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역사로 배우는 미국/미국 흑인들의 이야기(1)/2009년 1월>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기 까지의 미국 흑인들의 이야기

김 상 신

미국 흑인들(African American)의 이야기

1. 노예란?
2.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들
3. 북미 영국식민지에서의 흑인 노예들.
4. 미 합중국 시대의 흑인들

A. 주(州)에 일임한 노예정책과 노예무역 금지(1808), 노예제도 허용
B. 19세기 초반에 불어 닥친 반 노예 정서와(스토우의 ‘Uncle Toms Cabin, 더그러스와 Underground Railroad, 캘리포니아 노예자유주 인정문제와 노예법(1950) 제정을 둘러싼 반발 등)
상반되는 대법원 판결.( Dread Scott판결(1857)-흑인은 법정에 서서 재판 받을 자격이 없으며 “노새나 말과 같은 소유물”이다
C. 아브라함 링컨의 등장과 남북전쟁을 통한 노예해방-
노예문제를 둘러싼 민주당내의 반목과 노예제도 반대를 둘러싼 공화당의 출현, 남북전쟁, 노예제도의 폐지(1865-수정헌법 13조)와 참정권 인정.
D. 남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반발
E. 대법원에서의 Plessy 판결(1896)-“동등하지만 州는 자체적으로 격리 수용하는 법을 만들 수 있다”-이것이 남부에서의 생활습관과 차별정책의 근거가 되었다.
F. 1953년 대법원의 “1896년의 Pressy 법안이 위헌"이라는 판결과 강력한 민권운동을 통하여 쟁취해 간 흑인의 권리.
G. 1964년 죤슨 대통령때 ‘민권법’이 통과되면서 교육과 공직진출의 문이 열림.

5. 미주에서 반 인륜적인 노예제도가 400 여 년이나 계속될 수 있었던 요인.

A. 감정적, 정서적 요인
B. 정치, 경제적인 요인
C. 종교적인 요인.

맺는말

지난 1월 21일에는 흑인으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바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습니다. 아주 역사적이며 놀라운 사실입니다. 미국역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미국에서의 흑인들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투표일을 앞두고 경제문제로 나라가 온통 소용돌이를 치면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단연 우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Bradley 효과’를 들먹이면서 마음을 졸이고 선거결과를 기다렸든게 사실입니다.

“브래들리 효과”란 뿌리깊은 백인들의 우월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로 약 25년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가 있었습니다. 당시 흑인 후보인 브래들리가 여론조사에서 백인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있어 누구나 당선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였었지만 개표결과는 백인후보의 당선으로 나타났습니다. 백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는 점잖게 인종보다는 능력이라며 유능한 후보인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말하고는 실제 투표에서는 흑인들을 지도자로 받아 들일 수는 없다는 자존심이 앞서 자질은 좀 떨어지지만 흑인이 아닌 백인후보에게 표를 몰아 주어서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 후로로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났고 그러한 현상을 “브래들리 효과”라고 부르면서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효과가 과연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가 많은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워낙 다급해진 경제상황에서 변화만이 희망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은 인종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도 없이 처음부터 '변화'를 들고 나온 바락 오바마에게 표를 몰아 주어 생각보다 쉽게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오바마의 취임을 앞두고 <흑인 대통령이 선출되기 까지의 미국 흑인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회에 걸쳐 미국 흑인들의 역사를 되돌아 보려고 합니다.

1. 노예란?

노예제도가 생긴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입니다. 어쩌면 전쟁과 함께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제도인 듯 합니다. 노예가 되는 데에는 크게 세가지 길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로 다른 부족들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과 싸우다가 한쪽이 지면 그들을 잡아다가 종으로 부린 것이 노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노예의 자녀로 태어나면 대를 이어 노예가 됩니다. 세 번째로는 노예로 팔려가서 노예가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요셉과 같은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2.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들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팔려가기 시작한 것은 주로 15 세기경이라고 합니다. 15세기라면 한국역사로 말하자면 <세종대왕>이 활약하던 시기가 1430년경이니까 거의 맞먹는 시대이고 미국역사로는 컬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한 것이 1492년이니까 컬럼버스, 세종대왕, 흑인노예들이 거의 비슷한 시대였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당시 유럽대륙에서의 최대 강국은 스페인과 포르트갈 이였습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이 두 나라에 비하면 국력이 많이 떨어지는 나라들이었습니다. 이들 두 나라는 국력을 바탕으로 해양기술을 발전시켜 해외로 국력을 넓히기 위하여 서로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돌아 비단과 향로 등 귀중한 문건들이 많이 있다는 인도와 중국으로 가는 바닷길을 개척하면서 서부 아프리카 여기 저기에 근거지들을 만들고 깃발을 꽂기 시작했습니다. 1400년대에 이들은 북부의 뉴기니아, 중서부에 있는 콩고에 처음 발을 디뎠고 그곳 주민들과 교역을 하는 한편 기회가 되면 흑인들을 잡아다가 유럽으로 데려가 종으로 부리거나 팔기도 하였습니다.

