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비밀(18)
김 상 신
시스틴 채플의 정면 벽화, 최후의 심판(2)
제단 앞에 서서 <최후의 심판>을 바라보면 맨 윗부분에 좌, 우 양쪽으로 반 원형의 돔이 그려져 있고 왼쪽 돔 안에는 1.)십자가를 붙잡고 있는 천사들의 모습과 2.)가시 면류관을 붙잡고 있는 천사들, 3.)한 가운데 세워져 있는 검은 막대기는 우슬초를 뭍힌 스폰지를 달아 올려주었다는 막대기 그리고 다음에 오른쪽 돔 안에는 4.)예수께서 묶여 매를 맞았다는 기둥을 들고 있는 천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심판주 예수께서 순교하실 때 사용된 도구들이 그려져 있는 셈인데 못과 채찍이 보이지 않는다. 이 그림들에서 특이한 것은 천사들의 모습이다. 당시까지 천사라면 흔히들 날개가 있고 머리 위에는 광채가 있으며 아기의 얼굴을 가진 어린이들로 묘사되었는데 여기에서는 근육질의 성인 모습에 대부분이 사람의 성기 같은 것을 들어낼 정도의 나체로 그려져 있고 얼굴모습들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어서 천사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러한 <최후심판>의 윗부분에서 영화 십계에 나오는 모세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았다는 모세의 돌 판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바로 밑의 한 가운데에는 오른 팔을 높이 든 건장한 체구를 가진 반 나체의 예수와 그 왼쪽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마리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천사들의 모습들이 무더기, 무더기로 그려져 있다. 예수를 좌,우와 위로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의로운 영혼들로 그러나 위에 있는 영혼들 가운데는 유명한 성자나 교황이나 독지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세상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후에 보상을 받은 영혼들로 천사들과 어울려 예수의 주위를 돌고 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는 그들 가운데 유대인을 의도적으로 그려 넣었다는 것이다. 이 그림들을 세밀하게 관찰한 학자들에 의하면 예수의 오른쪽 어깨 위에 있는 자색 옷을 입은 천사가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곳에 있는 한 인물은 1215년에 교회가 유대인들을 차별하고 모멸하기 위하여 유대인들에게 쓰라고 명하였던 노랑색깔의 모자를 쓰고 있으며 또 한 사람은 미켈란젤로가 젊었을 때 그에게 유대교의 신비주의에 관하여 가르쳐 주었던 Pico della Mirandol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당시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에 의하면 유대인들은 비록 모세나, 미리암이나 아브라함 같은 위대한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결코 천국에는 갈수 없으며 연옥이나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교회의 공식적인 교리에 배치되는 그림을 미켈란젤로가 <최후심판>에 삽입하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그렇기에 작게 그려 눈에 잘 띠지 않게 한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십자가 바로 밑, 왼쪽에 천국에 도착한 일군(一群)의 의로운 여인들을 볼 수 있다. 불룩한 유방과 머리스타일이 아니라면 근육자랑대회에 나온 남자들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건장한 반라(半裸)와 전라(全裸)의 여인도 낀 이들 선택된 자들은 <천정벽화>에 나오는 여 사제들과 같이 남성을 모델로 그린 듯 하다. 이 그림에서도 미켈란젤로의 숨은 뜻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16세기만 해도 교회에서는 신학자들간에 여자에게도 영혼이 있느냐? 하는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될 만큼 여성의 지위가 처지든 때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맨 윗자리에 여성들을 그것도 상체를 들어내거나 나체인 여성들을 각자 개성을 가진 얼굴로 그렸다는 것은 여성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였는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동 시대인 들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오른쪽 기둥 바로 밑으로는 천국에 도달한 일군의 의로운 남성들을 볼 수 있다. 그때까지 대부분의 다른 화가들은 파라다이스에서 서로들 만났을 때 그 기쁨을 나누는 표시로 악수를 하거나 로마 식 인사법인 팔을 잡는 모양을 그렸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의 경우 그 표현은 강도가 몹시 강하다. 중간쯤 윗부분을 보면 나체의 두 남자가 입맞춤으로 기쁨을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옆의 나체 남성은 밑의 남성을 팔을 잡고 끌어 올리는가 하면 또 다른 나체의 남성 커플들이 목을 감싸 안고 키스를 하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심판을 받고 의롭다 함을 판정 받은 행복한 남성들의 기쁨을 이렇게 적라나하게 표현하였다. 어쩌면 동성애자인 미켈란젤로가 동성애자들도 천국에 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들도 높이, 작게 그려져 있어 오늘날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놓치고 만다.
‘ 의로운 남성군’ 들의 그림 가운데에는 특히 키스하는 남자들 밑 쪽을 보면 남자들의 옆이나 뒷 쪽에 옷 입은 여성들이 숨어있는 것 같이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남자의 부인이나 어머니로 ‘이 남자의 뒤에는 이 여인이 있었소’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미켈란젤로는 의로운 남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경건하고 강한 여인이 뒤에 있어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 하다.
한가운데 윗부분에서 최후심판을 위하여 재림하시는 심판주 예수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그 주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먼저 통상적인 관념을 깨는 것이 예수의 모습이다. 턱수염도 없고 알통이 불룩 나온 근육질의 젊은이에 전면을 거의 들어 낸 반나(半裸)의 모습이다. 미켈란젤로가 조각이나 그림에서 즐겨 그리는 모습이고 <천정벽화>에 나오는 인물들도 그런 모습이었지만 나체와 다름없는 예수의 모습과 <최후심판>에 나오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국부(局部)만 가린 나체였다는 것은 분명 통상적인 관념을 깨는 충격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학자들에 의하면 <최후심판>에 나오는 예수는 기독교적이라기 보다는 이교 희랍의 동상과 더 가까운 것으로 특히 금발의 그의 머리는 아포로 동상을 그대로 본뜬 것이라고 한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부활의 때에 예수께서 영광의 보좌에 앉아 심판하실 것 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미켈란젤로의 심판주는 보좌에 앉으신 분이 아니라 부활하고 일어서셔서 심판의 팔을 휘두르시는 분이시다.
예수의 왼쪽에 앉아 있는 여인은 성모 마리아이다. 자비의 상징으로서 사람들을 대신해서 하나님께 자비를 구한다는 성모이기에 가차없이 심판의 판정을 내리는 예수를 참아 바로 보지 못하고 벌받는 자들의 증인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안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고 있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을 연재하였고 <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을 연재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비밀(18)-최후의 심판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