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이달의 화두/서양사람들이 본 개화기 조선과 조선사람들(2)/2021년 9월 15일>

-서양인들이 본 개화기 조선과 조선 사람들-

'내가 본 조선 어린이들과 놀이 '

A.H. 새비지 랜도우

조선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은 바로 어린이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에게 조선에서 남자 아이를 별로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소년시절은 없어져 버리고, 유년기에서 곧바로 결혼해서 의젓해진 남자로 도약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놀랄만한 이야기이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내아이가 8-9세가 되면 대개는 그의 자유로운 생활은 끝나게 된다. 열 살이 되면 그는 멸목상으로는 기혼자가 된다. 여기에서는 어린이들의 미혼 시절에만 국한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조선에서는 사내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훨씬 더 귀하게 여겨지며 한 가족중에 여러 명의 아이가 있다면, 아무리 더잘 생기고, 더 영리하며 학문에 정진한다 하드라도 연장의 사내아이가 그의 어린 동생들보다 더 소중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버지가 죽게 되면, 장자는 가장의 권한을 떠맡으며, 그의 동생들은 생전에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형에게 의탁한다. 장자는 상속받은 재산을 나머지 가족들과 같은 몫으로 나누거나 그렇지 않으면 선친이 했던 것처럼 그것들을 보전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족의 재산과 거의 모든 돈을 물려받는 사람은 장자이다.

조선의 가족은 대부분 서로 모여 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이 매우 많은 씨족들, 말하자면 씨족의 한 부분을 이루는 다양한 친족들을 가진 각각의 가족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말할 것이다. 가족의 유대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매우 중요시되며, 가족의 행복과 안녕에 결부된 이해관계는 먼 친족들 까지도 단합시킨다. 더구나 만약 씨족의 어떤 성원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그를 돕기 위해 모든 친족이 동원된다. 한층 더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아무런 불평 없이 기꺼이 그 일을 감당한다는 것이다. 조선 사람은 본래 호의를 잘 베풀지만 친족에게는 훨씬 더 그러하다. 어떤 한 친족에게 속한 집은 실제로 다른 친족에게도 속한다. 어느 ‘소중한 친족’이 몇 년 동안 그의 집에 체류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만약 그가 자신의 방문객을 내쫓는다면, 그는 조선의 예법에 따라 만들어진 환대의 엄격한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식 객

심지어 전혀 낯선 사람들도 종종 부유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서 머무른다. 그들은 더 좋은 숙식이 기대되는 다른 부잣집으로 거처를 스스로 옮길 때까지 그 집에서 몇 달 동안 머무른다. 조선 사람들이 식객들의 험담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없다. 특히 이것은 조선의 귀족이 항상 골치를 싸매는 골치거리인데, 차라리 약탈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식객들은 이런 사정을 이용한다. 머리가 어깨까지 처진 고관들은 이와 같은 약탈자들에게 매우 시달린다. 만약 그들이 호의를 베풀기를 거절한다면, 그들에게 독기 어린 험담과 중상 모략이 가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공평하게 평하자면, 이와 같은 인간 거머리들도 양심응 가지고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몇 달 동안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면 그들은 대체로 새로운 먹이를 찾아 떠날 것이다. 조선 사람들은 남에게 극진하게 호의를 베푸는데, 그러한 사실은 외국인에게도 역시 똑같다. 그것은 내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나는 항상 음식과 마실 것을 대접받았기 때문이다. 당신도 그들과 함께 식객노릇을 해보라는 권유도 수없이 들었다.

가 족

그러면 조선의 가족으로 되돌아가 보자. 실제로 어머니는 처음부터 가정에서 아무런 존재도 아니다. 그는 남편의 신분에 따라 일종의 가구나 짐을 끄는 가축 또는 장식품으로 여겨지며, 아들은 어머니를 더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취급한다. 만약 그에게 딸이 있다면 딸은 오히려 어머니와 외로운 시간을 함께 나누고 그의 일을 도와주는 벗이 된다. 여자는 자신의 남편이 베푸는 만찬과 연회에 결코 참여할 수 없으며, 포도주나 술을 마시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담배는 피울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남자는 여자와 격리되는데, 남자는 항상 아버지와 동무가 되는 반면에 여자는 우리가 살펴본 대로 어머니의 처연한 운명을 함께 나눈다. 사내아이가 가르침을 받는 첫 번째 항목은 지배자에 대한 사랑과 깊은 존경 그리고 복종이며 이를 통해 그는 대개 일가의 전형이 된다. 만약 아버지가 편찮으시면 부친의 곁에 온종일 앉아 그를 간호하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그리고 만약 어떤 불행이 그에게 닥치면 그 아픔을 아버지와 함께 나누는 것이 효자의 의무이다.

