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건국 선조들의 신앙
들어가는 말
1770년대, 미 대륙의 종교상황
계몽운동의 새로운 종교; 이신론(理神論, Deism)
미 건국 선조들과 이신론
벤자민 프랭클린, 죠오지 와싱톤, 죤 아담스, 토마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제임스 몬로의 신앙
들어가는 말
1770-80년대에 영국에 대항하여 미 합중국의 독립을 선포하고 전쟁을 주도하여 독립을 쟁취하는 한편 헌법의 제정을 통해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고위직들을 맡아 미국의 기반을 확고히 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지도자들을 가르켜서 우리는 미국의 건국조상들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보는 대로 그들은 이 세상과 자연의 ‘창조자’이신 ‘신의 섭리’에 따라 미 합중국의 독립을 선언한다고 하여 17세기에 신 대륙에 영국 식민지를 개척하였던 퓨리탄들에 못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신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에 제정된 미국 헌법에는 ‘백성들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나라”라는 문구와 함께 칼빈이 제네바에서 시도하였던 신정(神政)과는 거리가 먼 교회와 국가가 완전 분리된 민주정치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건국조상들의 시도는 때로는 상호 보완하면서, 때로는 충돌하면서 지금까지 지속되어 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미 건국 조상들의 신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행하여 졌으며 그것은 미국의 역사와 정치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1770년대 미 대륙의 종교상황
1607년 버지니아의 제임스타운을 개척한 영국 국교도 들과 1620년에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필그림들로 시작된 미국의 종교지도(宗敎地圖)는 계속 종교적인 박해를 피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 대륙으로 건너 온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소수 종파들(퀘이커, 모라비안, 메노나이트 및 침례파 등)과 캐톨릭 교회의 진출로 1770년대에 와서는 무척 다양해진 것이 사실입니다만 대세는 어디까지나 영국의 퓨리탄들과 국교회였습니다.
4세기 초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이래 기독교에서는 ‘국교’(established churches 또는 state churches)라는 개념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고 출생과 동시에 교인으로 등록되며 다른 경쟁세력들로부터 보호를 받는 교회로서의 국교제도는 러시아, 그리스, 스캔디나비아, 독일,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네델란드, 영국, 스코트랜드 등 유럽 대륙의 거의 전 지역에서 한때 시행되었고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교’의 개념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왔다는 미국식민지에도 그대로 유입되어 시행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사실입니다. 식민지 시대에 여러 주들은 주 나름대로 주가 공식으로 인정하는 교회(국교가 아니라 주교(州敎)라고 번역하여야 되겠지만 영어로는 state churches로 같은 표현이 된다.)가 있었으며 독립혁명 당시 13개 주 가운데 9개 주가 공식적으로 주교(州敎)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국과 대륙의 칼빈주의 계통의 퓨리탄들이 주로 자리 잡은 북부의 뉴 햄프셔, 마사츄세츠, 커넥티커트 주들에서는 회중교회(Congregational Churches)를 주교로 인정하고 재정지원과 보호정책을 시행하였는가 하면 중남부의 뉴욕, 매리랜드, 노스 캐롤라이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죠오지아 그리고 버지니아 주에서는 영국국교회(Anglican Churches)를 주교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였습니다.
영국국교회는 신학적인 이유라기 보다는 에드워드 8세의 결혼을 둘러싸고 교황과 왕 사이에 충돌이 생기자 로마 카톨릭과의 절교를 선언하고 당시 대륙에서 바람을 일으키던 종교개혁 운동에 동조하여 카톨릭 교회의 개혁을 주장하면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카톨릭 교회와는 다른 성격을 띠게 되었으며 그것은 엘리자베스 1세에 이르러 신학자들에 의하여 분명하여 젔는데 그 나름대로 특성을 살펴 본다면
영국국교회의 개혁을 주도하던 사람들은 로마 카톨릭 교회와 대륙에서 종교개혁을 주도하던 칼빈주의자들 사이에서 중도의 길을 지향하는 교회를 세우려 하였습니다. 그들은 카톨릭 교회 안에는 너무나 많은 인위적인 요소들이 들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개신교회들 역시 성경의 권위만을 주장하면서 기독교 전통의 소중한 요소들을 상실하였다고 보면서 양대 주장간의 충돌이 아니라 초대교회의 모습을 본받아 중도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중도의 길이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을 지켜가느냐? 하는 데에는 의견이 다를 수 밖에 없어 때로는 카톨릭 쪽으로, 때로는 프로테스탄트 쪽으로 기울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찬성과 반대의 물결에 휩싸이며 국교의 지위를 지켜왔습니다.
