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이달의 화두/2022년 9월 15일>

마이클 샌들의 <돈으로 없는 것들>

돈으로 사면 안되는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재화와 활동은 사고팔기에 적당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한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질문 내용을 살짝 바꾸어 보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대답한다. 우정을 생각해 보자. 친구가 지금보다 많았으면 좋겠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친구 몇 명을 사겠는가?아닐 것이다. 잠시만 생각해보면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된 친구는 진짜 친구와 같을 수 없다. 집을 비운 동안 우편물을 보관해 주거나, 위급할 때 자녀를 돌봐주고 , 심리치료사라면? 자신의 푸념을 들어 주고? 동정 어린 충고를 해주는 등 일반적으로 친구가 하는 일을 해달라고 사람을 고용할 수는 있다. 최근까지도 페이스북에서 잘생긴 ‘친구’를 월 99센트에 고용하여 자신의 온라인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가짜 친구를 소개해주는 이 웹싸이트는 대부분 모델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해서 폐쇄되었다. 돈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 친구를 살 수는 없다. 어쨌거나 돈으로 사는 우정은 사라지거나 변질된다.

노벨상을 생각해보자. 노벨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정상적으로 받을 수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노밸상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금새 알아차릴 것이다. 노벨상은 돈으로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대문이다. 아메리칸리그의 MVP상도 마찬가지다. 예전 수상자가 팔겠다면 트로피를 사서? 자기 집 거실에 진열해 놓을 수는 있겠지만 상 자체를 살 수는 없다.

이것은 노벨상 위원회와 아메리칸리스가 상을 팔려고 내놓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설사 매년 노벨상 하나를 경매로 판다 하드라도 이렇게 돈을 주고 산 상은? 진자? 노벨상과 같지 않다. 시장 교환은 노벨상을 가치있게 만드는 선(善, the good)을 변질시킬 것이다. 노벨상은 명예로운 재화이기 때문이다. 이를 사는 행위는? 상에서 얻으려는 선을 훼손한다. 노벨상이 거래되었다는 이 나오기가 무섭게 수상자는 더 이상 명예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야구경기에서 수여하는 MVP상도 마찬가지다. MVP상도 명예로운 재화이므로 시즌 동안 홈런을 치거나 탁월한 수훈을 세워 팀의 우승에 기여한 공로로 받지 않고 돈으로 산다면 재화의 가치는 변질된다. 물론 상을 상징하는 트로피와 상 자체에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일부 수상자가 자신이 받은 오스카조각상을 팔거나 수상자의 잔가조각상을?? 유산으로 물려받아 판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 오스카 조각상은 소더비(Sorheby’s)나 다른 경매회사에서 실시하는 경매에서 거래되고 있다.

1999년 마이클 잭슨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받은 최우수 작품상 트로피를 154만 달라에 구입했다. 아카데미는 이러한 오스카 조각상 거래에 반대해서 지금은 수상자들에게 팔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다. 명예를 상징하는 조각상이 상업적인 수집품으로 탈바꿈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수집가들이 조각상을 살 수 있든 없든 아카데미 여주연상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은 실제 상을 받은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상당히 명료한 이러한 사례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다음 질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사면 안 되는 대상이 있을까?'예를 들어 사람의 신장처럼 살 수는 있지만, 거래하면 도덕적으로 논란거리가 될만한 재화를 생각해 보자. 장기 이식에 필요하므로 장기거래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도덕적으로 불미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신장을? 사는 행위가 잘못이라면, 노벨상의 경우처럼 문제는 돈이 재화를 변질시킨다는데 있지 않다. 돈을 지불하든 하지 않든 이식한 신체에 거부반응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신장은 가능 할 것이다, 따라서 신장이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탐구가 필요하다. 장기 매매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을 살펴보고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혹은 아이거래를 생각해 보자. ‘법 경제학’운동을 주도하는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몇 년 전, 입양할 아이를 시장을 활용하여 분배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는 좀 더 바람직한 입양 조선을 갖춘 아이의 가격이 다른 아이보다 비싸리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아이를 경매에 부치거나 시장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운데 입양기관이 수수료를 받고? 입양을 주선하는 현행 입양 제도보다는 입양을 자유시장에 맡기는 편이 아이를 훨씬 바람직하게 분배할 수 있으리라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터의 의견에 반대하면서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이라도 아이들을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세히 검토해보면 이와 같은 논쟁에서 눈에 띄는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신장 거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아이 거래 시장은 구매자가 홱득하려는 재화를 변질시키지는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를 사는 행위는 친구나 노벨상을 사는 행위와는 다르다. 아이 입양 시장이 있다면 시세에 따라 가격을 지불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재화, 즉 아이를 획득할 것이다. 이러한 시장이 도덕적으로 거부할만한 지의 여부는 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언뜻 보기에는 친구와 노밸상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재화와 신장과 아이처럼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논란이 생기는 재화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처음 언뜻 생각할 때보다 명확하지 않다.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금전적 거래가 구입한 재화를 명백히 퇴색시키는 경우와 거래가 이루어지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재화를 변질시키고 그 가치를 부패시키거나 저하시키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경우 사이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리 사과 서비스와 결혼식 축사 판매

이 연관성을 우정과 신장의 중간 단계에 속한 사례를 생각해봄으로써 살펴볼 수 있다. 우정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우정의 표시나 친밀감, 애정, 후회의 표현은 어떨까?

