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Gallery/미켈란젤로의 비밀(15)/2010년 5월 15일>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비밀(16)

김 상 신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조상들

짧은 시간에 그 웅장한 창세기의 그림들을 중심으로 시스틴 채플의 천정벽화를 감상 하노라면 제대로 눈에 뜨이지도 않고, 뜨였다고 해도 잘 보이지도 않아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천정과 벽이 맞 닫는 부분, 여 사제들과 예언자들의 그림 사이로 천정에서 벽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삼각형의 굵은 선으로 만들어진 칸막이와 계속해서 천정과 벽을 구분하는 반 원(圓)형의 굵은 선으로 벽의 창문 윗부분까지 막은 칸막이 등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 원형 그림의 한 가운데에는 위의 삼각형 부분과 양 옆에 그려져 있는 인물들의 이름이 현판에 라틴어로 쓰여 있지만 밑에서 알아 보기에는 너무 작고 순서도 제멋대로여서 어떤 그림이 어떤 사람인지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그들을 하나 하나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1. 제단 위쪽 오른쪽-아브라함, 이삭, 야곱, 유다(마태복음 1장 2절)

2. 제단 위쪽 왼쪽 -베레스, 해즈론, 람(마태복음 1장 3절)


* 위의 두 그림은 20여 년 후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채플 앞 면에 <최후의 심판> 벽화를 그리면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워버리고 말아 지금은 볼 수 없다.

3. 오른쪽 첫 번째-아미나답

탈무드에 의하면 큰 공을 세운 아들 나손을 키운 아주 경건한 아버지이다. 꼬불꼬불한 붉은 머리칼에 동방의 옷을 입은 활기 넘치는 젊은이로 그려진 그는 울어서 검은빛을 띠는 눈에 분노가 서려 있는 얼굴로 의자에 반듯하게 앉아 있다. 그림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반드시 앉아있는데 거기에는 주의하여 보라는 멧세지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왼쪽 팔둑을 덮고 있는 까운 소매에는 뱃지 같은 것이 붙여져 있는데 지난번 복원작업을 통하여 그것이 밝은 원형의 노랑색 뱃지로 들어났다. 노랑색은 옛날부터 오줌의 색갈이라고 하여 수치와 모욕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여기에서 미켈란젤로는 밑에 앉아 있는 교황을 향하여 예수의 가족들인 유대인들을 당시 카톨릭 교회가 증오하고 박해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요 모욕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65피트 높이에 있는 그림의 한 작은 부분이어서 밑에서는 눈에 제대로 띠지도 않았으며 촛불의 연기에 그슬려서 그동안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4. 왼쪽 첫 번째-나손

 

미드라에 의하면 나손은 유대민족들이 애급에서 나와 홍해를 건널 때 야웨는 그냥 홍해를 갈라 건너게 한 것이 아니라 나손이 먼저 홍해로 뛰어들면서 “오! 우리 주 하나님과 같은 분이 어디있을고”하자 홍해의 물이 갈라지게 하여 모두가 건너게 하였다는 것이다. 나손은 믿음으로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그의 약속을 이루시는 분임을 보여준 것이다.

5. 오른쪽 두 번째 위-살몬(이상 마태복음 1장 4절)


6. 오른쪽 두 번째 아래-보아스 오벳


7. 왼쪽 두 번째 위-이새(마태 1장 5절)


8. 왼쪽 두 번째 아래-다윗, 솔로몬(마태 1장 6절)


9. 오른쪽 세 번째 위-르호보암


10. 오른쪽 세 번째 아래-아비야


11. 왼쪽 세 번째 위-아사(마태 1장 7절)


12. 왼쪽 세 번째 아래-여호사밧, 요람


13. 오른쪽 네 번째 위-웃시아(마태 1장 8절)


14. 오른쪽 네 번째 아래-요담, 아하스


15. 왼쪽 네 번째 위-히스기아(마태 1장 9절)


16. 왼쪽 네 번째 아래-므낫세, 아몬


17. 오른쪽 다섯 번째 위-스룹바벨


18. 오른쪽 다섯 번째 아래-아비훗, 엘리아김


19. 왼쪽 다섯 번째 위-요시아(마태 1장 10절)


20. 왼쪽 다섯 번째 아래-여고니아, 스알디엘(마태 1장 12절)


21. 오른쪽 여섯 번째-아킴, 엘리웃(마태 1장 14절)


