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늘푸른나무(www.webegt.com)/글쓰기 교실(CSULB, OLLI)/2019년 12월 1일>

 

<CSULB, OLLI 글쓰기 교실>

노란숲에 서서/
프로스트의 시와 인생을 사색하며
                    
김 정 숙

노랗게 물이 오르고 있는 가을 숲, 빅 베어. 
낙엽이 설 킨 사이로 도토리들이 와르르 뒹굴고 있다. 
새벽녘에 내린 비를 머금었던 숲은 촉촉하고 빛깔이 깊다.

해가 기울자 나무들은  수분을 토해내며 서로의 몸을 휘감고 있다. 
서늘한 몸을 비비며 정을 나누는 숲의 숨소리. 
낙엽 카펫을 밟는 포근함에 깊고 느린 숨을 길게 내 쉬었다
어색한 손님으로 서있던 나도 그들과 어우러져 한그루 나무로 호흡한다

프로스트의 시와 인생을 사색하며 가을 숲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선지 그가 오래 머물다 간 듯 숲속의 공기는 시인의 향기로 차오른다..  
다람쥐들이  숲을  흔들 때 마다  나직한 목소리로 그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습니다.’

그곳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니 두 길 다 아름다웠다고 했다. 두 길 중 어느 길을 갈 것인가 생각에 잠겼다.

다음날 아침 시인은 한 길만을 택해서 걸어야  했다. 그는 나뭇잎이 더 많이 쌓여있는 길,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적은  길을 택했다.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이다.’라고 노래했다 
그는 그가 선택한 길을 걸으면서 벌써 언젠가 후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길밖에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말하는지 모른다. 


프로스트는 살아서 세상의 존경과 명예를 누렸던 미국의 국민 시인이었다
건강문제로 하버드대학중퇴 학력을 가졌지만 후에 그는 모교의 교수로 재직했다 . 사 십 여개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몸에 별처럼 달고 누린 인생이었다. 

그의 가정사를 들여다보면 이처럼  불행한 인생도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의 다섯 자녀들이 모두가 죽거나 자살하거나 정신질환을 앓았다면 그의 슬픔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사랑했던 부인도 60대에 사별하였다. 
그는 유명세를 간직하고  존경 속에 살았지만  늘 불안함은 운명처럼 지니고 살았다. 
그것은 개인적인 불안감일 수 있고 존재론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우주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자신의 내면을 들어내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프로스트. 그의 부조리한 삶의 갈등은 문학으로 빛을 내게 된 것이리라.  
  
한 갑자를 넘긴 나는 지금 인생의 가을을 통과하고 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숲속과 같다.  
나무에 달렸던 도토리는  땅으로 흩어져있고 나뭇잎은 낙엽으로 쌓여 간다. 얼마 후 찬바람이 불고 서릿발이 내리면 숲은 색깔을 잃고 옷도 벗을 것이다. 숲의 영광은 환영만을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걸었던 길.  
나는 프로스트의 시처럼 사람이 적게 간 길을 가지 않았다. 
민족분단의 희생자로 살았던 우리가족의 아픔은 어려서부터 피 속 깊게 흐르며 나의 목덜미를 잡았다. 
나의 선택의 길, 
그것은 안정된 직장과 안락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 나의 꿈은 일차원적이고 세속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인생길을 걸으며 나는 늘 아쉬움으로 가슴에 바람이 불었다.

간이역에 잠시 쉴 때면 나는 다시 떠나고 싶지 않았다. 회색 크레파스로 칠해져 가는 내 그림은 찢고 싶었다. 
일어나 길을 재촉할 땐  잡초 같은 인생이지만 가끔은 빈들에 야생화를 생각 했다. 

먼 훗날 후회하지 않겠다고 시작하지 않는가.

 가을이 깊어가는  빅 베어 노란 숲에는 다람쥐들이 지천에 깔아놓은  먹이를 놓고 축제가 한창이다. 
그들은 곧 이것들이 눈에 쌓여버릴 것을 알고 있다. 
다람쥐와 함께 가을을 먹고 숲처럼 노란색깔로 물들어 보자.  
길가엔 노랑 야생해바라기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는가.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프로스트의  대표 시 ‘가지 않은 길’ 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내가 택한 길, 사람이 많이 다닌 그 길을  이제는 여유롭게 걸어가리라  
종착역에 도착 했을 때  그 길을 걸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투덜거리지 않으리라.

 ‘위대한 예술가도 아프고, 슬프고, 쓸쓸하고, 외롭고, 그립고, 사랑의 고통과 욕망의 고통을 앓고, 수시로 죽고 싶어 하는 약한 인간이다.
’-조 병화 시인이 남기고 간 말을 꼭 씹으며

 들국화는 들길에 피어 있기만 해도 곱다고 하자

                         이천 칠년 시월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