1607년 제임스타운에 첫 식민기지를 세울 때 미 대륙에 발을 디딘 영국국교회는 강과 도로를 따라 버지니아 주가 내륙으로 식민지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행정구역의 확장에 맞추어서 교구를 확장하여 갔으며 혁명전쟁이 일어나던 1770년대에는 켄터키까지 진출하면서 100교구 250여 개의 영국국교회가 세워져 신앙과 교육을 담당하였는데 미국의 독립을 이끌기 위하여 필라델피아에 모였던 대부분의 지도자들, 특히 남부에서 온 워싱톤, 제퍼슨, 매디슨, 몬로, 패트릭 헨리, 죠오지 메이슨 등은 이러한 종교적인 환경가운데서 성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어렸을 때 주일 아침이면 가족들과 함께 통나무나 벽돌로 지은 교회에 가서 예배에 참석하고 아버지들이 교구의 임원으로서 봉사하는 것을 보면서 영국국교회 성직자들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공부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영국국교회에서는 개신교와는 달리 예배 시에 카토릭에서와 같이 <공동 기도서>를 사용하였는데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우리들은 길 잃은 양같이 당신의 길을 저버리고 죄를 범하였습니다. . .”와 같은 기도문들이 그들의 피 속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에 계몽사조의 영향을 받아 그들의 신앙이 변한 후에도 에피스코팔 교회에서 스스럼 없이 교회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그런 점에서 뉴 잉글랜드의 퓨리탄 신앙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교회의 근본적인 교리에 대한 인식에서는 이신론을 받아들였지만 교회에 가서 예배들이고, 신부 주재로 결혼식을 올리고 자녀들의 교육을 교회에 맡기며 신부의 주재로 장례식을 치르는데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계몽운동의 새로운 종교, 이신론(理神論)
17세기 후반부터 이신론이라고 하는 종교학파가 영국에서 나타나서 유럽대륙에 퍼졌습니다. 전통적인 정치, 종교, 사회사상에 도전하여 인간의 의구심과 자신감을 강조하는 것을 특성으로 한 복잡한 이념운동이 계몽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볼테어, 작 자크 룻소 등이 대표였으며 미 식민지에 큰 영향을 끼친 영국에서는 프랜시스 베이큰, 아이삭 뉴톤, 죤 락 등이 주도하였습니다.
인간 지식의 근본은 추상적인 원리가 아닌 관찰과 경험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베이콘의 주장을 방법론으로 사용한 과학자 아이삭 뉴톤은 불변의 자연법칙을 발견하고 보고하는데 집중하였으며 여기에서 베이콘은 자연법칙에 따라 작동하는 “우주를 창조한 ‘제1 원인’”을 찾아내었고, 락은 종교적 교리나 신비체험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합리성이 신앙의 권위를 결정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영국국교도들이었지만 우주와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인 이신론의기반을 마련하여 주었습니다. 영국의 역사가 브린튼(Crane Brinton)은 “분명히 기독교와 관계가 있으며, 기독교에서 나왔으며, 기독교와 많은 면에서 유사한 새로운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났는데 나는 그 종교를 단순히 대문자로 ‘계몽운동(사상)’ 이라고 부르려고 한다”고 하였습니다.
18세기와 19세기 초반 이신론은 유럽 대륙과, 영국 그리고 미 식민지에서 많은 열성신자들을 확보하였습니다. 이 종교운동은 각자 개인의 이성에 따르는 것으로 조직적이거나 일치된 형태 가 없는 운동이기에 사람들에 따라서 기독교 신앙을 철저하게 버린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만 바꾼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볼테어나 안토니 코린스 그리고 토마스 페인 같은 사람들은 보다 극단적인 계몽주의자들로서 기독교가 개인의 도덕성 함양이나 사회정의 수립에 해가 된다고 주장하며 성직자들을 강력하게 비난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친 계몽주의자로는 토마스 페인을 들 수 있습니다. 영국의 퀘이커 집안에서 태어나 3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그의 저서 <Common Sense>를 통하여 영국으로부터의 미국의 독립을 고무하면서 미국의 건국조상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그들에게 많은 사상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페인이 프랑스의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 프랑에 가 있는 동안 당시 프랑스에서 근무하던 몬로의 집에 머물면서 몬로로 하여금 정통적인 기독교 신앙에서 이신론으로 움직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인이 1793년에서 94년 사이에 프랑스 감옥에서 썼다는 <The Age of Reason>은 특히 미국에 이신론을 전파하는데 큰 몴을 하였습니다. 그는 유대-기독교 신앙을 가차 없이 비난하였으며 세계역사에 해를 끼쳤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물론 전통적인 크리스천들에게는 페인은 악당이요 불경건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페인은 기독교는 우화와 같은 것이며 성경은 시적인 기록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고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나 타락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하여 버렸습니다.
페인을 비 기독교적인 이신론자라고 한다면 이신론과 기독교의 화해를 시도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18세기에 기독교인이라고 자처하면서 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하고 예수의 구속자로서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프랑스나, 영국이나 미국의 성직자들 가운데는 이신론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것은 로마 카톨릭 의 성직자나 평신도들 가운데서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예수의 신성을 믿지 않으면서도 예수의 도덕적 가르침을 존중하였는데특히 윤리적인 노력과 사회정의를 강조하였고 그런 면에서 모든 형태의 전제(독재)를 거부하였습니다. 이들은 경전이나 신조에 묶인 종교보다는 이성적이고 자연적인 종교를 강조하였으며 이신론에 의하면 이성적인 ‘최고의 건축자(설계자)’가 세상과 인간의 삶을 만드셨는데 이 전능하시고 변하지 않는 창조자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고 이 세상이 저대로 돌아가도록 내버려 두셨다는 것입니다.
도마스 페인은 <이성의 시대>에서 “나는 한 분 하나님을 믿으며 더 이상의 하나님은없다고 믿는다. 나는 이 세상 저편에서의 행복을 희망한다. 나는 사람들은 모두 동등하다는 것을 믿으며 우리들의 종교적인 의무란 정의를 행하고 자비를 베풀며 우리들의 동료 피조물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였습니다.
