의 같은 스타일의 것들이 나왔다. 이 도자기를 만든 사람들의 문명을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서 Lapita 문화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선조들은 말레이시아 등지의 동남아시아에서 왔으며 후손들은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 그리고 미크로네시아 등지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폴리네시안들이 정착할 새로운 섬들을 찾기 위해 항해할 때 원시적인 카누대신 vakas라고 하는 선채를 두 개 연결한 catamaran 스타일의 쌍동선을 사용하였는데 우선 배가 커서 온 가족들이 함께 항해할 수 있으며 오랜 항해기간동안 생존에 필요한 음식물로 코코넛, 고구마, 바나나 등으로 가득 채우고 새로운 정착지에서의 정착에 필요한 닭과 돼지와 각종 종자씨들까지도 배에 싣고 항해한 것을 알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시작하여 하와이에 이르기까지 Lapita 문명을 대양주에 전한 뱃사람들의 항로와 그들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Vakas 모형을 본따 만든 현대판 바카스(오른쪽)

오스트랄리아의 원주민들 -5대양 6대주의 하나인 오스트랄리아가 동남아시아와 연결되어 있던 기원전 5만년 경에 이곳으로 이동하여 살기 시작한 원시인들로부터 후에 그때그때 대양을 건너와 정착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각기 격리되어 살고있던 500여 종족들을 통틀어서 오스트랄리아 원주민이라고 부른다. 18세기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이민오기 전까지 거의 석기시대의 생활양식을 계속해 온 이들은 당시 30만명에서 75만여명에 이르럿을 것으로 추산되며 농사보다는 수렵을 중심으로 생활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오스트랄리아의 원주민(왼쪽)의 모습과 동굴에 새겨진 벽화 (오른쪽)

스페인들을 위시해서 16세기부터 유럽인들이 가끔 들렸으나 1788년 영국이 본격적으로 남대평양 도서에 식민지 정책을 펴면서 유럽인들이 들어와 원주민들을 압박하고 백인공화국을 만들었다. 원주민들이 남긴 역사적 유물이나 공예품들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구전되어 오거나 암벽에 그려진 그림들을 통해 이들에게 전승되어 내려오는 신화나 전설가운데서 그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오스트랄리아 원주민들의 역사와 꿈이 섞여있는 창조신화를 소개하면

남태평양 최대의 섬 오스트랄리아에는 오랜 옛날 약 5만년전부터 원주민종족 인 애보리진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이 세상이 창조될 당시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꿈의 시대"가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태초에 창조의 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꿈의 시대가 시작되고, 처음에는 아무 형상도 없는 지구위를 떠돌아 다닐뿐이었다. 그러다가 이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바다가 생기고 땅이 만들어졌으며, 그들이 가는 곳마다 강과 바위 언덕 산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거기에 생기를 불어 넣자 살아 꿈틀거리는 식물과 동물이 만들어 지고 다산의 모신과 남성생식기신이 힘을 합쳐 최초의 인간을 만들었다.

이들 원주민들의 신화들은 지역에 따라 변형되면서 폴리네시아 일대에 퍼져나갔다.

이스터 아일랜드-태평양 남동쪽 한 가운데 자리한 섬으로 기원(AD) 400년 경부터 폴리네시아의 Marquesas에서 사람들이 긴항해 끝에 이곳에 이르어 정착하게 되었으며 그 후 기원후 700년까지 350여년 동안 계속 일단의 뱃사람들이 이곳으로 와서 정착하여 문화를 이루었는데 그 대표적인 유물이 ahu라고 하는 주춧돌 같은 제단이다. 그 후 12세기부터 17세기 까지 계속 뱃사람들이 이주, 정착하였는데 그들이 남긴 것이 유즈음 moai 석상으로 잘 알려진 대형석두상(giant stone heads)이다.

 

이스터 아일랜드에서 887개의 이와같은 석상이 발견되었는데 화석암으로 만들어서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조각도 용이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칠레의 영토에 속하는 폴리네시안 섬인 '이스터 아일랜드'는1772년 네델란드인이 부활절인 이스터에 발견하였다해서 그 이름이 "이스터 아일랜드가 되었다. 육지에서 가장 많이 떨어져 있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섬인데 887개의 moai 석상들이 존재하고 있어 많은 추측들을 자아내고 있다. 석두상들은 보통 20톤이나 되며 큰 것은 10미터에 90톤이나 되는 것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것을 누가 그 어대한 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하는 의문에서 외계인들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나 학자들이 여러가지로 실험하고 연구한 결과 900여개에 이르는 석상들이 11세기부터 17세기까지 사이에 원주민들에 의하여 만들어 졌으며 당시에는 숲이 우거지고 화산암들이 많이 있어서 능히 그것들을 만들수 있는 여건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스터 아일랜드에서는 동굴벽화(왼쪽)와 앉아있는 석상도 발견되었다.(오른쪽)

놀웨이의 탐험가 Thor Heyerdah(1914-2002)라는 사람이 1950년대에 남태평양도서의 주민들의 선조들은 동남아시아에서 동쪽으로 항해하여 온 사람들이 아니라 남 아메리카에서 Kon Tiki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동쪽으로 항해하여 간 남미사람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는 실제로 Kon Tiki라는 배를 만들어 항해에 성공을 하는 등 그의 주장에 많은 관심이 쏠렸었으나 그후 주민들의 언어를 비교해보고 DNA 검사등을 거쳐서 이들은 남미계통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계통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연재를 마치면서

필자의 한계를 잘 알면서도 그동안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던 것들에 관해 공부 좀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하였던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서> 시리즈를 마치려고 한다. 2년 동안 24회에 걸쳐 소개한 고대문명은 주로 유적과 유물에 의해 추정할 수 있는 더듬기식의 문명들이었다. 그렇다고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들을 제대로 챙겨보지도 못했고 간접자료에 의존하여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부족한 것이 많은 내용이었고 전체의 일관성도 결여되어 있었지만 인터넷시대가 가져다 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생생한 사진들을 곁들일 수 있어 고대문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진 하나만 보고도 계속 관심을 갖게 된다면 다행이지! 하면서 게속하여 왔는데 무엇보다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준비가 되는대로 고전적인 고대문명(로마나 그리스 그리고 중국문명과 같이 기원전 7, 8세기로부터 역사적인 기록들을 통해서 알려진 문명을 말함) 을 소개하여 보려고 한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감사드린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과 <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을 연재하였고 지금은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와 <지리로 배우는 미국>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