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사이, 조화냐? 충돌이냐?
이달의 화제 <창조와 神>에 이어 좀 더 깊이 있는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을 위해 '과학과 종교 사이, 조화냐? 충돌이냐.'를 다룬 두 편의 글을 소개합니다. 크리스천 과학자로서 DNA 지도를 해독하는 일을 지휘했던 Francis Collins의 <신의 언어(Language of God)>에서 '과학과 믿음 사이의 조화' 부분을 발취하였으며 무신론 과학자로 혜성같이 떠오른 Sam Harris의 <Letter to a Christian Nation>에서 '과학과 종교의 충돌' 부분을 번역하였습니다. 초점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찬,반의 입장이 분명하여 요즈음 독서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종교와 과학' 논쟁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맛보실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믿음 사이의 조화
프랜시스 콜린스의 <신의 언어(Language of God)>에서
아이작 뉴턴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고 수학이나 물리학 보다는 성경해석에 관한 글을 더 많이 썼지만 그를 따른 사람이 전부 그와 동일한 믿음을 갖지는 않았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라풀라스 후작은 자연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일련의 물리법칙(그때까지 발견된 것이든 발견되지 않은 것이든)에 지배되며 따라서 자연은 그 법칙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라플라스가 생각하기에 이 법칙은 가장 작은 입자에도, 가장 멀리 떨어진 우주의 일부에도,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사고과정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었다.
라폴라스는 우주의 형태가 처음 한번 정해지면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의 경험과 관련된 사건을 비롯해 미래에 일어날 모든 일들이 되돌릴 수 없는 일로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최초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신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극단적 형태의 과학적 결정론 또는 자유의지라는 개념을 대변하는 견해였다. 이 주장은 과학계와 신학계를 뒤흔들었다. 신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라플라스가 나폴레옹에게 했다는 대답은 유명하다. “나에게는 그런 가설이 필요 없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결정론이라는 라플라스의 개념은 그 뒤 한 세기가 지나 신학적 주장이아닌 과학적 통찰력에 의해 뒤집혔다. 양자역학이라 알려진 대변혁은 물리에서 빛스펙트럼과 관련된 풀리지 않는 문제를 설명하려는 단순한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막스 플랑크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수많은 관찰을? 토대로, 빛은 가능한 모든 에너지의 형태로 나타나는게 아니라 광자라 알려진 분명한 에너지 입자들로 ‘양자화’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따라서 빛은 근본적으로 무한히 나눌 수 없을 뿐 아니라 광자의 흐름으로 구성되며, 이는 마치 디지털 카메라의 해상도가 픽셀 하나보다 더 작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시기에 원자 구조를 연구하던 Niles Bohr는 전자가 어떻게 원자핵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그러려면 전자의 음전하가 전자를 원자핵에 있는 양성자의 양전하로 끌어당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모든 물질은 필연적으로 내부에서 파멸할 수 밖에 없다. 보어도 비슷한 양자론을 주장했다. 전자는 특정한 수의 유한한 상태로만 존재한다고 가정한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다.
고전역학의 기초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발견의 가장 심오한 철학적 결과는 뒤이어 물리학자 Werner K. Heisenverg에게서 나왔다. 그는 매우 짧은 거리와 미세한 입자로 구성된 이 기묘한 양자의 세계에서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의 이름을 따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원리’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파플라스의 결정론을 한 순간에 뒤집었다. 우주의 형태는 라플라스의 예언적 모형과 달리 결코 정확하게 결정될 수 없었다.
양자역학이 우주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쳤는가를 두고 지난 80년 간 많은 논의가 있었다. 초기의 양자역학 발전에 큰 몫을 한 아인슈타인도 불확정성이라는 개념을 애초부터 거부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중략)
이처럼 우주의 본질을 간단히 훑어 보면 ‘신 가설(God Hypothesis)’의 타당성을 좀 더 일반적인 방법으로 고려해보게 된다. 다윗이 쓴 시편 19편이 떠오른다.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속삭이고 창공은 그 훌륭한 솜씨를 일러줍니다.” 과학적 세계관은 분명 우주의 기원에 관한 흥미로운 여러 질문에 빠짐없이 답을 하기에는 충분치 않으며, 창조자 하느님에 대한 개념과 과학이 밝힌 사실 사이에는 애초부터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없다. 사실 신(神) 가설은 대폭발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왜 우주는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조건을 갖추었는가? 하는 무척 까다로운 질문에 답을 한다.
