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포로민을 위한 예언자: 에스겔 <늘푸른나무/지혜로운 삶/한상휴의 예언자의 지혜/2022년 10월>
59. 포로민을 위한 예언자: 에스겔
전쟁은 참혹하다. 더구나 옛날의 전쟁에서는 패배한 자들은 승리한 자들의 전리품으로 전락한다. 즉 인권은 완전히 무시되고 짐승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기원 전 6세기경, 근동지방에서 바빌론제국이 강성해지면서 주변 국가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유대나라도 공격을 당한다. 결국 기원전 598년과 586 년, 두 번의 공격에, 예루살렘은 함락되고 유대나라는 바빌론에게 항복한다.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하나님이 선택한 선민이라고 자랑하던 유대인들은 바빌론에 대항해서 싸우다가 죽거나 혹은 항복하거나 혹은 이웃나라로 도망하여 숨거나 한다. 결국 유대나라는 바빌론의 속국이 된다. 그리고 첫번째 전쟁에서 승리한 바빌론은 유대의 왕과 중요한 지도자들과 각종 기술자들 (주로 대장장이 거나 돌을 다루는 석수쟁이나 목수들)을 포로로 잡아 바빌론으로 끌고 간다. 이 때 바빌론으로 끌려간 유대인들의 수가 약 팔 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들은 유다 땅에서 바빌론까지 수 천리 길을 끌려갔다. 가족들은 뿔뿔이 헤어진다. 그들에게는 마실 물이나 먹을 음식도 없고 도중에 쉴 곳도 없는, 짐승과 같은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다. 노인이나 약한 사람들은 도중에 죽거나 아니면 버림을 받았다. 결국 바빌론에 도착한 이들은 소수였다. 이들은 바빌론 이곳 저곳에 헤어져 정착했다. 이때 에스겔 부부도 함께 끌려 가서 “그발”이라는 강가에(지금의 유프라테스 강의 한 지류라고 함) 정착한다.
유대인들은 끌려오면서 많은 것들을 보았다. 우선 바빌론은 큰 나라였다. 바빌론에 비교하면 그동안 살아오던 유대는 작은 나라였다. 그리고 바빌론은 풍요하고 부유할 뿐 아니라 문화가 높은 나라였다. 예를 들면 고대의 일곱가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공중 정원”이 바빌론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 또 국가의 조직이나 제도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래서 함무라비 법전 같은 유물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유대인들이 놀란 것은 바빌론사람들이 섬기는 “마르둑”이라는 신이었다. 마르둑 신전은 비록 우상의 전각이지만, 예루살렘 성전보다 더 크고 아름다웠다. 그 뿐만 아니라, 바빌론 사람들은 유대인을 향하여, 자기들이 섬기는 신 “마르둑”은 유대인들이 섬기는 하나님보다 더 힘이 세고 능력이 더 위대하다고 하면서 유대인이 섬기는 하나님을 희롱하였다.
유대인들은 놀랐다. 그리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면 신앙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그래서 유대의 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가 바빌론의 강변 곳곳에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다.
그 강변 버드나무 가지에 우리의 수금을 걸어 두었더니,
우리를 사로잡아 온 자들이 거기에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고
우리를 억압한 자들이 저희들 흥을 돋우어 주기를 요구하며
시온의 노래 한 가락을 저희들을 위해 불러 보라고 하는구나…”
“주님, 예루살렘이 무너지던 그 날에, 에돔 사람이 하던 말,'헐어버려라, 헐어버려라. 그 기초가 드러나도록 헐어버려라.’하던 그 말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망해야 할 바빌론 도성아, 네가 우리에게 입힌 해를 그대로 나에게 되갚는 사람에게 복이 있을 것이다. 네 어린 아이들을 바위에다가 메어치는 사람에게 복이 있을 것이다.” (시편 137:1-9)
포로생활이 힘들어도 점점 시간이 지나자 정신적인 여유가 생긴다. 그들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유대인들은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도 잘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지금까지 믿어온 자기들의 신앙이 어딘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옛날에는 유대인들이 믿어온 하나님이 힘이 있었으나 이제는 바빌론의 마르둑 신이 힘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유대인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도전이기도 했다.
포로로 잡혀온 유대인들에게는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다. 첫째는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전능하신 하나님이 선택한 선민들이요 자기들이 믿어온 하나님은 바빌론 사람들이 섬기는 우상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믿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둘째는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고난에 대한 불평이었다. 왜 하나님은 이렇게 혹독한 벌을 내리시나? 심지어는 우리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선조들이 잘못한 것을 왜 우리가 책임을 저야 하는가? 그들은 아직도 자기들의 잘못이 무엇인가를 잘 모르고 있었다.
셋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나님을 버리고 바빌론의 신을 믿으며 살아야 하나? 역사적인 기록에 의하면, 바빌론은 유대인 포로들에게 비교적 관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제로 고향을 떠나 낮 설은 타향에서 살아가는 유대인들의 어려움은 대단히 컸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 유대지도자들은 예루살렘에 남아있는 유대인들에게(주로 친 이집트파 정치인들에게) 이집트의 힘을 빌어 바빌론의 압제로 부터 자기들을 속히 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또한 바빌론에 끌려와 있는 예언자들 중에는 조금만 있으면 하나님이 자기들을 고국으로 돌아 가게 하실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이 때 마침 고국 유대에 있던 지도자들은 이 소식을 듣고 위로와 함께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예레미야 예언자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예레미야 서 29장). 때가 되면 하나님이 유대백성들을 고국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오게 하실 것이니 하나님을 굳게 믿고 희망가운데 어려움을 이기며 살아야 할 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말한다. 내가 예루살렘에서 바빌로니아로 잡혀 가게 한 모든 포로에게 말한다. 너희는 그곳에 집을 짓고 정착하여라. 과수원도 만들고 그 열매도 따 먹어라. 너희는 장가를 들어서 아들딸을 낳고, 너희 아들들도 장가를 보내고 너희 딸들도 시집을 보내어, 그들도 아들딸을 낳도록 하여라. 너희가 그 곳에서 번성하여, 줄어들지 않게 하여라. 또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이 평안을 누리도록 노력하고, 그 성읍이 번영하도록 나 주께 기도하여라. 그 성읍이 평안해야, 너희도 평안할 것이기 때문이다…나 주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바빌로니아에서 칠십 년을 다 채우고 나면, 내가 너희를 돌아보아, 너희를 이곳에 다시 데리고 오기로 한 나의 은혜로운 약속을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 주겠다.” (예레미야 29:4-10)
하나님은 바빌론에서 고난 중에 있는 유대인들을 위하여 에스겔을 택하셔서 고난 받는 백성들을 보살피라고 하신다. 백성들은 괴롭고 힘든 포로 생활이지만 때가 되면 고국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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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23(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