1400년경에 콩고(Kongo)에는 이미 여러 부족들을 통합하여 제법 큰 도시를 이루고 왕이 부족들을 임명하는 왕국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자연히 이곳에는 교역업자들과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폴튜갈인들의 왕래가 잦았고 1485년에 그곳의 왕이 기독교로 개종하기도 하였으며 그 왕의 아들이 신부가 됨으로 그 후로 콩고는 기독교 국가가 되었읍니다. 1500년경에 아프리카에 이미 기독교 국가가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후로 콩고가 아프리카 노예들을 수출하는 본거지가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정복한 부족들을 노예로 백인 상인들에게 팔아 넘기고 백인들이 노예신분이 아닌 사람들을 함부로 잡아가는 것을 금했지만 노예장사로 국고에 돈이 쌓이는 재미에 본격적으로 노예장사에 매달렸고 이것을 본 이웃나라들 역시 노예장사에 끼어들면서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나중에는 수입이 줄어들자 변경에 있는, 또는 상류나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흑인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 노예로 팔아 1500년경에 60만 내지 10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던 콩고가 노예장사 200여년만에 도시가 폐허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칼럼버스가 미 대륙에 도착하기 50여년 전에 이미 폴튜갈 사람들이 흑인들을 남미에 데려왔고 스페인 사람들도 뒤 따라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왔습니다.

1562년에는 영국사람 죤 하울러(John Howlers)가 아프리카의 기니아에서 서인도 제국으로 노예무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600년대에는 네델란드, 프랑스들도 노예무역에 가세하여 노예무역은 큰 붐을 이루었습니다.

3. 북미 영국식민지에서의 흑인 노예들.

우리들이 미국이라고 부르는 영국식민지 북미주(북 아메리카)에 처음으로 흑인 노예들이 들어온 것은 1629년 20여명의 흑인들을 태운 선박이 버지니아의 제임스 타운에 들어 오면서 부터입니다. 프리머스에 정착한 필그림 보다도 먼저 일확천금을 꿈꾸는 영국계 남자들로만 조직되어 제임스타운에 정착한 정착민들은 자리가 잡혀가자 영국에서 신붓감들을 수입하는 한편 아프리카에서는 흑인노예를 수입하여 필요한 일손들을 보강하였습니다.

그 후 목화 담배 등이 식민지의 중요 수입원이 되면서 대규모 농장들이 남부 평야지대에 생겨났고 노동력 확보를 위하여 남부를 중심으로 많은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로부터 들여와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였습니다.

식민지 시대에는 노예들에 대한 어떤 규정이나 정책이 없이 가축과 같이 팔려 다니는 신세였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중에는 주인들의 특별한 배려로 노예의 신분을 면한 자들도 있었고 농장에서 도망하여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주로 가서 자유인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흑인들도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13개 주가 연합하여 영국에 대항하여 독립국가를 세우려고 하던 혁명전쟁 때에는 5,000여명의 흑인들이 혁명군으로 참전, 전쟁이 끝난 후 자유인의 신분을 얻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4. 미 합중국 시대의 흑인 노예들

1) 주(州)에 일임한 노예정책과 노예무역 금지(1808년)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고 헌법을 제정하려고 할 때 가장 어려웠든 것은 노예문제였습니다. 당시 북미대륙에 설립된 13개의 독립된 주들이 연합하여 미 합중국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가운데는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주가 있는가 하면 노예제도를 폐지하였다가는 농장의 문들을 닫고 산업을 유지할 수 없는 주들이 있어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기치로 독립을 선언한 미 합중국으로서는 노예제도를 인정하자니 명분이 안 서고 반대하자니 남부의 주들이 탈퇴하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결국은 결정권을 주에 위임하고 연방정부는 향후 20년간 노예문제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기로 타협안을 만들어 사태를 수습하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독립을 선언한 미 합중국이면서도 처음 작성된 미국헌법에서는 노예와 여성의 인권에 관한 주장은 제외되었든 것입니다.

그리고 나온 것이 노예제도 존속여부는 연방의회가 아니라 주 의회에서 결정한다는 것이었고 그 후 30여년이 지나 1808년에는 노예무역을 금지한다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만 노예제도 자체는 여전히 주 의회의 권한으로 남겨 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역대 대통령들은 노예제도에 관한 한 무 정견, 무 입장을 고수하여 왔습니다.

2.) 19세기 초반에 불어 닥친 반 노예 정서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사회적으로는 ‘반 노예 정서’가 점차로 확산되어 갔습니다.

