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이달의 화두/2022년 5월 1일>

어머니 날을 맞아 그리운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최 인 호

그리운 어머니.

살아 생전에는 단 한 번도 편지를 쓰지 아니하였던 제가 편지를 씁니다. 살아있음은 수수께끼와 같고, 돌아가심도 우리의 인간으로는 풀어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세계의 일이므로 지금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 알 수 없습니다마는 저는 이것만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

제가 이제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이지 아니하고 우체통에 집어넣지 않아도 어머니는 제 편지를 받으시리라는 것을 저는 알 수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저와 함께 항상 계시는 어머니.

참으로 이상하지요.

우리들 사람이란 서로 이 지상의 나그네로 살아있을 때에는 서로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아니하고, 그리 바쁜 일도 없으면서도 만나면 얘기도 대충대충 나누고, 사랑도 슬픔도 기쁨도 대충대충 나누는데 그것이 불가능하여져 죽음으로 이별하게 되면 그것이 참으로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람이란 참으로 불완전한 미완성의 존재인 것 같아요.

어머니.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저희 어머니로 와 주셨다가 선의(仙衣)로 갈아입고 하늘나라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버린 어머니. 살아 있음은 눈 먼 세계와도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는 것이 살아 있을 때의 기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요즘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바람은 제가 불고 싶은대로 불어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도 바람이 어디서부터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거늘 하물며 우리들의 영혼이야 어디로 가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고 성 프란치스코가 말하였던 것처럼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여자는 죽지만 '어머니'는 창세기 이래로 한 번도 죽지 않은 영원한 모상(母像)인 것입니다.

그리운 어머니.

이제는 어머니를 생각해도 별로 눈물이 나오지 않아요. 벌써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5년의 세월이 흘러버려서 어머니와의 추억을 잊어버린 때문도 아니에요. 어머니와 이별하였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원할 때 언제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고 제 마음 속에 항성(恒星)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운 어머니.

지상의 나그네 되어 있을 때의 애틋함 그대로 언제나 저를 보살펴 주세요. 당신은 어머니의 이름으로 제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고 이 지상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태어나 제일 먼저 배운 말 첫 마디가 '엄마'였듯 어머니가 가르치신 말, 노래들은 언제나 제 가슴에 마르지 않고 샘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머니, 언젠가 제가 어머니처럼 낡은 육신의 의상을 벗고 돌아갈 무렵에는 어머니와 자식이 아니라 같은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어 서로의 얼굴을 비비며 이 지상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을 기억하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어머니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이 가엾은 아들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소서.

그리운 내 엄마, 손복녀님.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2001년 5월 11일 아들 올림.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