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의 인물들/2018년 11월>

불운의 개화꾼, 김옥균(金玉均,1851-1894)

들어가는 말

조선 말기 개화기에 조선의 개화와 독립을 위해 특별히 앞장 서서 많은 노력을 한 선구자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졌으면서도 막상 별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좌절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국땅에서 동포의 총에 목숨을 거두어야 했던 비운의 개화꾼이 김옥균이다.

그는 조선정부가 보낸 암살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뿐 아니라 시신마져 조선으로 옮겨져 모반대역죄(謀叛大逆)로 양화진에서 능지처참된 후 부관참사하여 8도에 효시(梟示) 되기도 하였다. 개화파가 집권한 뒤에 일단 복권돼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순종에 의하여 충달공의 시호가 추서되기도 했지만 개화꾼 김옥균에 대한 평가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극에서 극으로 달리하고 있다. 더구나 폐쇄적인 사대주의에 맞서서 일본의 힘에 의존하여 개화와 혁신을 하려 했다는 것 때문에 일제치하에서 압정을 경험한 일반 국민들에게는 배신자라는 인상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김옥균이 개방으로 발전해 가는 일본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나라도 아세아의 프랑스로 발전해야지 하는 나라 사랑의 일념으로 무너져가는 나라 개혁에 젊은 열정을 쏟았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전제 아래 짧지만 다난했던 그의 일생을 살펴보면서 그의 나라를 위한 애국충정(愛國忠情)을 살펴 보려고 한다. 

출생과 교육 

호는 고균(古筠), 별호는 고우(古愚). 본은 안동(安東)이다. 망명 시절에는 이오타 슈사쿠란 가명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김옥균은1851년 2월 23일 충청도 회덕군에서 인조 때 우의정을 지낸 문충공 김상용의 9대손인 김병태(金炳台)와 부인 은진 송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살결이 '백옥같이 곱고 희다'고 하여 이름을 '옥균(玉鈞)'이라 지었다고 한다. 

6살 때 5촌 당숙이자 당대 정계 거물인 김병기(金炳基)의 양자가 됐다. 당시 유력 집안에 적자가 없는 경우 일가 친척 중 양자를 들여 정치적 지위와 제사를 잇게 하는 경우는 흔했는데 그는 친아버지인 김병태의 결정으로 세도가 집안에 입양가게 된것이다.

어려서부터 문장·시·글씨·그림·음악 등에 두루 다재다능했던 그는 입양 후엔 후계자 수업을 받으러 유명한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과거 준비에 전념하였다. 11살 때 양부 김병기가 외직에 나갈 순번이 돼 강릉부사로 가는 바람에 옥균도 강릉으로 이주해 서원에서 공부하였다. 강릉은 서인의 근거지로 율곡의 사당을 모신 그곳에서 노론의 학통을 이었다. 5년 후인 16세 때 다시 중앙으로 전임하는 양아버지를 따라 상경했다.

1870년 당시 홍문과 제학으로 제네랄 셔먼호 사건 등을 진압하고 흥선대원군의 총애를 받던 박규수의 문하가 되었다. 경복궁 동편 북촌(北村) 스승댁 사랑방에 드나들던 한의원이자 개화 사상가이며 뜻있는 젊은이들에게 백의정승(白衣政丞)이라고 불리는 유대치(劉大致)를 만나 많은 것을 배웠다. 스승 박규수의 집엔 신기한 물건도 많았고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출입하였다. 옥균은 이곳에서 수도승으로 부산 왜인촌을 자주 드나들던 이동인도 만났고, 역관 수석으로 스승과 함께 청나라행 사신단에 있었던 오경석도 만났다. 일본에서 들여온 지구본, 만화경, 망원경 등의 신기한 물건도 보았고, 청나라에서 들여온 <영환지략>,<해국도지> 등 서구 지리와 정세, 문물을 소개한 서적들도 탐독하였다. 

그는 철종의 부마로 고종의 매제였던 박영효, 유길준, 박정양, 서제필 등 동문수학하던 영재들과 함께 동대문 밖 봉은사에 자주 몰려나가 이동인이 계속 사나르던 최신 일본 서적들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토론했다.

