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역사의 미스테리/2014년 10월>

<역사의 미스테리> 열 번째 이야기

알렉산더 대왕의 관과 묘지에 얽킨 미스테리.

터어키의 이스탄불에 있는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Istanbul Archeological Museum)에는 ‘알렉산더의 관(棺, sarcophagus)’이라는 이름의 석관이 가장 소중한 소장품의 하나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1887년 레바논의 시돈 근처의 분묘에서 발굴된 이 석관은 대리석 으로 만든 관의 네 면에 새겨진 알렉산더 대왕의 조각상과 그 조각의 정교함과 함께 미적 가치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석관의 긴부분, 한 쪽에는 동료 장군들과 함께 기원전 333년, 이수주 전투를 지휘하는 알렉산더 대왕의 말 탄 모습이, 다른한쪽에는 사자사냥에 나선 알렉산더 대왕의 모습이 새겨져 있고 좁은 부분에는 이수즈 전투 후에 시돈왕으로 책봉 받은 압달노니무스(Abdalonymus, 기원전 311년에 죽음)가 전투에서 싸우는 모습과 표범을 사냥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조각 모습 때문에 한때는 알렉산더 대왕의 시신을 담았던 관으로 생각되었었으나 시돈왕이 된 압달노니무스를 위해 만든 관으로 밝혀졌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잘 아는대로 고금을 통틀어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거대한 피라밋을 남긴 에집트의 파라호들이나 위대한 도시 로마를 남긴 로마제국의 시이저들 보다도 젊은 나이에 더 많은 영토를 정복하고 통일하였던 알렉산더는 역사상 흔치 않은 The Great라는 칭호를 받고 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 또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3세(기원전 356-325)로 불리는 그는 왕으로, 장군으로, 지도자로서 혁혁한 공헌을 남겼기에그가 죽은 후 2000여년이 지났어도 대왕으로서의 명성은 빛을 바래지 않고 있으며 33세라고 하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후에 오는 쥴리우스 시저(기원전 100-44)나 나폴레옹(1769-18210) 같은 정복자들에게 경이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20세의 약관에 암살당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게도니아의 왕이 된 그는 반기를 든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을 진압하고 드레시안(Thracian) 왕국을 정복하였으며 2년 후에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제국이었던 어케미니드 페르시아(Achaeminid Persia) 원정 길에 올랐습니다.

그는 몇 차례 정복을 통해 현재의 파키스탄인 인도 아대륙(亞大陸)까지 정복하고 더 이상 정복할 세상이 없다고 아쉬워 할 즈음에 인도 동쪽으로 뻗어있는 새로운 세계를 보면서 이 세상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그는 일단 10여년에 걸친 원정을 중지하고 오랜 원정 길에 지친 군대를 데리고 기원전 324년 일단 페르시아로 돌아와서 메소포타미아의 동부 수도인 바벨론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다음번 원정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기원전 323년 사망하였습니다. 한때 그가 독살당하였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도 했지만 오랜 원정기간동안 여러 차례 부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데다가 향토병에 시달렸는가 하면 그의 무절제한 생활태도 등이 합쳐져서 그의 죽음을 앞당겼다는 주장이 우세합니다. 거기에다 알렉산더의 절친한 친구(이 두 사람은 동성애자로 연인관계였다는 주장이 있음)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알렉산더의 죽음을 재촉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남겨 놓은 제국은 인도에서부터 그리스까지 뻗어있는 광대한 지역이었습니다. 이 제국을 놓고 ‘후계자’들로 불리는 장군들과 동료들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합법적인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제국의 최고통치자가 된다는 실질적인 권력과 함께 그들의 제왕을 매장하는 영예와 책임을 맡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케도니아 군대는 알렉산더의 배다른 형제인 필립3세 알히데우스(Arrhidaeus, 기원전 359-317)를 알렉산더의 후계자로 선출하고 알렉산더의 시체를 바벨론에서 마케도니아로 옮겨 고대 수도였던 Aigai에 있는 황실묘역에 매장하기로 하였습니다.

필립이 제국의 황제일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신으로 받들고 있는 알렉산더의 시신을 옮기는 호화로운 행열을 준비하는데에는 자그만치 2년이 걸렸습니다. 거의 바퀴달린 신전이라 부를 수 있는 규모의 수례에 순금 기둥의 지붕에는 보석들이 줄줄이 박혀있었으며 안에는 금으로 된 왕관 옆에 알렉산더의 시신이 금으로 짠 주황색 비단으로 덮여 있었고 영구차가 얼마나 무거웠던지 64마리의 노새들이 끌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호화로운 영구행열에 의해 운구되던 알렉산더의 시신이 마케도니아에 돌아오지를 못했습니다. 알렉산더의 장군들 가운데 하나로 에집트의 집정관으로 있던 톨레미(Ptolemy I Soter, 기원전 367년경 부터 283년까지 생존) 가 장례행열을 납치하여 알렉산더의 시신을 고대에집트의 수도인 멤피스에 매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바라호의 도시인 멤피스는 알렉산더의 묘역으로는 적절한 곳이 아닙니다. 알렉산더는 기원전 331년 에집트를 정복한 후 지중해 연안에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세우고 궁전과 신전, 도서관과 묘역 등을 구비한 고대의 가장 위대한 도시로 발전시켰는데 알렉산더의 묘소라면 그곳이 도리어 적절한 곳일 것입니다.