스토우 부인의 <엉클 톰스 캐빈>

1800년 초반에 개신교 목사의 딸이요, 또한 부인이기도 한 스토우(Harriett Beecher Stowe)부인이 노예제도의 참상을 폭로하는 <Uncle Tom's Cabin> 이라는 소설을 출판하였습니다. 주인공 'Uncle Tom'은 여러 차례 팔려 다니며 무진 고생을 하면서도 가족들과 다시 모여 살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품위를 지키며 견디어 내는 흑인노예로 후에 켄터키의 한 농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가축'이 아니라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녀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단순한 소설이지만 남의 일로만 알고 지내던 백인들의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법적인, 정치적인 문제로만 논의되던 노예문제가 인간적인 문제임을 부각시켰고 인간적인 고통을 공감하게 되었으며 19세기 중엽까지 여러 나라말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150여 만부가 팔려나가면서 미국의 흑인노예문제는 쉬쉬하고 덮어버릴 수 만은 없는 인권의 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1862년 링컨 대통령이 스토우 여사를 만났을 때 "당신이 바로 이 엄청난 전쟁을 일으킨 책을 쓰신 자그마한 부인이시군요" 라며 반겼다고 합니다.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

비슷한 1800년대 초기, 남북을 있는 철도가 부설되고 산업화로 인하여 많은 공장들이 설립되면서 북쪽에서는 인력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에 남부에서 도망하여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북으로 가기만 하면 자유생활을 할 수 있어서 탈출 노예들이 날로 늘어 갔으며 이들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그룹들도 생겨 났는데 이들을 Underground Railroad라고 불렀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도망 나온 노예출신들도 있었지만 뜻있는 백인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850년 전후해서는 북부로 도망쳐 온 흑인 노예 출신들과 백인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반 노예 운동'을 적극 펼쳐갔는데 그 가운데 노예출신이었든 흑인 더그라스(Douglas)라는 사람은 유창한 언변과 자신이 만드는 신문을 통해 노예제도를 강력하게 비판하였고 백인들이 주동이 된 '반 노예' 운동 단체에도 스카우트 되어 활동하였으며 남북전쟁 시에는 북군에 흑인병사들을 모병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였습니다

Dread Scott판결-흑인은 법정에 서서 재판 받을 자격이 없으며 “노새나 말과 같은 소유물”이다
.
이렇게 북부에서는 반 노예정서가 붐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 대법원에서 ‘드레드 스카트’(Dread Scott)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1834년부터 존 에머슨(John Emerson) 이라는 의사가 군의관으로 일리노이, 위스칸신, 미주리등지를 전전하며 주둔하였는데 그때 드레드 스캇이라는 흑인노예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1846년 이 의사가 죽자 스캇은 자신이 그 동안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주에서 살았으므로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것이 대법원에까지 올라갔는데 대법원장 타니(Taney)가 이끄는 대법원의 결정이 "흑인은 열등하므로 백인들이 서는 법원에 설 자격이 없다'며 심의 자체를 인정치 않았고 "노예는 노새나 말과 다를 바 없는 소유물이다. 수정헌법 5조는 소유의 보호를 규정함으로 아무도 소유물을 박탈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독립선언서의 정신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이러한 결정이 건국 70 여 년이 지나 반 노예 정서가 미국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마당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연방 대법원에 의하여 나왔다는 것은 좀 체로 상상하기 힘든 사실이지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남부의 '노예찬성자'들은 절대 환영하였을 뿐 아니라 한 발 나아가 '노예 매매 금지"도 잘못된 것이니 수정하여야 한다고 기세를 올렸으나 대중들의 정서에 의존하는 북부의 '노예 반대자'들은 다수결 투표로 결정하자며 맞섰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드레드 스캇(Dread Scott)사건에 대한 판결은 예기치 못했든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3.) 아브라함 링컨의 등장과 남북전쟁을 통한 노예해방

노예문제를 둘러싼 민주당내의 반목과 노예제도 반대를 둘러싼 공화당의 출현,

필모어(Fillmore) 대통령은 북부의 '반 노예주의자'들의 반발과 남부 여러 주들의 불만에 시달리다 물러나고 1852년 민주당의 피얼스(Franklin Pierce)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노예문제에 대하여 남과 북이 의견을 달리하여 서로 충돌이 심해 당의 세력이 약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1854년 5월 9일 위스칸신에서 '반노예제도'를 분명하게 천명하면서 공화당이 탄생하였습니다.

그후 캔사스, 미주리등지에서 노예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 간에 충돌이 계속 있었습니다만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히 민주당의 부카난(James Buchanan)이 1857년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그는 노예 찬성론자들과 반대자들 간에 내전상태에 있는 캔사스 문제를 대법원이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캔사스주 문제에서 협상력을 발휘하였던 일리노이 주의 더그라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출신으로 1852년과 56년 대통령 후보지명에 실패하였으나 1860년 지명을 기대하면서 남부와의 합의하에 다수결 투표로 칸사스 주를 '노예제도 인정 주'로 만드는데 기여를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주 상원의원직을 놓고 공화당의 아브라함 링컨과 붙게 되었습니다. 당시 링컨은 연방 하원을 한번 한적은 있으나 그 후 떨어졌고 폴크 대통령의 멕시코 전쟁을 반대하던 일리노이 주의 변호사였습니다.