조선의 어린아이는 즐겁게 노는 시간을 갖는지 그리고 잘 보살펴지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여 나는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대체로 귀족과 부유층의 어린아이들은 엄격하고 심지어 가혹하게 양육되지만 내 생각에 학대를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가난한 가정의 자식들은 종종 무자비하게 매를 맞는다.

장난감

조선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단단한 머리와 고통에 대한 무감각성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의 어린 아이들이 아주 신나게 노는 것처럼 보이는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밖에서 팽이를 채찍으로 처 돌리는 것이 유행하는 1월이 바로 그 때이다. 마치 소형 인간처럼 솜을 넣은 커다란 바지와 붉거나 초록색뿐인 짧은 외투를 입고 등에 매달린 한 두 개의 머릿단을 긴 비단 리본으로 묶은 어린아이들은 이 계절에 커다란 팽이와 채찍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을 가지고 그는 혼자서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채찍을 휘두르며 즐긴다. 힘이 다 빠져 지치면 자신의 아버지 옆에서 녹초가 된 작은 몸을 쉬기 위해 집에 돌아갈 때까지, 그는 온종일 자신을 그토록 기쁘게 해주는 장난감에 매달린다.

조선의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조용하다. 처신에 관한 한 태어난 순간부터 실제로 작은 한 성인(成人)이다. 그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별로 다투지 않으며, 오히려 수줍음을 타고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는 조용히 자기의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놀며, 그의 최고의 즐거움은 자기 아버지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다. 소년들은 늘 아버지처럼 그렇게 살도록 고무를 받는다. 능력이 닿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세계에서 쓸 수 있도록 물건들은 좀 더 작게 만든 장난감들을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아이들은 작은 활과 화살, 칼 그리고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 등을 가지고 논다. 허수아비를 가지고 놀다가 거기에 대고 화살을 쏘기도 하고 싫증이 나면 언제든지 그는 그 목을 베면서 즐거워 한다. 낚싯대들도 가지고 놀며 바람이 부는 날이면 세계적으로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인 큰 종이로 만든 바람개비를 가지고 달음박질하면서 논다. 가마와 휠체어같은 국민적인 운송수단은 물론 여러 악기들 또한 장난감으로 제공되는데 물론 크기에서는 실물보다 훨씬 작게 만들었지만 완벽할 정도로 정교하게 모방하고 있다고 한다.

연(燕) 날리기

어린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놀이는 집밖에 나가서 하는 놀이일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연 날리기는 가장 중요한 놀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그것은 조선에서 하나의 기술로 여겨지는데 어린 아이들은 그것을 너무 좋아할 뿐 아니라 심지어 어른들도 이와같은 아이들 놀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조선의 연은 폭이 14인치, 길이가 20인치 정도로 매우 작다는 점에서 비교적 일본이나 중국 것과는 다르다. 더구나 구조가 평평한 대신에 조선의 연은 아치형이다. 조선사람들에 의하면 연을 아치형으로 만듦으로써 훨씬 더 멀리 날려보낼 수 있다고 한다.

딸들의 모습

열 살도 채 안된 어린 소녀들은 매우 예쁘다. 이마의 가운데 부분을 차분하게 가른 다음 뒤에서 두 갈래로 묶은 머리와 작은 초록색 조끼와 붉은 색의 긴 치마를 입은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멋스러워 보인다. 당신은 그들의 품행이 얼마나 단정하고 순수한지를 알아야 한다. 그들은 한번도 미소를 짓지 않는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탕이나 장난감 혹은 당신이 마음 내키는대로 어떤 것을 줄 수는 있지만 ‘고맙소’라는 힘없는 한 마디가 당신이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어머니에게 선물을 보여 드리기 위해 달아난다. 그들은 당신 앞에서 흥겹게 떠드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물론 그들의 기쁨이 때로는 빤짝이는 눈가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녀들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의 숫자가 남동생들에 비하면 훨씬 부족하다. 그녀들은 엄격하게 길려지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고된 일과 잡일을 시작한다. 가녀린 손가락을 놀릴 줄 알게된 순간부터 그들은 바느질과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에게는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노예처럼 비하되고 남자에게 충절을 바치는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각인되기 시작한다.

