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개신쇼 초기 인물열전/2013년 2월 1일>

함성택의 <한국 개신교 초기 인물열전-외국 선교사 편(2)>

선교를 위해 조선을 찾았던 첫번째 선교사 칼 귀즐라프(Karl. F. A. Gutzlaff)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개신교 선교 역사는 아펜젤러 부부와 언더우드 목사가 한국 땅을 밟은 1885년 4월 5일을 기점으로 잡고 있다. 그 결과 1984년, 한국 기독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집회가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선교를 목적으로 조선을 찾은 개신교 선교사들이 있었다. 박연이나 하멜과 같이 조난을 당하여 할 수 없이 조선에 발을 들여 놓게 된 사람들이 아니라, 분명한 선교목적을 가지고 찾아 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선교사들로 대동강변에서 순교한 도마스 목사와 충청도 고대도에서 40여 일간 선교를 하다 돌아간 칼 귀즐라프 선교사가 있다.

지난회에 소개한대로 화란인 하멜이 1653년부터 1666년까지 조선에 체류하면서 체험한 것들을 메모해 두었다 고국으로 돌아가 [하멜 표류기]를 집필, 출간함으로 서양인들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서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일본과 중국 선교에는 큰 관심을 보였으나 조선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듯, 그렇게 100여년이 지났다. 그런데 하멜의 조선 표류기가 드디어 조선 선교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유럽의 다른 개신교회들이 조선선교를 전혀 생각지 못하던 19세기 초반에 화란 선교회가 소속 선교사인 칼 귀즐라프 목사를 조선에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823년 베를린 신학교에서 수학중이던 귀즐리프는 화란선교회(Netheland Missionary Society)에서 선교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네델란드의 로틀댐으로 가서 복음주의 루터교회의 목사로 안수를 받고 화란선교회 소속 선교사가 되었다.

중국 선교의 개척자인 모리슨 선교사의 영향으로 일찍이 중국 선교에 뜻을 두고 자바, 수마트라,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였던 귀즐라프는 먼저 중국으로 가서 중국어를 학습하여 허드슨 테일러가 중국 복음화를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선배 중국선교사로 중국어에 능통하였다.

선교를 목적으로 조선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귀즐라프 목사는 중국에서 모리슨 선교사와 선교활동을 하면서 조선선교의 기회를 찾고있던 중 1832년 동인도회사 소속 상선 암허스트호가 대만과 조선 서해안 일대에 통상기지를 개척하기 위한 항해를 계획하자 통역관 겸 의사로 동행하게 된다.

귀즐라프는 이렇게 된 것이 미지의 땅에 하나님 말씀을 전할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모리슨 선교사는 그에게 한문으로 번역된 성경책들을 주면서 조선에 복음을 전하라고 격려하였다.

1832년 7월 암허스트 호는 충청도 홍주만에 있는 고대도라는 섬에 정박하였다. 이 배가 조선관아에 통상의 뜻을 전하고 조선정부의 회답을 기다리는 한 달여 동안 귀즐라프는 중국 어로 된 성경책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관원에게 붙잡히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본토인들의 언어와 생활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주민들에게 감자 심는법과 포도주 만드는 법 등을 가르쳐 주며 의약품도 나누어 주는 한편 통역관으로 온 선비의 도움을 받아 주기도문을 한국말로 번역하기도 하였다. 한자를 통해서 조선인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것은 물론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친다는 것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주민들과의 접근을 계속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조선정부가 교역요청을 거절함으로 엠허스트 호는 조선을 떠나게 되었고 구즐래프의 조선선교시도는 결실을 맺지 못한채 40여일간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다시는 조선땅을 밟지 못했다. 그가 조선선비와 같이 번역하였다는 ‘주기도문’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즐레프는 엠허스트의 갑판에서 멀어져가는 조선땅을 바라보면서
. “나의 전한 복음이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열매를 맺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나는 이것을 믿는 고로 영광에 찬 십자가의 도를 조선인에게 전파하였습니다. 선물로 증정한 성경을 조선의 국왕이 받아보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의 주인들은 이미 성경을 받았으니 저들을 통하여 복음이 조선 온 땅에 퍼져 광명의 아침이 찾아오도록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 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였다고 한다.

조선조정의 거부로 직접적인 복음전파의 길이 막히자 그는 조선어를 빨리 배워서 성경 번역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화란선교본부에 보내는 보고서에서 중국과 한국에서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조선 선교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보고서에 의하면 사실 귀즐라프 목사는 그 당시 조선의 사정을 너무도 몰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의 보고서는 후일에 영국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존 로스(John Ross)목사와 동서되는 존 멕킨타이어(John Macintyre) 목사에게 조선어 성경 번역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들은 귀즐라프 목사의 보고서를 보고 그 내용에 완전히 동의하여 조선어 성경번역사업을 조선 국경에 있는 중국에서 시작하였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화란 선교사들이 한국 선교의 선구자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개신교 초기 선교 역사를 공부할 때에 화란 선교사의 사역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며, 하나님께서 일찍이 화란인에게 항해술을 가르치게 하신 데는 조선선교에 일꾼을 보내려는 심오한 섭리가 있었다고 믿는다. 미국의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오기 전 이미 화란선교사들이 조선 선교의 길을 보여준 것이다.

그의 보고서는 훗날 교회사를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많은 사람이 그의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아무튼 귀즐레프 목사는 동양선교에 관한한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가운데 하나였다. 이 말은 그가 중국, 일본, 한국을 거쳐서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배포하고 현지 언어에도 많이 숙달되었음을 의미한다.

귀즐라프 선교사는 당시는 독일, 지금은 폴랜드 영토인 피릿츠에서 1803년에 출생한 프러시아 계통의 독일인으로 1851년 48세로 홍콩에서 사망하였다. 중국이름 郭實獵(곽실렵)으로 알려졌고, 일본에서는 요한복음의 번역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경건주의 계통의 할레(Halle)대학에서 공부 했으며 베를린 신학교를 마치고 모리슨 목사와 같이 동양선교를 위해 선교사를 지망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진실되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했고, 계속해서 어려운 여건가운데서도 노력하면서 그의 생애를 주님을 위해서 보냈던 진실한 복음전파자였다.

*저자 함성택 님은 서울대 문리대를 중퇴하고 대만국립대학교에서 사학과와 법학대학원을 수료하고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미국사를 전공하였습니다. 현재 시카고 한미역사학회 회장이며,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프로그램 디렉터와 역사박물관 관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늘푸른나무(www.webegt.com)-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