이신론은 ‘무신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독교 운동’이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이신론자들은 계속해서 인간의 이성에 부합되지 않는 기독교의 가르침이나 신앙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종교적인 진리의 신빙성을 증명하는 최상의 기준을 이성에 두었습니다. 그 결과 이신론자들은 삼위일체 교리나 하나님이 육신을 입었다는 화육(化肉), 처녀탄생, 부활을 믿지 않았습니다. 성경이 하나님을 그리고 하나님의 계시를 완전하게 계시하였다는 기독교의 주장에 대해서도 페인 같은 이신론자들은 마술적이고, 미신적이며 비 합리적이고 과학 이전의 사고방식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성경에 묘사되어 있는 유대-기독교 전통의 역사 가운데서 작용하시며 기도를 들으시는인격신 야웨를 거부하면서 ‘첫번째 동인(動因)’, ‘우주의 창조자’ ‘모든 선한 것을 만드신 분’ ‘위대한 설계자’,’자연으로서의 하나님’,’자연의 하나님’, ‘섭리자 하나님’과 같은 용어로 하나님을 이해하고 있는데 미국 독립선언문에서 이러한 용어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신론은 유대-기독교 전통의 개인 신앙들을 파괴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의 세계관에 의하면 교회가 가르치는 성경 읽고 기도 하고, 세례받고, 할례받으며 성만찬에 참여하는 것들은 필요 없는 것들이고 랍비나 목사나 신부들의 가르침은 잘못하면 오도할수 있는 것들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신론자들 가운데는 교회의 각종 신앙활동에 불참하고 이성에 입각한 자신의 신앙을지키는 소극적인 이신론자들도 있으나 적극적으로 기독교회의 비이성적인 요소들을 공격하고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주장하는 적극적인 이신교도들도 있었습니다. 이성과 평등에 대한 그들의 기본 신앙은 진보적인 정치 사상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그 결과 18세기의 이신론자들은 당시에는 급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의 보편적인 확장과 출판의 자유와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주창하게 되었습니다 .
오늘날 미국사회에서 이신론이라는 이름은 거의 사라졌지만 미국의 결사조직이나 윤리문화 운동, 또는 자유사상의 전통이나 성서의 역사비판 조류가운데서 그리고 유니타리안 교파나 퀘이커 교단등의 종교신앙가운데서 이신론의 양상들을 계속 찾아 볼 수 있으며 교리에 대하여 회의적이고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종교적인 관용을 주장하는 이신론의 근본정신이 오늘날 교회나 회당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종교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 건국조상들과 이신론
이신론이 미국에서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대략 1725년부터 19세기 초반까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신론은 인간의 끝 없는 의문과 이성의 중요성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자연히 개인주의를 낳게 되었지만 종교 안에 들어 있는 감정적이고 신비적인 요소들을 간과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영적인 지도와 예배 그리고 신앙 공동체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8세기, 교육받은 미국인들의 다수가 종교적인 억압과 정부의 전제적인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이성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였으며 특히 미국 독립혁명 기간을 전후하여 대학에서 크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몬로와 제퍼슨의 모교이며 워싱톤이 한때 총장을 지낸 버지니아의 William and Mary 대학은 이신론의 중심지로 꼽혔습니다. 이신론이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특히 널리 퍼졌던 사실을 고려할 때 1730년대에 출생한 워싱톤이나 아담스, 1740년대의 제퍼슨, 1750년대의 매디슨과 몬로 등 미 건국초기 5명의 대통령들이 이신론이 미국에 소개되고 유행하던 때 대학생활을 하였다는 사실에서 그들의 신앙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담스는 1750년대 하바드 출신이며 제퍼슨은 1760년대 윌리암 앤드 매리 출신이고 몬로는1770년대에 윌리암 앤드 매리 대학에 다녔습니다. 워싱톤은 대학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윌리암 앤드 매리 출신이거나 다른 대학 출신 귀족들이 늘 주위에 있었고 그들과 항상 어울렸습니다.
매디슨은 기독교 전통신앙을 고수하던 프린스톤의 전신인 College of New Jersey 출신이지만 버지니아로 돌아 온 후에는 이신론으로 많이 기울어져 그의 친척 가운데 ‘젊은 매디슨이 요즘 널리 유행하여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경건하지 못한 자들과 정치적인 교류를 하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며 걱정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이신론은 새로운 미국을 설계하던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직, 간접으로 영향을 끼쳤으며 비록 그들의 종교 성향이 다양하여 도매금으로 이신론자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무신론자’,’이신론자’,’정통 개신교도’, ‘정통 캐톨릭’, ‘기타’등으로 구분하여 볼 때 벤자민 프랭클린, 죠오지 와싱톤, 아담스, 제퍼슨, 매디슨, 몬로 등 미 합중국 건국 조상들은 ‘이신론자’의 그릅에 포함시킬수 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들 각자의 신앙을 좀더 구체적으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신앙
미 독립혁명 시기에 직접 정부 수립이나 정부 기관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바로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그는 뉴 잉글랜드의 칼빈주의 정서가운데서 자라났지만 그의 청년시기가 영국의 이신론이 식민지에 소개되던 때와 일치하면서 식민지의 첫 세대 이신론자가 되었습니다. 비록 대학을 다니지 않았지만 William & Mary 대학을 위시해 여러 곳에서 명예학위를 받은 프랭클린은 독서를 통한 자습으로 누구보다도 해박한 지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10대에 이미 퓨리타니즘과 데이즘에 관한 서적들을 읽은 프랭클린은 이신론이 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15세에 이미 확신을 가진 이신론자가 되었으며 17세에는 록, 코린스, 죠셉 애디슨 같은 영국의 이신론자들의 저서들을 독파하였고 19세에는 영국에서 ‘도덕성’에 관한 팜프렛을 출판하여 영국의 이신론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프랭클린은 종교의 중요성을 그 도덕성에 두었으며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이신론자로서 그는 “하나님을 섬긴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선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도가 하나님을 섬기는 쉬운 방법이라 생각해서 그것을 선택한다”고 비판 하였습니다.