알렉산더 역시 생전에 고향 마케도니아의 Aige에 있는 황실묘역 아니면 신으로서 그리스에 있는 제우스 신전에 묻히기를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에집트의 멤피스에 묻힌 것입니다.

톨레미 I세의 상속자인 톨레미 2세(Ptolemy II Philadelphus,309-246 경)는 에집트의 톨레미 왕조의 2대 파라호가 되었는데 그는 알렉산드리아에 특별 묘역을 조성하고 멤피스에 있는 알렉산더 대왕의 시신을 이곳으로 이장하였습니다. 이때 알렉산더의 시신을 담은 석관도 순금으로 만든 두개의 관에 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의 묘역이나 관들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장소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그의 묘역이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고대의 기록에 의하면 로마제국의 통치자들이 알렉산더의 묘소를 참배하였다는 기록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처음에는 묘역을 웅장하게 꾸몃던듯 합니다.

쥴리우스 시저(기원전 100-44)는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알렉산더의 묘소를 방문하였는데 이 위대한 정복자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것은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눈물이 아니라 자신이 이룬 업적이 알렉산더에게는 감히 비교도 되지 않는데서 오는 자괴감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시저의 후계자요 로마제국의 첫 번째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 기원 후 14년)는 악티움 전투에서 마크 안토니(기원전 83-30)와 크레오파트라 VII(기원전 69-30)를 격파하고 알렉산더의 묘지를 참배하였는데 알렉산더의 미라에 키스를 하려고 몸을 수그렸다가 콧방아를 찍었다고 합니다. 그 후 톨레미 왕조의 무덤도 참배하라는 초청을 받자 “나는 왕을 찾아뵈려 왔지 죽은 사람들을 보러 온것이 아니다”고 하면서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로마제국 황제들의 알렉산더 참배는 자신은 다시 태어난 알렉산더라고 주장했던 카라칼라(기원후 188-217)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으며 그는 묘소에 값진 선물을 증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알렉산더의 묘소를 참배한 사람들은 아무도 알렉산더의 금으로 된 관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기원전 81년 톨레미의 후계자 가운데 하나인 톨레미 IX가 (기원전 142-81경) 순금으로 만든 알렉산더의 관을 유리나 수정으로 된 관과 바꿔치기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알렉사더의 시신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정권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취한 조치였습니다. 그는 주화를 만들기 위해 금관을 녹여버린 것입니다.

톨레미 IX세의 이러한 조치는 알렉산더 대왕을 단순히 훌륭한 왕으로서가 아니라 도시를 창건한 왕이요 신으로 숭배하던 백성들의 분노를 자아내 권좌에서 쫒겨났고 결국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알렉산더의 신전(묘역)은 4세기에 와서 데오도시우스 황제(기원 347-395)가 모든 이교도 의식들을 금하고 이교신전들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다른 많은 신전들과 유적들과는 달리 열성파 기독교인들이 알렉산더의 유적들이나 무덤을 파손하였다는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그동안 고고학 발굴단들이 알렉산드리아의 몇 몇 공동묘지와 묘역을 발굴해 보았지만 알렉산더의 것이라고 짚이는 곳들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 도시는 고대부터 중세기를 거치는 동안 여러차례 약탈을 당하였고 지진이 일어나 도시의 적지 않은 부분들이 지중해에 삼켜져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당시로서는 천하를 다 소유하고 그렇게 대단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이 땅위에서는 한치의 땅도 갖지 못하고 그 찬란했던 금으로 만든 관 대신 유리관에 갖혀서 지중해 바다밑에서 잠을 자고 있을런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해져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알렉산더는 한 신하에게 매일 아침 자기 집무실에 와서 "각하! 각하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요"라고 일러주도록 임무를 맡겼다고 합니다. 그 넓은 땅을 정복하고 다니면서 이 한뼘의 땅도 내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었는지 그렇다면 도리어 한뼘의 땅을 차지하고 누워 관광객들의 소음에 시달려 숙면에 방해를 받는 것보다 지중해 바닥에서 더욱 편안한 잠을 자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금관이 유리관으로 바뀐 것도 별것 아니고 자신이 신이 아니라 반드시 죽어야 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되씹으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