이들이 주 상원의원직을 놓고 결국은 노예문제로 격돌하게 되었습니다. 링컨이라고 하여 처음부터 절대적인' 노예반대자'는 아니었든 것 같습니다. 그는 '반노예 제도'는 점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어쩌면 10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으며 인간은 동등하게 창조되기는 하였지만 아직 흑인들에게 참정권이나 배심원 자격을 준다는 것은 시기장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논쟁이나 구호는 과장되고 단순화하기 마련이어서 다그라스는 '노예찬성자', 링컨은 '노예반대자'의 전형으로 부각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링컨은 상원 선거에서는 다그라스에게 졌지만 그는 일약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인물로 부상하였고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습니다.

남북전쟁, 노예제도의 폐지와 참정권 선언.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서 1860년 아브라함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의회는 연방정부에서 탈퇴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당시 현직 대통령 뷰카난은 의회에서 주(州)는 탈퇴할 권한이 없음을 선언하였으나 더 이상의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임하고 맙니다. 링컨이 정식으로 취임하기 전에 아리조나, 후로리다, 죠오지아, 미시시피, 텍사스등 5개의 다른주가 추가 탈퇴하고 1861년 2월에 7개 주가 연합하여 The Confederate Stataes of America 를 선포하고 미시시피 출신 상원의원 제퍼슨 데이비스(Jefferson Davis)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였으며 전쟁이 시작된 때에는 버지니아, 알칸소, 노스 캐롤라이나, 테네시가 합세하여 11개 주가 되었습니다.

미국역사상 가장 큰 비극이라는 남북전쟁을 거쳐 1865년 수정헌법 13조에 의해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노예무역 금지를 결정한 후 56년 만에 노예제도 자체가 폐지된 것입니다. 가축과 같은 노예생활을 해오던 흑인들에게 고조되는 반 노예정서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연방 대법원이 흑인 노예들을 가축으로 재 확인한지 15년 만에 남북전쟁이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결국 가축에서 인간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인 재건작업은 반발을 받으면서도 사회적으로는 큰 변화들을 가져 왔습니다. 흑인들에게 투표권과 참정권이 주어지면서 흑인들의 정치적 힘이(political power) 형성되었습니다. 앤드류 짹슨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그랜트(Ulysses S. Grant) 장군은 북군의 최고 사령관을 지낸 사람으로 흑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덕분에 쉽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4.) 남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반발

그러나 흑인들의 갑작스러운 정치력 신장으로 남과 북 사이에는 진정한 관용과 화해에 바탕한 재건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감정의 골이 계속 깊어져 갔습니다. 남부의 백인들은 정부의 조치들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흑인들을 위한 조치라 하여 북부의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반감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는 요즈음도 선거 때마다 남부의 지도가 보수당인 공화당 일색으로 빨갛게 물드는 선거 결과를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만 재건시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남부의 백인들에게는 흑인들이 정치에 참여한다거나 심지어 의회를 장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우기까지 하였으나 전쟁에 패하고 흑인들의 정치력이 판을 좌우하는 현상들이 일어나자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백인들은 구타, 방화와 각종 테러행위로 흑인들은 물론 '자유주의적인' 백인 공화당원들에게 공포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백인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결사대도 나타났습니다. 전직 군 지휘관이나 군인들, 공무원들이나 공직자들은 물론 개중에는 교회 성직자도 끼여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1867년 내시빌에서 처음 조직된 KKK단으로 알려진 Ku Klux Klan 입니다. 그들은 흑인들이 정치적인 힘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대담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약탈, 살해, 테러를 자행하였는데 어머니 품 안에 있는 아기의 골통을 박살내고, 아내의 발 밑에서 남편을 살해하며 남편의 면전에서 아내를 강간하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그들의 그러한 만행은 흑인들에게는 물론 '자유주의적인' 백인들에게도 공포심을 일으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전후에 제정된 재건 법에 의한 남부의 재건운동은 그것이 좋은 의도에서 제정되었거나 아니면 정치적인 주도권 장악에서 나왔거나 간에 남부에 있는 흑인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허용하며 남과 북의 형제들이 서로 돕고 화합하는 아메리카 합중국을 재건하겠다는 고상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가졌든 아브라함 링컨이 그때 살해되지 않고 재건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되는 대목입니다.

5.) 대법원에서의 Plessy 판결(1890)-“동등하지만 주(州)는 격리 수용하는 법을 만들 수 있다”

남북전쟁의 종결로 흑인들은 자유인의 신분을 얻었지만 그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였습니다. 기차에서는 다른 칸에 타야 했고 식당에서도 같은 방에서 먹을 수 없으며 학교도 다른 학교를 이용해야 하는 등 흑백인종간의 분리현상은 더욱 심해져 갔습니다.