프랭클린은 전통적인 종교에서는 떠났지만 그가 자라면서 배웠던 칼빈주의적인 전통은 그대로 계승하여 부지런하고, 겸손하였으며 종교적인 위선을 배격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본래 착하며 궁극적으로 완전하다고 하는 계몽주의자들의 주장에 끝내 회의적이 태도를 보인 것 역시 인간은 타락했고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는 죄가 들어 있다는 칼빈주의의 영향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육체의 부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인간의 상황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급진적이고 반 기독교적인 이신론자 들과는 달리 조직화된 종교는 사회질서를 증진시키는 동시에 공공의 덕성을 고취함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프랭클린은 알고 있었고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을 덕스러운 행위로 예배하여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교회예배에 잘 참석하지 않았지만 딸에게는 교회에 잘 나가도록 타일렀습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대각성 운동에 대해서는 너무 감정적이라 하여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주도하던 부흥사 화이트필드는 존경하면서 교류를 계속하였고 이신론을 주장하며 선전하던 도마스 페인과는 달리 화육(化肉)이나 삼위일체 그리고 부활 같은 기독교의 교리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공개적으로 그런 문제를 가지고 논하는 것을 피했으며 어느 쪽 주장이 전적으로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극히 삼가하였습니다. 그랬기에 자유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적인 자유라는 확신을 그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5주 전 프랭클린은 자신의 신앙에 대하여
나의 신조는 이렇다. 나는 우주의 창조자이신 한 분 하나님을 믿는다. 그 분은 자신의 섭리에 따라 세상을 주관한다. 그는 예배 받으시기에 합당한 분이며 우리들이 그분에게 드릴 수 있는 가장 합당한 예배 (또는 봉사. 영어로는 service로 같다.)는 그의 다른 자녀들에게 선행(善行)을 하는 것이다. 인간의 영혼은 불멸이며 다른 삶에서 행위에 따라 정의로 심판 받을 것이다. 이것이 건전한 종교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고 하였습니다.
프랭클린은 죽을 때까지 종교의 가장 기본은 그 윤리성에 있다고 믿었고 비록 예수 이후 기독교가 타락한 점들이 없지 않지만 예수님은 세계 역사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도덕과 종교 체제를 수립하였다고 확신하였습니다.
죠오지 와싱톤의 신앙
미국의 초대 대통령 죠오지 와싱톤의 신앙에 대해서는 자신의 기록이나 친지들의 기록을 통하여 잘 알려져 있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계속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와싱톤은 버지니아의 주(州)종교인 영국국교회에서 세례 받고 성장하였으며 정규적으로 국교회에 출석하고 책임과 의무를 수행한 착실한 국교도였다. 혁명 전 젊은 장교시절에는 부대 안에 종군 성직자가 없으면 자신이 예배서를 직접 읽으며 예배를 인도하기도 하였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때로는 다른 교파들의 예배에 참석하기도 하였지만 영국국교회(Anglican Church)와 에피스코팔(Episcopal)교회에 주로 참석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와싱톤의 신앙적인 열정이나 경건성에 대하여는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그의 일기에 보면 나라가 위기에 처하였을 때나 큰 도시에 체류했을 때에는 자주 교회에 출석하였지만 버지나아의 버논산 농장에 있을 때에는 교회참석이 뜸하였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가 멀리 떨어져 있든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지금같이 도로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진흙탕 길을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던 듯 몇 주일을 계속 교회에 나가지 않고 혼자 지내거나 혹은 다른 활동을 하며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교회에 가서도 무릎을 꿇고 기도 드리는 앵그리칸들의 전통과는 달리 서서 기도를 드렸으며 Confirmation(유아세례 받은 사람들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신앙을 다시 확인하는 안수례식)도 받지 않았고 예배의식 후에 행하는 성만찬 예식에 참석하지 않아 성직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고 후대의 역사가들은 과연 와싱톤이 성년이 된 후에도 성만찬에 참여하였느냐? 아니냐? 로 논란을 벌리기도 하였습니다.
Confirmation과 성만찬은 자신의 신앙을 확인하고 교회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교회의 중요한 성례전으로 영국국교회는 성찬에 사용하는 빵과 포도주에 예수께서 임재하신다고 가르치는데 이신론자들은 그런 주장을 미신리라고 비난하였으며 별 관심들을 갖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와싱톤이 성례전에 참가하였느냐? 아니냐는 성직자들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와 함께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와싱톤이 사도 바울이 지적한대로 자신이 죄인이어서 성만찬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겸손한 생각에서 성만찬을 받지 않은 것이냐 아니면 이신론자들과 같이 무시해서 참여치 않은것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대통령이 된 후의 와싱톤의 공식문서에 나타난 종교에 대한 언급들을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물론 많은 문서들이 비서들이 작성한 것이어서 신빙성에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전체에 일관되는 용어와 내용으로 보아 대통령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어 표현한 것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들 학자들이 발견한 것은 그의 종교관 속에는 이신론자들의 주장이 분명하게 들어나 있으며 그의 종교에 대한 언급에는 감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 ‘주님’, ‘구속자,’’구원자’ 같은 용어들은 빠지고 ‘섭리’, ‘하늘나라’, ‘신(Deity)’, ‘’절대적인 존재’,’위대한 설계자’, ‘모든 선을 만드신 분’과 같은 이신론자들의 용어가 대신 들어가 있으며 기독교에 대한 언급이나 특히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신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와싱톤은 어떤 특정교회의 교리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도덕과 윤리에 더욱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신학적인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고 도리어 모든 크리스쳔들과, 유대인들과 이신론자들과 자유사상가들을 위한 양심의 자유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미국정부의 중심과제로서 종교적인 자유와 관용을 수립하는데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보다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조직화된 종교는 사회에 도덕성과 질서와 안정을 증진시키는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혁명군에 군목을 배치하였고 병사들이 주일예배에 참석하도록 하였으며 전쟁이 승리로 끝난 후에는 감사예배를 드리도록 명하였습니다.
