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늘푸른나무(www.webegt.com)/글쓰기 교실(CSULB, OLLI)/2020년 1월 15일>

 

<CSULB, OLLI 글쓰기 교실>

 

울밑에선 봉선화

허 정 옥

얼마전 선배님이 봉선화 한폭이든 화분을 주셨다.

맑은 진분홍 꽃도 예뻣지만 돌아가신 우리아버지 생각이나서 얼른 다나포인트 새집 앞마당에 심었다.

우리아버지는 약주 한잔하시면 늘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모양이 처량하다”

라는 노래를 구성지게 감정을 담아 부르셨다.

아마도 일제시대 일본에서 학교다니실 때 죠센징이라 불리며 설음 받든 기억을 하시나보다. 그때 삶에 지친 아가씨들은 울밑에 핀 봉선화를 반겼고 오손도손 모여서 손톱을 물들이는게 유일한 즐거움이고 사치이었으리라.

두 달지내니 꽃이 만발햇다.

남편은 나에게 꽃이지기 전 손녀딸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드려 주라고 성화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백반을 얻어놓고 u-tube 에서 하는 방법도 배워 놓앗다.

나도 어릴 때 해보았지만 자세한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음에 계속일어나는 의문은 이 현대판 여덜살짜리 아가씨가 증조 할아버지 시절의 손톱 물들이기를 반가워할까 하는 것이었다.

모처럼 날을 잡아서 저녁식사 후 딸래집뒷마당 에 자리를 잡는다.

필요한것들 이것 저것 준비하는 데 손녀는 제법 잘 따라준다. 손톱을 갈고 꽃과 백반을 조그만 절구에 녛고 한참을 찌었다. 꼭 함버거 Pattie 정도로 되었을 때 작업을 시작한다.

손녀딸은 손을 상 위에 펴고 나는 눈꼼만한 손톱에 봉선화 패디를 올린다.

할아버지는 옆에서 플라스틱을 잘라주면 손톱을 감싸고 테이프로 감는다.

어디서 배웠는지는 몰라도 할아버지는 꼭꼭 눌러주어야 한다며 누른다.

손가락 열개를 장식하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드려졌다.

한시간 이상걸렸는데도 손녀는 참을성있게 딸아준다. 그리고 자기엄마에게 플라스틱에 싸인 손가락을 보이며 이것을 화학물도 안들은 순수한 유기농 이라고 자랑한다. 이때 쯤 나에게 조바심나게 하는 것은 이의 결과이다.

어디에도 얼마나 두어야 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잠자기 전 플라스틱을 열엿다.

손톱뿐 아니라 손가락이 온통 어정쩡한 주홍색이다.

아무리 이쁘게 보아준다해도 이건 실패작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녀딸 협작이 이정도라면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 손가락이 처량하다는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