1890년에 호머 프레시(Homer Plessy)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흑인 피가 약간(정확히 8분의1이라고 함) 섞인 코케이시안(러시어 서남부 지역)이였습니다. 이 사람이 백인 지정 열차에 타려고 하다가 주법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이에 맞서 대법원 판결까지 올라 갔습니다. 6년이나 끈 긴 재판 끝에 나온 대법원 판결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주는 그들을 격리 수용하는 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separate but equal) 미 대법원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흑인은 집이나 가축과 같이 주인의 재산"에 불과하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는데(Dread Scott decision 참조) 이번에도 유사한 인종주의적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링컨의 노예해방에도 불구하고 인종적인 분리의 생활풍속을 만들어 내었고 특히 남부에서는 그것이 흑인들에 대한 차별정책으로 심화되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로 계속된 흑백인종분리 정책은 1950년대 마틴 루터 킹이 주도한 민권운동과 함께 제기된 인종분리정책에 대한 위헌 소송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위법판결이 나오기까지 60 여 년 이상을 더 미국사회의 정당한 정책으로 군림하였던 것입니다.

영어에 짐 크로우(Jim Crow)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1830년대에 유행하였든 노래가사에서 나온 것으로 원래는 검은 얼굴을 칠한 광대 같은 백인을 지칭하는 이름이었든 것이 후에는 'Negro(흑인을 비하하는 명칭)'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었고 19세기 말 이후 흑백 분리정책이 유행처럼 번져가면서 '흑인전용' 또는 '흑인에게는 분리정책을 사용한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Jim Crow는 기차나 버스, 식당은 물론 화장실이나 공장 출입문에도 적용되었으며 뉴 올린스에서는 사창가에도 뻐젓이 걸려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분리정책이 차별적으로 집행되면서 특히 피해가 심했든 부분이 교육이었습니다.

백인과 흑인이 다니는 학교를 따로 만들고 백인학교에는 흑인학교보다 10배나 많은 예산을 집행하는가 하면 어떤 주에서는 아예 흑인들을 위한 고등학교는 만들지를 않아 교육의F.1953년 대법원의 <1896년의 Pressy 법안이 위헌이라는 판결> 과 강력한 민권운동을 통하여 쟁취해 간 흑인의 권리. 

2차 대전까지만 해도 흑인들은 지능이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생각 때문에 군대에서는 백인들과 함께 전투에 참여시키지 않고 흑인들만의 부대를 만들어 지원업무에 배치하여 허드레 일을 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흑인병사들이 전투에 참여하여 전공을 세우고 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1949년 트루만 대통령이 군대에서의 분리방침을 금지시키고 흑인들도 전투부대로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특히 한국전쟁에서 흑인들 중심으로 편성된 부대가 쫓기기만 하던 전투에서 승리함으로 일거에 흑인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계속해서 미국본토에서도 흑인들에 대한 인식이 편견임을 입증하는 사건들이 나타났습니다. 1950년 가을에는 흑인 여류시인 그웬드린 부룩스가 그녀의 시집 <애니 알렌>(Annie Allen)으로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가을 미국의 흑인 외교관 랄프 번취(Ralph J. Bunche,1904-71)는 팔레스틴 분쟁을 조정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가뭄에 콩 나기였고 당시 Negro로 불렸던 1,500만 명의 흑인들 대부분은 1896년 Plessy v. Ferguson 케이스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평등하지만 분리한다(separate but equal)’의 함정에 걸려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당시 차별이 가장 심한 곳이 공립학교였습니다.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백인 학교는 도심에 위치하여 충분한 지원을 받아가며 좋은 시설과 교사들을 확보하여 교육하는 반면 흑인학교는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외진 곳에 열악한 환경 가운데 방치하여서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차별현상이 극심하였던 남부의 흑인들이 특히 교사들과 목사들과 학부형들이 힘을 모아 프레시(Plessy) 법안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였습니다. 

Brown 사건 

NAACP의 법률지원담당 변호사 덜굳 마샬(Thurgood Marshall,1908-93)의 지원아래 캔사스, 남 캐로라이나, 버지니아, 데라웨어의 조그마한 도시 학부형들이 ‘분리하지만 평등하다’의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물론 이들에 대한 백인사회의 각종 박해와 압력 나아가서는 위협과 폭력이 심각하였지만 1951년 린다 브라운(Linda Brown)이라는 공립학교 다니는 딸을 가진 올리버 브라운(Oliver Brown) 목사를 위시하여 여러 지역에서 흑인자녀들을 백인학교에 입학하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들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소송 건이 1953년 드디어 대법원에까지 올라갔고 알파벹 순서에 따라 브라운 목사의 이름이 제일 먼저 나왔으므로 그 후로는 브라운과 교육위원회 소송 건’(Brown v. Board of Education)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미국민권운동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브라운과 교육위원회 소송 건' 심사를 당시 대법원장이었든 프레드 빈슨(Fred M.Vinson)이 1953년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자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얼 워렌(Earl Warren,1891-1974)를 대법원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그는 법률가라기 보다는 충실한 공화당원으로 캘리포니아 지사를 지냈고 1948년 듀이(Dewey) 와 함께 공화당 부통령후보로 출마했던 온건한 정치가로 인종문제에 관한 한 어떤 특별한 의견이나 정책을 집행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도 그가 미국사회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가 대법원을 이끄는 16년 동안 인종적인 평등과 범죄 정의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데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워렌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안건은 전원 일치의 판결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꾸준한 설득 끝에 9명 대법관 전원의 동의로 “프레시(Plessy) 판결은 위헌이다”는 판결을 받아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물론 대법원의 브라운 사건 판결로 흑인들에 대한 인종적 차별이 일시에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특히 남부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반발은 심각하였고 주 단위의 반발도 심하여 끝없는 상소로 지연작전을 사용하는 한편, 주 군대를 동원하거나 폭력을 사용하며 ‘분리정책’을 계속 시행하면서 인종증오심을 조장하기도 하였습니다. 