와싱톤은 가족들과 집안의 시종들이 도열한 가운데 최후의 숨을 거두면서도 성직자를 부르지 않고 편안하게 임종하였으며 4일 후에 거행된 장례식은 에피스코팔 교회(식민지 시대의 앵글리칸 교회가 독립 후에는 에피스코팔로 바뀌었다.)장으로 치러졌습니다.
와싱톤이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종교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의 건국에 전통적인 기독교가 지대한 역할을 하였음을 과시하려는 복음주의 계통의 저자들 가운데는 건국의 아버지인 와싱톤을 많은 시간을 기도하는데 바친 경건한 크리스천으로 묘사하였습니다. 1800년에 출판된 Mason Locke Weems의 <The Life of Georege Washington>과 1836년에 출판된 Edward C. McGuire의 The Religious Opinions and Character of Washington에서 전투에 나가기 전에 성만찬을 받는 와싱톤, 외딴 헛간에서 기도하는 와싱톤을 발견한 이야기, 홀로 기도할 곳을 찾아 숲 속으로 들어간 와싱톤의 이야기 등 와싱톤의 경건한 신앙인의 모습이 부각되었으며 20세기 초반까지도 계속 복음주의 계통 학자들과 저자들에 의하여 와싱톤에 대한 신화들이 쓰여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복음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하여 와싱톤의 동시대인들인 제퍼슨이나 매디슨 그리고 화이트 감독까지도 이의를 제기하였으며 그의 담임목사였던 사람도 “아니! 그는 이신론자였습니다”고 반박할 정도였으며 그 후에도 간간히 그는 예수의 신성을 믿지 않는 이신론자였다는 주장들이 나오곤 하였습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1830년 한 와싱톤 전기작가에게 보낸 글에서
“나는 와싱톤이 기독교나 다른 어떤 종교단체에 대한 논쟁에 참가하였다고는 생각지 않으며 그가 그러한 주제에 대한 어떤 분명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있는 형태 그대로의 종교단체들를 받아들이고 그가 자라면서 전수한 에피스코팔 교회의 형태에 따라 계속 예배에 참여해 왔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프리메이슨의 멤버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죤 아담스의 신앙
제2대 대통령을 역임한 죤 아담스는 뉴 잉글랜드 출신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퓨리탄의 신앙전통을 승계한 신앙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유니타리안 종파에 속한 ‘크리스천 이신론자’라고 하는 데에 이견(異見)이 없습니다.
아담스 때부터 학계와 사상계를 중심으로 유니타리아니즘이 미국에서 널리 번지기 시작하였으며 18세기와 19세기 초에는 그것이 하나의 초자연적인 기독교 형태로 미 대륙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초대 기독교 역사에서 한때 삼위일체 교리를 믿지 않는 크리스천들이 대세를 이루던 때가 있었습니다. 예수는 신성과 인성을 같이 가진 존재로 하나님의 멧센저로 이 세상에 내려 온 분이라는 주장과 본래 인간이었지만 그의 도덕성과 하나님에 대한 충성심이 특별하여 신의 신분으로 올리셨다는 두 가지 다른 이론적 근거에서지만 여하튼 예수의 하나님께 대한 종속(從屬)설을 주장하면서 삼위일체 교리를 반대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4세기에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삼위일체론은 종속주의 이론을 물리치고 기독교의 정통교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 후 종교 개혁시기에 삼위일체론을 반대하면서 본래의 기독교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카톨릭 교회와 종교개혁자들이 다같이 그러한 주장에 반대함으로 사라지고 말았는데 아메리카 대륙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온 사람들 가운데서 다시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되었고 18세기 후반기에는 유럽에서 유행하던 계몽사조의 영향과 미 대륙에서의 대각성 부흥운동의 감정적인 측면에 반발한 지식층을 중심으로 삼위일체뿐만 아니라 인간의 전적인 타락과 절대적인 예정을 주장하는 칼빈주의에 반대하는 유니타리아니즘이 특히 뉴 잉글랜드의 동부에서 하바드 대학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들은 마샤츄세주의 주교(州敎-주가 인정하여 지원하는 교회)인 회중교회 안에서 좌파로서 ‘정통적인 칼빈주의자’와 대립되어 ‘이성적인 크리스천’ 또는 ‘자유주의적인’ 크리스천으로 불렸으며 교역자들도 역시 갈라져서 서로 교단과 하바드 대학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을 벌렸으며 1815년에 아담스가 행한 증언에 의하면 적어도 65년 이상을 그러한 상태에서 서로 경쟁하다가 1825년에 125개의 회중교회가 분리하여 American Unitarian Association을 결성하였는데 아담스의 가족들이 대를 이어 오랫동안 출석하였던 퀸시교회는 이때 유니타리안 교회에 참여하였으며 아담스가 유니타리안 종파에 속한 크리스천이라는 데에는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담스가 점차적으로 유나타리안의 영향을 받아 자유주의적으로 신앙이 변하였겠지만 그는 회중교회에서 세례 받고 자라 나고 예배에 참석하였으며 하바드에 갈 때에는 목사가 되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퀸시 교회의 자유주의적 경향의 담임목사가 전통적인 칼빈주의 교리를 위반하는 설교를 하였다 하여 비판을 받고 교역자들과 평신도들이 의견이 갈리어 싸우는 것을 보고 교회의 교리주의와 비 관용성에 실망하여 목사의 길을 버리고 학교 교사와 변호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담스는 계속 교회에 참석하는 것과 신앙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회중교회의 목사 딸과 결혼하였으며 주일에는 두 번씩 교회에 가면서 자신을 ‘교회가는 짐승’(a church-going animal)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인격적인 하나님, 인도하시는 섭리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그리고 사후의 삶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성경이나 기독교를 비판하는 도마스 페인을 비판하였고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그는 유니타리안들이 사용하는 ‘세계의 구세주’, 위대한 중보자’, ’성령의 은총’이란 용어들을 사용하면서도 스스럼 없이 성경에 기록된 ‘기적’들을 믿었습니다.
