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이달의 화보/2013년 12월>

이달의 화보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서울미술관은 운보 김기창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0월 17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예수와 귀먹은 양’이란 제목으로 그의 '예수의 생애' 그림들을 전시한다. 한국화가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은 1951년 군산 피란 시절 ‘예수의 일생’ 29점을 1년반 만에 완성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를 비롯해 조선 시대 복색을 한 등장인물과 초가, 기와집 등 전통 가옥 등이 풍속화를 연상시킨다.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1913-2001) 화백은 7세때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후천성 귀머거리가 됐다. 17세때 이당 김은호 화백 문하에 들어가 그림을 배운 지 6개월만에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판상도무(板上跳舞)`로 입선해 일찌기 대가의 소질을 보였다. 

‘예수의 생애’는 성경의 내용을 한국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종교미술사와 한국 회화사에서 독창적이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운보는 예수의 고난이 우리민족의 비극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적 성화(聖畵)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예수의 성체가 꿈에도 보이고 백주에도 보였다” 할 정도로 성화 제작에 몰입해 1년 반 만에 30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리 지방 나사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누가 1:23~38)

선녀(천사)를 본 여인(마리아)이 물레를 돌리는 것을 멈추고 짐짓 놀란 가슴을 추스르려 애쓰나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갓 태어난 아기 예수를 안고 이웃사람들의 인사를 받는 장면을 그린 ‘아기 예수의 탄생’에서도 한국의 풍치를 느낄 수 있다. 갓을 쓴 요셉과 그 뒤의 조랑말, 모이를 먹고 있는 닭 등을 배경으로 했다.

목자들이 찾아와 아기예수에게 경배하는 장면은 농경사회의 전통에서는 어쩐지 낯설고 어색해 보이지만 그래서 특이하기도 하다.

마치 서당이나 서재에서 선비들과 문답을 나누듯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을 만나 토론하는 소년 예수

전통적인 선녀복장의 천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례요한에게 세례 받으시는 예수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누가복음 1장 13절)

어부들의 배에 올라타고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는 예수와 그의 부름에 응답한 제자들의 무릎꿇은 모습

예수의 말씀을 들으러 언덕으로 나왔다가 이야기가 길어져 굶주린 5,000명 군중들을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먹이신 예수

물에 빠져들어가는 베드로를 잡아 올리시는 갓쓰고 도포 입은 예수.

예수께로 찾아온 병자들을 고쳐주시는 선비 예수

제자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마루에 걸터 앉아있는 예수의 발을 마당에 엎드려 머리카락으로 씻기는 마리아 . 제자들이 황당한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다.

예수의 가침 가운데 여리고로 가는 길에 강도 만난 사람을 돌보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형상화한 것이다.

‘최후의 만찬’. 예수는 식사 도중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마 26:21)고 예언하다. 운보는 이 말이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저녁을 하는 데 한 눈이 팔려있던 제자들은 기겁하며 당황한 기색이다. 등장인물의 표정은 다양하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마태복음 26장 41절)

빌라도 앞에서 심문받는 예수. 사극에 나오는 전형적인 궁정의 심문광경이다.

십자가를 메고 군사들의 채찍을 맞으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 여인들이 옆에서 따르고 있다.

두 강도 사이에서 십자에 매달린 예수께서 큰 소리로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누가복음 23장 46절)하며 운명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였다.

'예수의 시신을 세마포에 쌓아 무덤에 옮기니 제자와 여인들이 확인한지라'.그자가 죄인의 손에 넘기워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 삼일에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셨느니라 (누가복음 24장 7절)

예수께서 안식 후 첫날 이른 아침에 살아나신 후 전에 일곱 귀신을 쫓아내어 주신 막달라 마리아에게 먼저 보이시니(마가복음 16:9)

예수께서 그들을 데리고 베다니 앞까지 나가서 손을 들어 그들에게 축복하시더니 축복하실 때에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지시니라. 그들이 그에게 경배하고 . . . (누가복음 24장 50-51)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