2001년 <뉴욕타임스>는 한 중국기업에서 제공하는 특이한 서비스에 대해 보도했다. 사이가 서먹서먹해진 연인이나 관계가 틀어진 동업자 등, 누군가에게 사과를 해야 하지만 직접 하기가 영 껄그럽다면, 텐진사과회사(Tianjin apology company)에 의뢰해서 대리 사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회사의 표어는 “당신 대신 사과드립니다”다. 보도에 따르면 사죄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한 중년 남녀로 어두운 색 옷을 입는다. 그들은 ‘뛰어난 언변과 풍부한 인생경험을 갖춘 변호사, 사회복지사, 교사 등으로 카운슬링 교육을 추가로 받는다.

나는 그 회사가 성공했는지 여부도 모르고 심지어 아직까지 남아 있는지 조차 모른다. 하지만 해당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돈으로 산 사과가 효과가 있을까? 누군가가 우리에게 잘못 행동하거나 우리를 화나게 하고 나서 고용한 사람을 보내 대신 사과한다면 마음이 풀릴까? 이에 대한 대답은 상황에 따라, 혹은 아마도 비용에 따라서도 다를지 모른다. 그렇다면 비싼 가격의 사과가 싼 가격의 사과보다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 당사자가 사과할 때 전해지는 깊은 뉘우침을 다른? 사람이 대신 사과하는 것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돈으로 구입한 사과가 얼마나 현란하든지간에 직접 하는 사과의 역활을 할 수 없다면 사과 또한 친구와 마찬가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우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사회적 관행으로 신랑신부를 위한 결혼식 축사를 생각해 보자. 전통적으로 축사란 결혼식 피료연에서 주로 신랑의 가장 친한 친구인 신랑 둘러리가 부부에게 행복을 기원하는 따뜻하고 재미있으면서 진심어린 표현이다. 하지만 품위있는 내용으로 축사를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내켜하지 않는 둘러리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결혼식 축사를 구매하기도 한다.

퍼펙트토스트닷컴(The perfect toast.com)은 1997년부터 줄곧 결혼식 축사 대필 서비스를 제공해온 선두 웹사이트다. 고객이 신랑신부를 어떻게 만났는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재미있는 축사를 원하는지 감상적인 축사를 원하는지 등에 관한 질문지에 답하면 사흘 이내에 3-5분 길이로 전문가가 대필한 맞춤형 축사를 받아볼 수 있다. 가격은 149달라로 신용카드로도 지불할 수 있다. 맞춤형 결혼식 축사를 주문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인스턴트 웨딩토스트닷컴 같은 웹사이트에서는 19.95 달라 가격에 축사 샘플을 보내주고 환불도 보장된다.

결혼식 날 둘러리의 축사에 너무나 마음이 훈훈해지고 찡해져서 신랑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고 상상해보자. 그런데 친구가 축사를 손수 쓰지 않고 온라인에서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신랑의 기분이 어떨가? 전문가가 돈을 받고 대필해주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들었을 때보다 축사의 의미와 감동이 즐어들지 않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돈을 내고 구매한 결혼식 축사는 진짜 축사보다 그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수상들이 보통 연설문 작성자를 고용하지만 이를 트집 잡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식 축사는 연두교서가 아니다. 이는 우정의 표현이다. 의도했던 효과를 낸다는 의미에서는 돈을 주고 구입한 축사도 제 몴을 하겠지만, 그 효과는 기만에 근거한 것일 수 있다. 한번 시험해 보자.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이 엄습해서 감동적이고 감상적이면서 기막힌 축사를 온라인에서 구매했다면 당신은 이 사실을 친구에게 털어놓겠는가, 아니면 숨기려 하겠는가? 구매한 축사의 효과가 출처를 숨기는 것에 달려 있다면 돈으로 산 축사는 진짜 축사의 퇴색된 형태라고 마땅히 의심할 만하다.

어떤 면에서 결혼식 축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다. 하지만 이를 사고파는 것은 그 재화가 지닌 속성을 변질시키고 가치를 감소시킨다.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외이즈베리 간>에서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