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늘푸른나무(www.webegt.com)/글쓰기 교실(CSULB, OLLI)/2020년 3월 15일>

 

<CSULB, OLLI 글쓰기 교실>

고통속의 발견

김 정 숙


늦은 아침이다.
아직 하늘이 반쯤만 열렸다.
식사를 마치고 도라지차를 마시고 있다.
오늘 전쟁에 도움이 될까 해서다.
엉덩이 부근에서 놈들이 오늘도 작업을 개시하려한다.

피하지역을 휩쓸고 다니며 살을 갉아 먹는다.
근질근질해서 손이 가면 벌침을 일사불란하게 쏘고 도망친다.

한 달동안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슴아래와 왠쪽엉덩이 그리고 같은쪽 허벅지에서 무릎까지 점령당한 부위가 넓다. 두 유방은 알라스카 빙벽에 부빈 듯했고, 허벅지 살은 잔 가시가 올라와 있는것 같았다.

검사결과는 정상이라는데 내 육신은 형벌같은 고문이 시작되었다.

의사가 타이레놀을 주어 잠간 씩 진정되었다
여러가지 치료를 했지만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 밤중에 응급실로 실려가고 싶은 때가 많았다.
어떤치료도 내몸은 거부하며 3주가 가까웠다.

불현듯 ‘대상포진’ 이라는 악명높은 병명이 떠올랐다.

초기증상에 발진이 없어서 주치의도 몰랐던 것이다.
조기발견을 못했기에 바이러스와 전쟁은 피할수 없다.
보통 6주 정도면 회복되기 때문에 끝이 보였다.

-대상포진은 어렸을때 수두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할때 발병한다
초기 2-3일에 항바이러스약을 먹으면 통증이 완화된다.
후유증으로 신경통이 유발하기도 한다.
보통 의사는 예방주사를 노약자에게권고한다.-

내몸은 아직 전쟁중이다.
바이러스 패전병들이 코너에 몰려있다가 기습을 하곤 한다.

틈틈이 익혀왔던 손오자 병법을 써먹지 못한체 종전선언을 하게될것 깄다.

전쟁터의 참상은 옷으로 감춰져있다.왜 이처럼 어마무시한 병이 나를 공격했을까.

나를 들여다 보니 어지럽게 널려있는 것들이 있었다. 진행중인 상처였다.

몇 달동안 나는 외로운 가슴앓이를 했다.
누군가를 사모하는 정이 지극하여 폭발할것 같았다.
주위의 반대가 태풍처럼 불었다.
그는 가을낙엽처럼 무늬만 주고 사라졌다.
짝사랑이었지만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한국은 지금 코로나19가 창궐하여 재난에 있는데 국민은 극열하게 전쟁중이다.
젊은층 지지를 받는 진보세력과 노인지지층인 보수세력의 갈등은 극에달하고 있다.
서울을 방문했을때 태극기부대인 내 친구들은 광화문광장에 나가 데모까지 했다고 했다.
오늘도 카톡방에는 보수친구들이 보낸글들이 도배를하며 맞장구를 친다.
나는 벙어리처럼 침묵하며 조마조마하다.
그들은 소중한 친구들이다.

정월 말 쯤 한 방송사에서
‘그리스 신화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공개강의가열렸다.
강의가 끝난 후,
‘오늘 날 그리스 신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한 청중이 질문했다.
교수는 귀에 꽂히는 대답을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늘 자식이 아버지를 죽였다.
기성세대는 신세대에게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의미있게 모두 웃었다.

사회자가 질문자에게 아버지에게 영상메시지를 띄어보라 하자,
서른 한살의 질문자는 말했다.
“아버지 지금부터 아버지 말씀을 듣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대상포진을 앓으며 해저문 인생을 실감했다.
아직도 내 세대가 사회에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우리세대는 자식세대에게 모든것을 물려준지 오래다. 내 의견은 자식들에게 참고사항일 뿐이다.

내가 흥분하고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니다. 그들을 응원하고 지켜보면서 배우면 된다.

떨어져있던 ‘성숙’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온다. 해가 어느덧 활짝 열고 나서서 창문앞에 기다린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그 열기에 기절하고 있다.

고통은 젊은이에게만 약이되는 것은 아니다.

[국화일기 2020년 3월 3일] 국화 김 정 숙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