아담스는 식민지 시대의 전통을 따라 1년에 두 번 전국적인 ‘금식일’을 선포하였는데 그것은 미국이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사명’을 새롭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항상 자신은 크리스천이라고 공언하였고 세계가 예수 그리스도의 윤리적 교훈을 따르는 것이야 말로 반드시 하여야 할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아담스는 다른 이신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물려 받았던 기독교를 보다 간단하고, 덜 신비적인 기독교로 대치하면서 삼위일체나, 예수님의 신성, 인간의 전적인 타락 그리고 예정론 등을 던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진리를 발견하고 우리들의 존재에 대한 바른 설계와 진정한 목적을 발견하라고 이성을 주셨다.” 그러므로 자연을 공부하고 이성을 사용하여 하나님과 그의 창조를 배워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교적인 압제나 편협한 생각을 반대하였습니다.
토마스 제퍼슨의 신앙
독립선언서를 기초하였고 미 합중국의 3대 대통령을 역임한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의 대표적인 계몽사상가요 지성인이요 문필가입니다. 몬티셀로에 있는 그의 정원에 베이콘, 록 그리고 뉴우톤 같은 사람들의 흉상을 전시할 정도로 계몽사조에 심취했었고 다양한 분야에 관한 관심과 능력을 가졌던 제퍼슨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신학적인 의식을 가졌다”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종교에 대해서도 관심과 식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종교가 제퍼슨에 최면을 걸기도 하였고, 감질나게도 하였으며, 분노하게도 하였고 경계하게도 하였지만 새로는 영감을 주기고 하였다”고 기술하였습니다.
제퍼슨은 영국국교회 신부에 의해 유아세례를 받은 것으로 생각되며 영국국교회 공식기도서를 가지고 어머니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종교교육을 받았고 교구교회에서 신부들에 의해 초등교육을 받았으며 16살에 William and Mary 대학에 입학하였을 때에는 당시 교수진 7명 가운데 6명이 앵글리칸 성직자일 정도로 종교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스코트랜드 계몽운동의 영향을 받은 유일한 평신도 교수였던 William Small이 제퍼슨에게 계몽주의 사상가들을 소개함으로 제퍼슨은 평생 동안 그들의 가르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프랑스어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계몽사조뿐 아니라 보다 과격적인 프랑스의 계몽사상과 이신론에도 접근하여 당시 건국선조들 가운데서는 가장 철학적인 사상가였습니다.
사상적으로는 수긍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제퍼슨은 선조들의 신앙을 공식적으로 배격하거나 앵글리칸 교회-후에는 에피스코팔 교회로 바뀌었지만- 를 떠나지 않았으며 1826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에도 에피스코팔 교회의 목사가 장례식을 주례하였습니다.
물론 정치적인 미래를 생각하면서 종교적인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한 처사였다는 평가도 받지만 자신의 신앙에 관하여는 전반적으로 대외적인 발언을 삼가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도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부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는 1785년 프랑스와 1787년 영국에서 출판된 그의 저서들을 통해서 그의 종교사상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태였으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을 때는 ‘무신론자’라는 비난을 받았고 어떤 회중교회 목사는 심지어 그가 대통령이 되면 “성경을 감추어야 하고, 예배도 비밀리에 보는 사태가 올 것이다” 고 비난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제퍼슨의 사상을 연구한 학자들은 그를 ‘복귀주의자(restorationist)’로 보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은 기독교회는 예수께서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물려준 본래의 순수성과 능력을 회복하여야 하며 그것은 외부세력이 예수의 본래 가르침을 왜곡하고 교리화 한데서 생긴 것이기에 신화적인 요소들과 기구화된 교회의 모순들을 제거하고 예수의 겸손과 빈곤의 삶을 따라야 한다는 복귀주의자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제퍼슨은 권력에 굶주린 군주들과 부패한 성직자들이 결탁하여 본래의 순순한 예수의 가르침을 손상시켰으며 역사상 사도 바울을 위시하여 초대 교부들과 중세기 교황들 그리고 종교개혁기의 칼빈주의자들이 ‘왜곡하고, 주술화 하는가 하면, 넌센스로 만들어 버려 찌꺼기나 넝마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복귀주의적인 면모는 예수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 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성경을 정기적으로 읽었으며 예수를 개혁자요 도덕적인 사표로 존경하였습니다. 그는 예수를 구세주로 보지 않았고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기적들은 경건한 사람들의 과장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제퍼슨의 신약성경’으로 알려진 책을 보면 그의 신앙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복음서에서는 저자들이 예수의 가르침에 덧붙여 오염시켰다고 생각되는 부분들과 그가 믿는 ‘합리적인(理性) 하나님’이 행하셨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 기적들과 같은 비 이성적인 요소들을 잘라내고 순수한 예수의 윤리적인 교훈과 비유들만을 집어 넣고, 바울이나, 베드로, 요한, 유다 야고보의 서신들과 계시록을 빼어버린 신약성경을 만들어 (강의의)’요강(要綱,Syllabus)이라는 이름으로 친지나 친구들과 나누어 보았었는데 제퍼슨이 죽고 100여 년이 지나서야 <The Life and Morals of Jesus>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판되었습니다. 제퍼슨은 이 책에서 신약성경에 진드기 같이 들어 붙어있던 부패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예수의 인품이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순수하고, 가장 의미 심장하게” 부각되게 하였다고 자평하였습니다.
