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발행인의 편지/2009년 6월>

삶 속에 희망이, 역사에 교훈이 있습니다.

5월을 보내며 계절의 제왕 6월을 맞이하는 마음은 한결 푸르러야 할텐데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모처럼 침체된 세계경제가 바닥을 친듯하고 머지 않아 서광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고무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재직시의 가족들의 비리로 조사를 받던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바위에서 투신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고 축하라도 하는양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며 세계를 향하여 호전적인 막 말을 내뱉는 동족 북한의 모습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직접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어린아이의 두려운 눈으로 6.25전쟁을 지켜보았고 4.19때에는 서대문 네거리에서 데모대들과 어울리기도 하였으며 군사독재에 울분을 토하면서 미국에 와서는 동아일보 광고탄압사태때 가난한 주머니를 털기도 하였고 나름대로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끌던 '민중신학'을 미주에 알리려는 노력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고국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노라면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한국의 TV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어느때보다 소상하게 현상을 알수는 있습니다만 사랑을 이야기 하고 소망을 전하며 삶의 자세에 대한 바른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종교인들이 한 정치지도자의 죽음 그것도 자살을 '예수의 죽음'에 비유하며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분열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들을 서슴치 않는 것을 보면 과연 그럴까?하는 의구심을 금할 수 없습니다. 좋건 나쁘것 대통령까지 하면서 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 조의를 표하는 것은 도리이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그래도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며 심심치 않게 연예인등 유명인들의 자살소식이 꼬리를 있는 현실 가운데서 종교인들이 하여야 할 일은 희망의 깃발을 높이 들어 보이는 것이지 분열을 조장하고 조기를 흔드는 것은 아닐것입니다. 그것은 삶 속에 희망이 있기때문입니다.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처했을때 차분히 생각하지 못하고 흥분하거나 선동하는 것은 누구나 갈 수 있는 넓은 길입니다. 예수님은 넓은 길을 가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급서하였을때 미국에서 방영되는 북한에서의 조문행렬을 보았습니다. 어린아이까지도 눈물을 철철 흘리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어버이 수령의 서거를 애곡하는 부녀자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김일성의 주체사상 가운데서 김일성은 곧 신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신의 죽음 앞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조문행열과 장례행사들을 보면서 언듯 북한의 모습이 떠오른것은 너무 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민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동질감에서라기 보다는 극단적인 죽음 앞에서, 잘못을 저지를수도 있는 인간을 신으로 포장함으로서 상실감을 극대화한데서 나온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한민족은 북이건, 남이건 외국인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이성적이기 보다는 감성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문제는 감성적일때 생각지 못했던 엉뚱한 일들이 벌어질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국민과 나라에 대한 배려는 한 마다도 없이 가장 치명적인 방법으로 자살할수도 있고 다른 나라, 타민족에게 도움을 청하여 동족에게 총,칼을 내밀고 탱크를 몰고 처내려 올수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보여주는 요즘의 작태들이 위험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그때문이고 과열된 한국의 조문열기를 보면서 불안을 느끼는 것도 그때문입니다.

6.25전쟁 59주년을 앞두고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던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이 다시 떠오릅니다. "또 그소리,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생각이 무슨 필요가 있어! 행동이 필요하지,"하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어쩌면 삶의 경험을 달리한 구 세대의 "세대차이" 때문이겠지요.

시대도 변하고, 문명도 바뀝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 모습(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문화는 전승되며 계속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에서 길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김상신)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