입 양

일본에서처럼 역시 조선에서도 자식 없는 부모가 사내아이들을 양자로 삼는 관습이 성행하고 있다. 양자로 선택된 어린아이들은 대개 더 가난한 친구나 입양시킬 여력이 있는 친족의 아이들이다. 양자 결연이 일단 이루어지면 국법으로 정해진 모든 규정과 왕의 승인에 따라 양자는 친아들을 대신하며, 양어머니에 앞서 양아버지에 대한 상속과 고인의 모든 관계에 대한 완전한 권리를 상속한다.

조선의 사내아이는 매우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만약 부자의 아들이라면 가정교사를 두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글과 한문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닌다. 조선에서 모든 공식서한은 한문으로 쓰여지는데 모두들 알고 있드시 일생 동안 한문을 완전히 습득하기란 불가능하다. 반면에 한글은 가장 실용적이고 쉬운 표음 방식의 문자이다. 나는 여러가지 면에서 그것이 심지어 영어보다 더 실용적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산수도 역시 주판이라고 하는 미끄러운 구슬로 된 덧셈판을 사용하는 조선의 어린이들의 작은 머리 속에 매우 친숙해져 있다. 그런데 이 주판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역시 사용되는 대단히 훌륭한 발명품으로 빠른 계산을 하는 데에 말할 수 없는 도움을 준다. 어린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는 한 조선사람에게서 그들은 대체로 매우 부지런하고 학구적이라고 늘 들어 왔다.

한 아버지가 어느날 나에게 자기 아들은 아주 부지런 하지만 자기는 가끔 그에게 따끔한 매질을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당신은 왜 매질을 하죠?”라고 물었더니 “나는 내 아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자식이 공부하는 것이 만족스럽지만, 더욱 열심히 공부하도록 분발시키기 위해 매질을 하는 것입니다”고 대답하였다. 나는 내가 학교다닐때 결코 그와 같은 방법으로 ‘분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척 기뻣다. 내가 “만약 당신이 그에게 충분히 매질을 한다면 그는 언젠가는 너무 똑똑해져서 이 땅의 어떤 사람도 그의 실력을 평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빈정거리는 나의 말을 즉시 알아차린 그 노인은 “당신이 옳아, 당신이 옳아. 나는 다시는 결코 내 아들을 때리지 않겠소”라고 답했다. 노동자의 아이들은 대개 야학에 다니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매우 적은 비용이나, 또는 무상으로 효과적인 교육을 받는다.

조선사람들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지는지는 나도 확실히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규칙은 모든 남성은 친가의 성을 따고 우리처럼 앞이 아니라 그 뒤에 하나의 다른 이름을, 그리고 다시 그 뒤에 직위나 신분을 붙이는데, 그외에는 전혀 아무런 규칙이 없다. 별명은 매우 일상적이고 별명을 갖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으며 실제로 이름 대신에 별명으로 통한다. 외국인도 역시 외모나 의복의 어떤 특징적인 부분을 따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유럽식 의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조선 사람으로 오인됐기 때문에 나는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변장한 조선 사람’으로 불려졌다.

조선의 귀족들은 그들의 많은 여유시간 동안 종종 장기와 주사위 놀이와 바둑을 즐기며, 양반의 자격 요건의 일부로서 자식들에게 이와 같은 놀이들을 가르친다. 왕명으로 금지된 것들 외에 화투는 오직천민들에게만 적합한 저속하고 차원 낮은 놀이로 여겨진다. 그밖의 다른 놀이들을 대단히 즐긴다.

H. 새비지-렌도어 지음 <고요한 아침의 나라>(집문당)에서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