그는 종교적 조직으로서의 기독교에 대해서는 도덕성의 기반이 된다는 데서 긍정적이었으며 정기적으로 예배에 출석하고 설교듣기도 좋아하였다고 하며 교파를 가리지 않고 교회설립이나 건축에 재정적인 지원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예배는 어떠한 의식보다도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용을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종파의 교리나 의식을 강요하는데 반대하고 종교적인 관용을 주장하였으며 특히 당시 고등교육 기관에 기독교가 특별한 영향을 행사하는데 반대하였습니다. 그는 정부가 종교적인 순종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고 믿었으며 1786년 그의 종교자유 입법으로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보장하였습니다.
그는 우주를 창조하시고 운행하시는 절대적 존재로서의 하나님을 믿었지만 다른 이신론자들과 같이 삼위일체 교리를 믿지 않았고 그런 점에서 에피스코팔이기 보다는 유니타리언이었지만 당시 버지니아 주에는 유니타리안 교회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무로 필라델피아에 머무를 때에는 유나타리안 교회에 자주 들렸고 예수님은 도덕적으로 매우 훌륭한 분으로, 사후의 세계와 기도를 믿어 과격한 이신론자들과는 거리를 두었으며 그런 점에서 제퍼슨의 손자는 제퍼슨을 “보수적인 유니타리안”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Homes는 도마스 제퍼슨의 종교성향을 유일신론자, 복귀주의자, 이성 중심자, 예수 중심자, 반 중세 종교, 반 칼빈주의자, 반 성직자 그리고 신비주의에 적극 반대한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매디슨의 신앙
미 합중국의 4대 대통령을 역임한 매디슨 대통령은 경건한 앵글리칸 부모 사이에 태어나 11살 때 에딘버그 대학을 나온 장로교 출신 Donald Robertson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그를 통하여 라틴어와 계몽사상에 관한 것을 배웠습니다. 5년 후 집으로 돌아온 그는 교구 학교에서 신부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그의 부모는 매디슨을 이신교의 영향이 강한 William and Mary 대학교 대신 전통적인 장로교 계통의 the College of New Jersey(현재의 프린스톤 대학교)로 보내어 그곳에서 교육을 받게 하였습니다. 프린스톤에서 히브리어와 윤리학 등을 공부하며 한때 성직자가 될까 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법률을 공부하고 정계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때만 해도 가정예배를 보는 등 정통적인 신앙생활을 계속하였지만 자기가 속한 주 공인 교회가 종교적인 반대자들을 박해하고 감금하는 것을 보고 양심의 자유만이 시민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한다면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정치생활 내내 종교의 자유는 그의 투쟁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는 제퍼슨의 종교자유 법안이 연방 권리장정으로 채택되도록 심혈을 기울였으며 교회와 국가의 분리가 국가는 물론 교회를 위해서도 최선의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프린스톤에서는 종교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였지만 정치에 입문하고서는 종교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을 하지 안았으며 대통령이 된 후에도 대통령 문서 등에 종교적인 언급이나 용어를 별로 사용하지 않아 그의 신앙에 대하여는 다른 대통령들 보다 비교적 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confirmation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에피스코팔 교회에 계속 출석 하였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제퍼슨 대통령이 제퍼슨 대학교를 설립하고 도서관에 비치할 장서들의 목록을 만들면서 매디슨에게 신학서적의 리스트를 부탁하여 매디슨이 작성하여 보낸 것으로 보아 프린스톤 학생 때 가졌던 신학에 대한 관심이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계속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며 대통령 재임 시 지인과의 대화에서 뉴 잉글랜드에서 진행되는 ‘자유주의 기독교’(유니타리안 운동)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였다는 기록들로 보아 계속 신학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히 당시 유행하던 이신교의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점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앵글리칸들과는 달리 주일을 엄수하지 않는다는 친척의 편지나 친구와의 편지에서 ‘자연 신(Nature’s God)을 언급하면서도 예수, 성경, 교회 등에 대한 언급이 빠진데서도 뒷바침 되고 있다.