Rosa Park 사건 

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에 의하여 민권운동의 방향은 잡혔으나 마땅한 지도자를 만나지 못하여 주춤하고 있던 1955년 알라바마의 몽고메리에서 민권운동의 불을 집혀주는 계기가 발생하였습니다. 

몽고메리의 백화점에서 재봉사로 일하는 로자 파크( Rosa Park)라는 흑인 여인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버스에 탔습니다. 늘 하던 대로 흑인들의 지정석인 뒤 편으로 갔지만 자리가 없자 그녀는 중간지점의 빈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백인들이 더 올라오자 운전사는 그녀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뒤로 갈 것을 명하였습니다. 그것은 자리를 백인에게 내주고 서서 가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여인은 운전수의 명령을 거부하였고 그 때문에 그녀는 몽고메리 교통법 위반으로 체포되었습니다.

이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흑인들의 지도자로 나타난 사람이 바로 로자 파크가 나가는 Dexter Avenue 침례교회의 담임목사로 갓 부임한 마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Jr. 1929-68)목사였습니다. 그는 평화적인 저항운동을 주장하면서 비 폭력적인 몽고메리 버스 보이코드 운동을 이끌었는데 이로 인해 짧은 기간 동안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존경 받는 지도자로 부상하였습니다.
1년 이상 계속된 보이코트 기간 로사 파크 여인이나 킹 목사는 물론 많은 흑인들이 백인들로부터 위협과 부당한 처우들을 받았지만 1956년 11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모든 생활분야에 걸쳐 시행하려는 법원의 명령에 의하여 흑인들은 1년 만에 흑백좌석의 구분이 사라진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평화로운 보이코트 운동의 성과가 계기가 되어 남부에서는 1960년 중반 도시에서 폭력적인 인종차별반대운동이 일어나기 까지 10여 년간 민권운동의 전형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957년 아트란타로 옮겨 온 킹 목사는 SCLC(Southern Christian Leadership Conference)를 조직하고 5만 여명의 흑인들을 동원하여 워싱톤까지 기도 대행진을 하였으며 1963년 8월 워싱톤 DC의 링컨광장에서 1백만 대행진을 주도하면서 유명한 “나는 꿈을 꿉니다’라는 연설로 민권운동의 열기를 한껏 고취시켰습니다. 

G. 1963년 죤슨 대통령 때 ‘민권 법’이 통과되어 공직진출의 문이 열렸다. 

거세게 일어났던 민권운동의 영향으로 그 어느 때 보다 팽팽하였든 1960년도의 케네디와 닉슨의 대결에서는 백인 후보들이 흑인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이 선거에 흑인들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선거 기간 중 닉슨의 부통령 후보였던 롯지(Henry Cabot Lodge)는 흑인 표를 의식, 닉슨 행정부에 흑인을 기용하겠다고 약속을 하였으나 백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닉슨이 그것을 부인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민권운동 중 킹 목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케네디 의원의 주선으로 석방되는 일이 있어 흑인들의 표가 케네디에게로 쏠리며 대세를 결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케네디가 암살당한 후 1963년 죤슨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를 위한 ‘사회보장법’과 ‘민권법’이란 것이 통과, 시행되면서 직업 알선기구들을 만들고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제도를 처음 시행하였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 딜정책 이후 가장 야심적인 사회 개혁 정책을 시행하여 국내에서는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Affirmative Action이라고 하여 대학교 입학 정원이나, 공무원 고용 정원에서 일정한 부분을 흑인들(소수인들에게)에게 배당토록 하였습니다. 이로서 흑인들이 고등 교육을 받고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게 열렸습니다.

60년대의 미국 민권운동

1950년대 중반부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하는 비폭력 저항운동과 법정투쟁은 그런대로 효과를 거두면서 흑인들의 민권운동의 정형으로 자리 잡는 듯 했습니다만 케네디가 암살당하는 등 폭력의 시대가 열리면서 특히 남부에서는 흑인 지도자들이 암살당하고 흑인교회가 폭파되며 행진하던 여학생들이 백인들에 의하여 살해당하는 등 적지 않은 폭력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킹 목사의 SCLC 나 NAACP등은 평화적이고 법정을 통한 운동을 계속 강조하였지만 그에 도전하는 급진적인 흑인 단체들도 늘어났습니다. 그들은 미온적인 킹 목사의 행진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과격한 말콤 X의 언동에 동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져 갔습니다.