우주를 움직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인간에게 관심을 갖는 신을 도덕법을 통해 알게 되고 그렇게 된 신을 따르는 유신론자들에겐 신 가설과 같은 종합적 사고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은 초자연적이다.
*초자연적이라면 자연법에 구속되지 않는다
*자연법에 구속되지 않는다면 시간에 구속될 이유도 없다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다면 과거, 현재, 미래에도 존재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신은 대폭발 이전에도 존재했을 수 있고 우주가 사라진 뒤에도 존재할 수 있다.
*신은 우주가 형성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를 우주가 형성되기 전부터 정확히 알았을 수있다.
*신은 일반적인 나선은하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생명체가 살기에 더없이 적절한 특성을 지닌 한 행성을 미리 알았을 수 있다.
*신은 그 행성이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체계에 따라 앞으로 감각능력이 있는 생명체를 탄생시키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 수 있다.
*비록 자유의지가 있는 생명체이지만 신은 이 생명체가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할지도 미리 알았을 수 있다.
이러한 종합적 사고를 통해 과학과 믿음 사이의 만족스러운 조화란 어떤 것인지 그 윤곽을 대강 알 수 있다.
(중략)
신은 우주가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시작했으나 이후의 과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보는 아인슈타인 같은 이신론자들은 최근에 물리학과 우주학에서 나온 결론에 불확정성원리를 제외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신을 인정하는 주요 종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다 다르다. 우주의 시작이 유한하다는 생각은 불교와는 잘 맞지 않는다. 불교에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진동우주가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유신론적인 힌두교 분파들은 대폭발과 크게 대립하지 않는다. 이슬람교를 해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유대-그리스도교 전통으로 보면 창세기의 “한 처음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으셨다”는말은 대폭발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 예로 로마카톨릭교회를 이끈 교황 피우스 12세는 대폭발 이론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기도 전에 그 이론을 열렬히 옹호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전체가 이 견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지구의 나이를 고작 6천 살로 보면서 앞서 언급한 과학적 결론을 거의 다 거부한다. 이들의 입장은 진실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하다. 신성한 문헌을 기초로 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문헌의 의미를 엄격히 해석하지 않는 것에 반대하게 마련이다. 역사적 사건을 묘사한 문헌을 비유로 해석하자면 그럴만한 분명한 증거가 있을 때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창세기가 그러한 범주에 속할까? 창세기에 쓰인 언어는 의문의 여지가 없이 詩的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시적 허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의문은 비단 오늘날만의 아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려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늘 논쟁을 벌여왔다.
모든 종교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지성인으로 꼽히는 성 아구스티누스는 성경을 정확한 과학논문으로 바꿀 때의 위험을 직시하였다. 특히 창세기를 염두에 두고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우리 시야 저 너머에 있는 대단히 모호한 문제에 관련해, 우리는 성경의 내용 가운데 신앙에 해가 되지 않으면서 문자와는 사뭇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구절을 발견한다. 이 경우, 무작정 달려들어 한 쪽으로 치우친 견해를 강력히 주장해서는 안 된다. 이후 진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그 견해의 오류가 드러나면 우리도 함께 무너져 버린다.”
과학과 종교의 충돌
Sam Harris 의 <Letter to a Christian Nation>에서
과학과 종교의 충돌에 대하여 과학자들이 정직하게 이야기 하는 게 도덕적으로 필요한 때이지만 국립과학아카데미(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마저 도 다음과 같이 거짓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종교들과 진화론 사이의 분명한 충돌의 뿌리는 지식에 이르는 종교적인 방법과 과학적인 방법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을 오해한 데 있다. 종교와 과학은 세상에 관한 다른 문제들에 대해 대답한다. 우주에 어떤 목적이 있느냐 또는 인간실존의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것들은 과학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지식에 대한 종교적인 방법과 과학적인 방법들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여왔고 계속해서 인류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 . . 과학은 자연세계를 아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은 자연적인 요인들로 자연세계를 설명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과학은 초자연적인 세계에 대하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하나님이 존재하느냐 않느냐는 문제는 과학이 중립을 지켜야 할 문제이다.
