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늘푸른나무(www.webegt.com)/글쓰기 교실(CSULB, OLLI)/2021년 1월 15일>

 

<CSULB, OLLI 글쓰기 교실>

세모(歲暮)

이 성 춘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속절없이 흐르고

너도 나도 아닌 혼돈의 세월

온 세상이 멈쳐 서듯 시계추도 꽁꽁 묶어

코로나와 함께 먼 우주로 날려 보내면 좋으련만.

 

제야의 종소리나

쌀쌀한 눈바람을 맞으며 오바 코트 깃을

올린 채 명동거리를 쏘다니던 기억들도

돌아오지 않은 강물처럼 흘러만 가는

강압된 자연의 역리여.

 

초승달은 만월이 되고 그믐달 되어

다시 그리운 본향으로 돌아가는데

동천의 외로운 별빛 하나 내 마음 되어

흐려지는 눈언저리를 씻어 내리네

 

갈 것은 가고

오는 것은 반가운 첫사랑

터지는 꽃망울 마냥 밝고 맑은 환희의 소리

거역할 수 없는 세월의 순리여.

 


 

9월이 오면.

-정든 사막집을 떠나며-

이 성 춘

팔 뻗으면 잡힐듯 가까이 펼쳐진 둥근 창공
하늘속 깊이 치켜올라 솟구치는 야자수 숲속
봄 여름 내내 싱싱하게 커온 솔잎 솔방울의 풍성한
소나무 열병식.
그 밑에 다소곳이 숨죽이듯 조아리고 있는
조슈아트리 군락들.
9월이 오면 이젠 너희들도 떠날 채비를 해야겠지.

집 울타리안 숲속 정자밑에 앉아 바라보는 사막풍경
하동들의 물장구치는 소리 들리듯 수로관은 흐르고
언제,어디로 훌러흘러 생명의 물이 되어 이승을 고별하듯
9월이 되면 우리도 또 하나의 나이테를 더하며
떠날 준비를 해야만 하겠지.

낮은 둔덕과 어우러져 고개숙인 작은 산과들
엄마의 품속같은 큰 산 산 산.
봄엔 제법 푸른 사막풀과 꽃으로 펼쳐진 수채화들도
햇볕 작열하는 사막의 몸살에 서서히 갈색으로 쳐저 있고
내년에 또 다시 오겠노라고 변치않는 자연의 언약.
9월이 오면 너도 가야할 준비를 하고
우린 가슴아린 이별을 고해야 되겠지.

겨울 봄 여름 가을
행여나 추울가 목말라할가 고생할가
주고 또 주어도 나의 갈증 풀지 못해 물호스 몸살나.
복사 능금 배 살구 매실 대추 감나무들의 봄의 꽃잔치
그렇게도 화사하게 요란을 떨었건만
무릉도원 고사는 꿈이었나 아니면 신명나는 사랑의
고백이었나.
그대 떠난 텅빈 가슴속 열병의 징표는 남아있고.

화씨 98도 102도 땡볕 아래 톱질하고 땅파던 노인아
싸늘한 사막의 노을빛에 황혼이 젖어
온 사막이 서서히 사라지듯
우리의 인생도 저렇게 저렇게
9월이 되어 떠날 채비를 해야겠지.


5월의 향기

이 성 춘

 

잔인한 4월도 지나가고 계절의 여왕 싱그러운 5월의 향기

보이지 않는 아지랑이 그리워

사막들판 헤메이건만

쑥 캐고 달레나물 뜯는 댕기머리 처녀는 어디에도 없는데

 

고국 농촌의 벼 묘목 펼쳐있고

찰랑이는 논물,

유영하는 올챙이들과

논두렁 아카시아 붉은 꽃잎들

새참 든 여인은 돌다리 건느고

 

개구장이 까까동이 검정치마 단발머리

첫사랑의 계집애들

풋풋한 자운영 꽃 들판의

아스름한 그리움이여.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