그런 가운데 1965년 8월, LA에서도 가장 빈민지구인 Watt에서 흑인 주민들과 백인 경찰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주민의 98%가 흑인으로 가난과 열악한 주거지역, 실업과 범죄 그리고 마약이 범람하여 흑인들의 절망과 분노가 가득 차 있는 이곳에서 경찰의 폭력 검문에 항의하며 시작된 충돌은 폭력과 약탈로 번져 갔고 Watt지역은 폐허가 되어버렸는데 유럽의 한 특파원은 “2차 대전 말기의 독일과도 같았다”고 표현하였습니다. 

6일간 계속된 난동에서 34명이 죽고 1,000여명이 부상당했으며, 4,000여명이 체포되고 3천 5백 만 불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러한 수적 피해보다도 인권운동의 새로운 양상과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킹 목사가 주도하던 ‘순수한 영혼의 힘’으로 저항하던 시대는 서서히 사라지고 “흑인들의 힘’에 호소하는 저항이 힘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 후 1966년 여름 전국의 몇몇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1967년에는 뉴왁과 데트로이트 등지에서 대규모 폭동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조사, 연구한 정부기관의 보고서는 “미국은 분리되어 있으며 불평등한 두 개의 사회,- 백인 사회와 흑인 사회- 로 가고 있다. “고 결론 내렸습니다. 

1968년 2월 29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백인 레이(Ray)에 의하여 멤피스 모텔에서 암살당했으며 레이는 1998년 죽기까지 단독범행이라며 배후를 밝히지 않았지만 케네디의 경우와 같이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각을 나타내는 흑인들 

19세기 중반부터 간혹 유능한 흑인 지도자들이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1817년 생인 더그라스(Frederick Douglass)는 노예 출신이었지만 강연과 문서를 통해 반 노예운동을 하면서 남북전쟁 동안에는 흑인들을 모병하고 백인들 사이에서도 존경을 받으며 1868년에는 워싱톤 DC의 경철국장이 되었습니다. 

남북전쟁 후 자유를 찾은 가정에서 자라난 워싱톤(Booker T. Washington (1859-1915)은 교육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식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알라바마에 기술학교를 세우고 흑인 젊은이들을 교육하였습니다.

1870년에 흑인 남성들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얻으면서 죠셉 레이니와 히람 레블스가 각각 미국 최초의 흑인 하원 및 상원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드보아(W.E.B.DuBois,1868-1963)는 많지 않은 매셔츄세츠 출신 흑인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Ph.D 학위를 취득한 사회학자요 철학자로 NAACP(흑인 지위향상을 위한 전국연합회)를 창설하는등 흑인지도자로서 뛰어난 활동을 하였으나 미국체제에 실망하고 사회주의자로 전향하여 흑인제국 건설의 꿈을 가지고 아프리카 가나로 이주하였습니다.

그 후 20세기 중반을 고비로 두각을 나타내는 흑인 지도자들이 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에서 흑인들에 대한 인식이 편견임을 입증하는 인물들이 여기 저기에서 나타났습니다. 1950년 가을에는 흑인 여류시인 그웬드린 부룩스(Gwendolyn Brooks)가 그녀의 시집 애니 알렌(Annie Allen)으로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가을 미국의 흑인 외교관 랄프 번취(Ralph J. Bunche,1904-71)가 팔레스틴 분쟁을 조정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1947년에는 야구선수 잭미 로빈슨이 흑인이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그에 진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아직도 소수의 흑인들만이 백인사회에서 인정받았을 뿐 당시 Negro로 불렸던 1,500만 명의 흑인들 대부분은 1896년 Plessy v. Ferguson 케이스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평등하지만 분리한다(separate but equal)’의 함정에 걸려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1967년 린든 죤스 대통령의 민권법 서명과 Affirmative Action의 시행으로 교육과 고용의 기회가 활짝 열리면서 20세기 후반에 와서는 사회 각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흑인 지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체육계와 연예계는 흑인들이 압도하고 있다고 할 정도가 되었고 흑인들의 이러한 진출은 젊은 흑인들에게 자부심을 넣어 주는 반면 다른 인종들에게도 “Black is beautiful” 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LA시장으로 선출된 브래드리를 위시하여 1989년에는 버지니아의 최초의 흑인 주지사로 더글러스 와일드가 선출되는 등 선출 직에 흑인들이 속속 진출하는 한편 1967년에는 <브라운 사건>에서 적극 활약한 서굿 마샬이 흑인으로는 최초의 연방 대법관이 되었으며 계속 앤드류 영 유엔 대사, 브라운 대법관 등 고위 공직자들이 속속 임명되었고 보수적인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에서도 파월과 라이스, 두 흑인이 국무장관직을 계속 맡는 등 흑인들도 교육을 받는다면 백인 못지 않게 맡은 일들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백인들과 다른 인종들의 마음에 스며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984년과 1988년 흑인 운동 지도자인 제시 잭슨 목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였을 때만 해도 joke라고 생각하였든 흑인 대통령이라는 꿈은 2년 전 까지만 해도 상상치 못했고 작년(2008년) 봄 까지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부시의 실정에다가 경제적인 사정이 워낙 나빠졌기 때문에 변화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어느 후보 못지 않게 실력과 전략을 갖춘 오바마가 여유 있게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었습니다.