이 성명은 놀랄 정도로 정직성을 결여하고 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공공기관의 연구비 지원이 끊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고 그래서 국립과학아카데미가 납세자들의 감정을 거슬리지 않는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진실은 종교와 과학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의 성공은 종종 종교적인 교리를 대가로 지불하고서야 가능하였다. 그리고 종교적인 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항상 과학을 희생하고서야 가능했다. 우리의 종교들은 단순히 “인간 실존의 목적”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학과 마찬가지로 모든 종교는 이 세상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하여 나름대로 특별한 주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들이 사실인양 행세한다. 말하자면 우주의 창조자는 당신의 기도를 들을 수 있다(때로는 대답하기도 하고). 수태하는 순간 영혼이 그 접합체에 들어간다. 하나님을 바로 믿지 못하면 죽은 후에 엄청난 고통을 당할 것이다라는 주장 같은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본질적으로 과학의 주장과는 충돌되는 것으로 그것들은 형편없는 증거물에 근거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좀더 광의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과학’(science라는 말은 라틴어 scire (안다, to know)란 말에서 온 것인데)이란 우리들의 세계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가를 알려는 우리들의 최선의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hard’와 ‘soft’ science를 구분할 필요가 없으며 과학과 역사와 같은 인문학의 분야들과 구별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한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그 결과 이 사실은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이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다른 날짜에 일어났다든가 실제로는 에집트 사람들이 폭격을 했다고 주장하려면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과학의 핵심은 실험이나 수학적 모델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의 핵심은 지적인 정직성이다. 지금은 우리들이 인간 선언의 기본적인 모습을 인정하는 때이다. 제안의 사실여부를 생각할 때 사람들은 증거물들을 정직하게 심사하고 논리적인 논의를 하거나 아니면 그런 과정을 때려치운다. 종교는 사람들이 다른 기준의 지적 정직성이 적용된다고 상상하는 우리들의 삶의 한 영역이다.
연옥에 관한 최근 카톨릭 교회의 생각을 한번 살펴보자. 세계의 최고 신학자 30여명이 최근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아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것이냐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바티칸에 모였었다. 중세기 이후 카톨릭 교회는 그러한 아기들은 연옥에 가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명명한 ‘자연적인 행복’의 상태에서 영원히 즐길 것이라고 믿었다. 이것은 그러한 불행한 아기들의 영혼은 지옥에서 영원히 보내야만 된다고 믿었든 성 아우그스틴의 생각과는 대립되는 것이다.
연옥이란 성서에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고 공식적인 교회 교리에도 나오지 않는것 이지만 수 세기 동안 카톨릭 전통의 한 주요부분으로 전해왔다. 1903년 교황 피오 10세는 “세례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들은 연옥으로 간다. 거기에서 그들은 하나님을 즐길 수 없지만 그들은 고통도 받지 않는다’고 했을 때 연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듯 했다. 이제 카톨릭 교회의 위대한 신학자들이 연옥문제를 재고하기 위하여 다시 모였다(이 회의에서 카톨릭 교리에서 연옥을 삭제하기로 결정하였다-역자 주)
이보다 더 지적으로 삭막한 프로젝트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토의가 어떠했을가를 상상해 보라. 과연 어떤 사람이 세레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의 영원한 운명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어떻게 소위 교육받았다는 사람들이 이런 논의들은 황당한 것이고 무시무시한 무의식적인 시간의 낭비라고 생각지 않을 수 있는가?
과학과 종교의 충돌은 사람들의 인정과 토의라는 간단한 사실을 통해 줄어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어떤 것을 믿는다고 할 때 거기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수가 동정녀에게서 탄생했다던가 모하메드가 날개 달린 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던가 하는 것을 믿을만한 그럴듯한 이유들이 있다면 그런 믿음들은 반드시 우주에 대한 우리들의 합리적인 묘사의 한 부분을 형성할 것이다. 어떤 역사적 사건의 특수한 문제들을 ‘신앙’에 의존해서 판단한다는 것을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다. 그것은 성서와 코란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 하는 문제나 예수 부활, 모하메드의 천사장 가브리엘과의 대화 또는 다른 종교적인 교리에까지도 개화가 가능한 것이다. 신앙이란 종교적인 사람들이 이성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때 서로 신앙을 계속 간직할 수 있도록 면허증을 주려는 노력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들이 다른 생활영역에서 증거도 없이 강력하게 믿는다는 것은 미친 짓이거나 바보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나님을 믿는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매우 영예스러운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종교는 인간으로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을 확실한 듯이 가정하는 것을 고결하게 생각하는 논의의 영역 가운데 하나이다. 이 고결한 후광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따르는 신앙에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오늘날 비록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이라도 포세이돈 신을 경배한다면 누가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과학과 종교사이,조화냐? 충돌이냐?-콜린스,해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