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 이달의 화두/성탄절 추억/2019년 12월>

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추억

Charlene Elizabeth Baltimore

1949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나는 열 다섯살이었고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던 드레스를 살만한 충분한 돈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저녁 일찌감치 밖의 일들을 끝내고 아빠가 성경을 읽자며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 나는 장화를 벗고 벽 난로에 기대 앉아서 아빠가 성경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아 솔직히 말하자면 성경을 듣고 앉자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빠는 성경대신 다시 외투와 목도리로 몸을 둘러 싸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미 밖의 잔일들을 다 마치지 않았는가?

날씨는 무척 추웠고 아빠가 다시 들어왔을 때는 수염에 얼음이 맺혀있었다. “엘리자베스, 잘 껴입고 나와. 밖이 무척 춥다”고 아빠는 말했다.

나는 화가 났다. 드레스를 못 산것만도 화가 나는데 이 추운 날씨에 나를 또 밖으로 끌어내려 하다니. 나는 코트를 입고 장화를 신었다. 내가 문을 열고 나올 때 엄마는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해.

밖에 나오자 나는 더 황당해졌다. 집 앞에는 커다란 썰매에 매달은 말들이 작업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무엇을 할려는지는 모르지만 잠간동안에 끝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아빠 옆에 올라 탔다. 추위가 벌써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우리는 장작 쌓아놓은 곳으로 가서 썰매의 양쪽 옆을 판대기로 높인 후 한 여름 내내 산에서 끌고 내려와 가을 내내 짜르고 패어 쌓아 놓았던 장작들을 싣기 시작했다.

끝내 나는 “아빠 뭐하시는 거에요?” 하고 물었다.

“클락 미망인의 집에 최근 가 본 적이 있니?”하고 아빠가 물었다.

클락 부인은 우리집에서 약 2 마일 아래 사는데 그녀의 남편이 세 아이를 남기고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예, 그런데요?”하고 대답했다.

아빠는 “엘리자베스, 내가 어제 그 집 앞을 지났는데 어린 제이크가 나와서 작은 나뭇가지들을 찾으려고 서성거리더라고. 그런데 장작이 없었어."

그게 아빠가 한 말 전부였다. 그리고 우리는 썰매에 과연 말들이 끌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장작을 잔뜩 쌓았다.

아빠는 그리고는 고기저장창고에 들려서 커다란 햄 한 덩이와 베이큰을 내려 놓더니 나더러 썰매에 실으라고 하였다. 그동안 아버지는 오른쪽 어깨에는 밀가루 포대를, 왼쪽 어깨에는 무엇인지 조그마한 자루를 짊어진채 썰매로 돌아 왔다.

나는 “작은 자루에는 뭐가 들었어요?” 하고 물었다.

.”신발들이야. 그애들은 신발도 없드라고. 어린 제이크는 나무조각들을 찾으러 나왔는데 양말로 발을 칭칭 감은채 신발도 안신었드라고. 애들을 위해서 캔디도 좀 준비했지. 캔디가 없으면 크리스마스가 아니지 않니?”

우리는 2마일을 달려서 정적에 쌓인 클락의 집에 도착했다. 나는 아빠가 하는 일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커다란 장작더미를 가지고 있고 고기도, 밀가루도 넉넉히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는 여유돈은 전혀 없다. 클락 미망인은 우리보다 가까운 이웃들도 있는데 왜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나?

우리는 클락의 집 뒤에다가 장작들을 부려 놓고 문을 두드렸다. 문이 삐익소리를 내면서 머뭇거리는듯 “누구세요?”하는 소리가 났다.

“제임스 코튼과 제 딸 엘리자베스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클락 부인이 문을 열었다. 그녀는 담요로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세 아이들도 다른 담요로 아랫도리들을 감싼채 조그마한 불 앞에 앉아 있었다. 클락은 더듬거리드니 성냥을 찾아서 램프에 불을 붙였다.

아빠는 ”우리가 뭘 좀 가져왔는데요”하면서 밀가루 자루와 고기부대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다른 자루는 그녀의 손에 넘겨주었다. 그녀는 머무머뭇하면서 자루를 열어서 신발을 한 켤레씩 꺼내 놓았다. 거기에는 아주 튼튼하고 오래 갈듯한 그녀를 위한 신발과 세 아이들을 위한 신발들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려는듯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아빠를 쳐다 보았으나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장작도 좀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아빠는 말했다. 그리고 나더러 “엘리자베스, 나가서 당분간 쓸만큼 장작을 가져오렴. 불을 활짝 피우면 금방 따듯해질텐데”라고 말했다.

장작을 가지러 가는 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내가 되었다. 나는 목에 무언가가 걸려있는듯 했다. 그리고 내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금새 불이 활활 타올랐으며 모든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들은 아빠가 캔디를 나눠주자 기분이 좋아 낄낄거렸고 클락 미망인의 얼굴에는 아마도 오랬동안 그녀의 얼굴에서 볼 수 없었을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그녀는 “하나님께서 축복하시기를”이라고 말하고 계속해서 “저는 주님께서 당신을 보내주었다는 것을 알아요. 아이들과 저는 천사를 보내서 우리들을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있었거든요.” 하고 말했다.

아빠는 우리가 떠나기 전에 신발들을 신어 보라고 하였다. 나는 그 신발들이 전부다 꼭 맞는데 놀랐다. 그리고 어떻게 아빠가 그들의 사이즈를 알았을까?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만약 아빠가 주님의 심부름꾼이었다면 주님께서는 아빠가 모든 것들을 제대로 준비하게 했으리라고 생각해 보았다.

아빠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그 큰 손으로 안아주었다. 그들은 아빠한데 매달리면서 우리가 떠나는 것을 서운해 했다. 나는 그 아이들이 그들의 아빠를 못잊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 아빠가 있다는 것을 감사했다.

문을 나서면서 아빠는 클락 여인을 향해 “저희 집사람이 당신과 아이들을 내일 크리스마스 만찬에 초대했으면 하는데요. 터키는 우리 셋이서 먹기에는 너무 크고 남자들은 터키를 몇일 계속 먹으면 불평하게 마련이거든요.

“내일 11시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라고 아빠는 말했다.

무척 감격한 모습으로 클락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합니다. 코튼 형제,‘주님께서 축복해 주시기를!’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듯 하군요. 이미 복을 많이 받고 계심이 분명하니까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썰매를 타고 오면서 아빠는 그와 엄마가 일년 내내 여기저기에다 돈을 숨겨 놓으면서 크리스마스에 드레스를 사주려고 준비했다고 하였다.

어제 어린 제이크가 발을 양말로 감싸고 다니는 것을 보고 아빠는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할지를 알게되었다. “나는 그 돈을 그애들을 위해 신발과 과자를 사는데 써버렸단다. 네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아빠는 말했다.

나는 아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드레스보다 훨씬 훌륭한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그는 클락 미망인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 어린 세 아이들의 웃음 그리고 내 생애에 있어서 최고의 크리스마스 추억 등을 선물로 주었다.

*Reader's Digest Dec/2019-Jan 2020에 소개된 것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원래는 <Life in America> 에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