15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흑인은 가축에 불과했습니다.
5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흑인들은 백인들과는 식당에서 식사도 같이 할 수 없고 버스를 타면 뒷자리로 몰려가 앉든지 서서 가야 하는 신세였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대법원 판결에 의한 아메리카에서의 공식적인 흑인들의 지위였습니다. 

5. 미주에서 반 인륜적인 노예제도가 400 여 년이나 계속될 수 있었던 요인들. 

A.감정적, 정서적 요인 -불결하고 보기 싫으며 혐오감이 난다. 미개하고 무식하다. 반면 백인들은 우선 외모부터 잘 생기고, 이쁘게 생기고 보니 무조건 흑인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자연스럽게 백인우월주의가 나타난 것입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백인은 아니지만 흑인들을 처음 보았을 때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가졌든 것이 사실이고 그러한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B. 정치,경제적인 요인- 노예장사로 돈을 벌 수 있다. 싼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무식한 흑인들을 잘 이용하면 정치적인 이점을 얻을 수도 있다는 계산들이 작용하면서 흑인문제를 인권이나 윤리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정략적인 차원에서 다루게 되었습니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와 윤리에 입각하여 노예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기 전 까지 초창기부터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노예문제에 대하여는 무정견, 무소신의 입장을 유지해 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C. 종교적인 요인-흑인들은 하나님의 저주 받은 종족이라는 성서의 가르침, 노아의 저주받은 아들 함의 자녀들은 형제들을 섬기며 갈아야 하리라던 예언과 종은 주인에게 복종하라는 사도 바울의 교훈은 흑인들의 노예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성서적인 근거로 남부의 백인교회에서 널리 전파되던 설교내용이었습니다. 한편 인류는 모두가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녀라는 말씀과 애급에서 노예살이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하나님께서 구해주셨다는 말씀은 흑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말씀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백인들이 노예들을 부리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별로 느끼지 않게 하는 역할을 종교가 담당하였고 그러한 차별과 압제 가운데서도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려는 무리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비폭력으로 400여 년이나 견디어 내면서 끝내 순리적으로 목표를 관철하는 저력을 심어준 것이 종교였습니다. 

맺는말

비록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할지라도 지난 400년 동안 깊게 뿌리박은 흑인혐오사상과 백인우월주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꾸준히 의식을 바꾸어 가려는 노력과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감정적인, 정서적인 변화까지 이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몇 차례의 세대교체까지도 필요할 것입니다. 

흑인들의 지위가 한 단계, 한 단계 오르는데 40년 또는 5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독립선언 후 30여 년이 지나서 노예무역이 폐지되었지만 아브라함 링컨에 노예제도가 폐지되는 데에는 또 60여 년이나 걸렸습니다. 노예제도가 폐지되어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 받았지만 같은 자리에서 같은 권리를 누리는 데에는 또다시 60여 년이 걸렸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톤 DC의 링컨 광장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피부색갈이 아니라 그들의 능력과 인격에 따라 대우받는 시대를 꿈꾼다”고 웨쳤지만 그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데 또 50여 년이 지났습니다. 

미국의 흑인들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미국의 흑인들은 그렇게 온갖 수모와 학대를 당해가면서도 조급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그러나 끈질기게 그들의 꿈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데 주목하게 됩니다. 흑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고 그들의 꿈이 다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그들 나름대로 하여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고 백인들은 백인들대로, 다른 유색 인종들은 그들대로 미국에 살면서 하여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억지로 한데 부어 넣어 녹여낸다고 예쁜 모양, 예쁜 색깔의 물건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튼실하게 자란 각기 다른 모양의 야채와 과일들을 섞어 놓았을 때 더욱 예쁘고 맛나는 샐러드가 되듯 누가 보기에도 “Beautiful”하고 탄성을 발할 수 있는 예쁜 모습의, 예쁜 색깔의 미국이 이루어 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우리 대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음 대가 될 수도 있으며 어쩌면 그 다음, 다음 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색갈이나 모양이 문제가 아니라 튼튼하고 실하다고 하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오바마를 키워준 할머니가 선거 전날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역사는 그렇게 계속되는 것인가 봅니다.(끝)

(시카고 교외 Skokie에 거주하는 김상신님은 은퇴한후 '늘푸른나무'를 만드는 한편 서양사와 교회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크리스쳔의 역사해석','역사와 희망'등의 역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