22. 왼쪽 여섯 번째-사독, 아졸


23. 입구 위쫏 왼쪽-엘르아살, 맛단(마태 1장 15절)


24. 입구 윗쪽 오른쪽-야곱, 요셉(마태 1장 15-16)

유대인들의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역사적인 배경과 문화를 달리하는 여러 나라에서 비교적 박해가 덜한 로마로 유대인들이 많이 모여들었는데 그들과 교우가 있었던 미켈란젤로는 그들을 모델로 유대인 조상들을 그렸으며 그 모습들은 일반적으로 망명살이 하는 유대인들의 분노와 슬픔이 담긴 모습이라는 것이다.

 

쥴리우스 2세가 시스틴 채플의 벽화를 미켈란젤로에게 부탁하면서 주문한 것은 신약에 나오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성모 마리아나 세례 요한 같은 측근들로 벽화를 채워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완성한 그림에는 우리들이 지금까지 보아온 대로 신약의 인물은 하나도 없고 구약의 인물들과 이교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교황이나 그를 자문했던 카톨릭교회 자문단들의 의도를 묵살하고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의도대로 지금과 같은 벽화를 그릴 수 있었던 데에는 나름대로 그의 설명이 먹혀들었음을 알 수 있다. 창조에서부터 이교도들의 활동을 거쳐 유대인들의 역사를 통해 내려온 인간의 역사는 결국 메시아로서의 예수의 오심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 주려는 것이 자신의 의도로 카톨릭의 경전인 마태복음 1장에 나오는 예수의 조상들을 명단 그대로 하나도 빼지 않고 그린데서 알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바티칸은 행복한 모습이 아니라 지치고 우울한 모습의 예수의 조상들은 포로생활의 암흑가운데서 메시아의 오심을 갈망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는 공식설명을 내면서 미켈란젤로의 의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의 직계 조상인 ‘다윗의 집’을 그리는 데에서도 미켈란젤로의 숨은 의도들을 엿 볼 수 있으며 여기에도 그의 소신인 휴매니즘과 신 프라톤 사상 그리고 보편적인 관용 등을 고양하려는 의도가 배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들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곁들어 있다는 것이다.

마태복음에 나오는 족보를 보면 가끔 부인의 이름이 나오기는 하나 대부분이 남자의 이름만 나오는데 그림에 보면 대부분이 여인과 아이들이 같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어떤 그림은 여자가 도리어 앞에 크게 크로스엎 되어 있고 남자는 가리워져 있는 경우도 있다. 가정을 돌보고 자녀들을 기르는 것을 모든 것의 근간으로 여기는 유대인들의 전통과 남자와 여자를 동등하게 여기며 균형을 맞추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유대사상을 강조하려 하였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환영을 받지 못하고 박해를 받고 있던 때에 유대인들만을 카톨릭 교회의 본산인 시스틴 채플에 그려 넣으면서 그들에 대한 최대의 예우를 갖추어 그려 넣는 모험을 단행하였다는 주장이다. 당시 유대인들은 이류(2流) 시민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미켈란젤로는 이들의 옷감이나 색갈들을 최고의 것으로 그려 넣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치고 우울한듯한 모습도 사실은 12세기부터 다른 지역에 번진 종교재판으로 박해를 받던 배경과 문화를 달리하는 여러 지역의 유대인들이 비교적 박해가 덜한 로마로 많이들 몰려왔는데 그들의 전형적인 얼굴의 모습이 그렇게 보인 면도 있지만 사실은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그린 것이며 특히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예수의 조상 벽화’들을 교황과 자문단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유용하게 사용하였지만 실제로 미켈란젤로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창문 옆에 있는 그림들은 그런대로 잘 보였지만 예수와 가까운 직계 조상들일수록 창문이 없는 안쪽 깊숙한 구석에 자리를 잡아서 조명이 없던 당시에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으며 20여 년 후 정면에 <최후의 심판>을 그릴 때에 아브라함, 이삭, 야곱, 유다를 그린 패널과 베레스, 헤즈론, 람을 그린 패널, 두 장을 그냥 지워버렸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아브라함에서 람까지를 빼먹고 아미나답과 나손으로 시작되는 양쪽 패널들은 한때 누구를 그리려 한것인지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을 연재하였고 <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을 연재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

 

<늘푸른나무(www.webegt.com)-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