매디슨이 임종할 즈음 그의 동시대인들은 그의 신앙의 정통성에 회의를 보였다고 하며 학자들의 결론은 매디슨도 다른 건국선조들과 같이 결국은 이신론자들의 캠프에 가담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도덕적 인격의 순수함과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제임스 몬로의 신앙
1816년 미 합중국의 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제임스 몬로는 전형적인 앵글리칸 교회 소속 버지니아 주의 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당시 앵글리칸 신부가 운영하는 유명한 아카데미에서 중, 고등 교육을 받았고 역시 앵글리칸 소속의 William and Mary 에서 대학교육을 받았습니다. 영국정부와 식민지 사이에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자 군인으로 독립전쟁에 참가하기도 하였지만 군을 떠나서는 다시 법률을 공부하고 주 의회에서 활약하였으며 연방정부에서도 의회의원으로 활동하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등을 역임하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많은 업적을 쌓으며 황금시대를 구가하였습니다.
그는 에피스코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두 딸들을 에피스코팔리안으로 키웠으며 장례식도 에피스코팔리안 성직자들에 의하여 집례 되는 등 일생 동안 버지니아의 여섯 교구를 전전하면서 에피스코팔 신도로 지냈으며 에피스코팔 신도만이 가능한 William and Mary 대학의 이사를 지낸 것으로 보아 충실한 교회 멤버였든듯 합니다. 그러나 몬로의 신앙생활에 관한 기록이나 언급은 별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군인으로 봉직하던 19살 때 친구가 몹시 위독한 상황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보낸 편지에서 하늘나라에 대한 언급과 함께 이단사상을 배격하고 크리스천의 인내심을 잃지 말라고 권면하면서 신앙서적들을 보낸다고 언급한 편지로 보아 젊은 시절에는 정통 기독교 신앙에 무척 기울었던 듯 합니다. 그러나 그가 공직에 진출하고 특히 제퍼슨과 가까이 지내게 되면서 그의 신앙도 변한 듯 하다는 게 학자들의 생각입니다. 그 후의 그의 저서나 발표문에서 성경이나 예수그리스도에 관한 언급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두 차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조물주(the Divine Author) 나 ‘자비로우신 섭리자’(gracious Providence)라는 이신론에서의 신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을 뿐 종교에 관한 특별한 언급이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자기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예배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와 시민들의 덕성에 관한 것을 강조하였을 뿐입니다. 또 당시 편지가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든 때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통해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 조언이나 권면을 하는 게 관습이었는데 몬로의 편지에서는 신앙적인 권면을 찾아 보기 어려우며 2살 난 아들이 죽었을 때나 부인이 죽었을 때 19세 때 친구에게 보낸 것과 같은 신앙적인 위안이나 위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서재에도 종교에 관한 책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며 당시 유명 종교인들의 역대 대통령에 대한 언급 가운데도 몬로에 관한 언급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몬로는 원래 종교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학자들은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가 프리메이슨(Freemason)의 멤버였다는 것입니다. 프리메이슨은 아주 옛날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하지만 12세기 영국 석공(石工)들이 기술을 보호, 전수하기 위한 하나의 종교적 결사체로 시작하여 수세기를 내려오면서 회원들의 도덕적, 종교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국제적인 결사체로 발전하였으며 영국으로부터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조직들이 18세기에 와서는 카톨릭 국가에서는 반 카톨릭적인 지하조직으로 발전하였고 개신교 국가에서는 유일신에 대한 신앙을 요구하면서 모든 종교들의 핵심을 포용하는 반 교리적인 신앙을 옹호하였습니다. 이런 프리메이슨이 독립전쟁 전후 미국에도 소개되어 계몽사조와 함께 지식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으며 미국혁명 지도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죠오지 와싱톤이 프리메이슨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프랭클린이나 라파엣 같은 지도자들도 멤버였으며 몬로는 William and Mary 대학시절부터 멤버로 가담하여 계속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이신론의 경향을 가진 에피스코팔로서 종교적인 교리보다는 시민으로서의 덕성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미 합중국의 초석을 쌓는 일에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든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프랭클린, 아담스, 제퍼슨 그리고 매디슨등이 종교의 본질적인 문제와 신앙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국가와 개인의 신앙적 입장을 정리한 철학적이고 지성적인 지도자들이였다면 몬로는 와싱톤과 함께 철학적이거나 지성적이라기 보다는 실제적인데 관심을 가지고 나라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 지도자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미합중국의 건국에 직, 간접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 건국 조상들 가운데는 물론 정통 기독교 신앙을 믿는 퓨리탄이나 칼빈주의자들도 많이 있었든 것이 사실이고 그들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든 것도 사실이지만 처음 다섯 대통령이 이신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기독교인들이었고 그 점이 그런대로 미국의 기반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들의 새로운 신앙은 그때까지 유럽에서부터 식민지 시대 내내 정통 기독교인들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오던 주교(州敎-주가 공인하고 지원하는 교회)나 국교를 폐지하고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확정하였으며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새로운 모델의 민주국가 형성의 틀을 제공하였습니다.
물론 시대사조가 큰 영향을 끼쳐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겠지만 한 나라의 틀을 짜는데에는 특히 세계적으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나라의 틀을 만드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한편으로는 하나님을 공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열정보다는 합리적인 사고와 명석한 이성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어쩌면 건국선조들의 신앙은 그 사명을 위해 가장 적절한 것이었으며 신의 섭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합니다. 영국에서 열정적인 청교도였던 크롬웰에 의하여 일어났던 청교도 혁명과 같은 불필요한 유혈사태를 미국에서는 현명하게 피해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끝)
(시카고 교외 Skokie에 거주하는 김상신님은 은퇴한후 '늘푸른나무'를 만드는 한편 서양사와 교회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크리스쳔의 역사해석','역사와 희망'등의 역서가 있습니다.)
미국 건국 선조들의 신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