 
그런 가운데 1872년(고종 10년) 문과 알성시(謁聖試)에 장원급제했다. 그리고 양? 아버지의 배경과 우의정에 오른 스승 박규수의 인도로 바로 권지에서 성균관 전적 (典籍)에 보임됐다. 문과 장원급제 후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치는 동안 김옥균은 충의계를 조직해 개화 사상 확산에 힘썼으며, 동남제도개척사 겸 관포경사에 임명돼 울릉도와 독도를 개척했다. 임오군란 후 일본식 급진 개혁을 주장했으나,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외척 민씨 세력에 번번히 발목을 잡혔다. 

갑신정변을 계획하기 전까지의 개혁운동

 

1876년 2월불평등조약인 강화도 조약(江華島條約) 체결 후, 김옥균 등 개화파(開化派) 청년들은 나라의 자주 독립과 실력 양성, 개혁을 추진할 정치 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조선 말기 미몽에 빠져 허우적대는 조국을 수렁에서 건지려면 새 사상에 의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근대화된 조국에의 신념을 모토로 개화에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규합해 충의계를 조직했다. 단체 정강을 만들고 사회 각 계층의 동지들을 모아 비밀 계(契)의 형태로 조직을 짰다. 김옥균, 홍영식, 민영익, 서광범, 박영호 , 서재필 등이 주축이 돼 었고 유대치, 오경석, 이동인, 윤응렬 등이 자문을 맡았다.

김옥균은 1876년(고종 16년) 조정에 강력히 건의해, 사신을 보내어 일본의 신 문물을 보게하였으며 1881년 12월에는 자신의 사재까지 털어? <신사유람단(紳士遊覽團)>을 구성해 직접 일본을 견문하였다. 그는 일본의 조선소, 제련소, 탄광 등을 직접 견학하고 게이오대학 설립자인 개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집에 4개월 정도 머물면서 일본의 발전상에 대한 담론을 나누는 한편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1882년(고종 20년) 6월까지 곳곳에서 일본의 개화상을 관람하던 그들은 본국에서 임오군란이 일어났다는 급보를 받고 황급히 귀국하였다. 청나라가 개입해 난이 수습되고 고종 부부가 실권을 잡아 척화파가 축출되자 개화파 청년들의 발언권이 높아졌다.

그는 승정원 우부승지, 참의교섭통상사무(參議交涉通商事務)를 거쳐 이조참의, 호조참판, 외아문협판(外衙門協辦) 등 각종 화요직(華要職)에 임명됐으며 개화당 동문들을 조정에 심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제1차 일본 방문을 중도에 그치고 귀국해야 했던 그는 틈틈이 《기화근사 箕和近事》를 저술해 왕에게 바쳤다. 그는 저서에서 일본이 동양의 영국이 되려하므로 조선은 동양의 프랑스처럼 근대문화국가를 만들어 완전 독립을 성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 전반에 대경장개혁(大更張改革)이 단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옥균은 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종주국이 된 청나라의 내정간섭에 매우 비판적이었으며 조선의 자주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고 믿었다. 고종도 이에 공감해 서재필과 그의 동생 서재창 및 개화파에 입당한 부하들인 17명의 청년들을 일본으로 보내 근대식 군사기술을 배워오게 했다. 그는 조선에 서구식 군사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청사진을 만들고 많은 유학생들을 일본에 보내어 공부시켰다.

한편 김옥균은 우선 신분제도, 문벌의 철폐, 인재의 공평한 등용, 공개 채용 시험 도입을 건의했다. 이어 왕실재정과 국가재정의 분리, 무상 토지 분배로 실질 세수 확보를 주장했다. 산업 장려책으로 근대 공업의 건설, 광업의 개발, 선진 과학기술의 도입을 주장하고, 상업진흥책으로 회사제도 입법, 화폐개혁, 관세 자주권 확보와 세금 영수증 제도의 도입을 건의했다. 그밖에도 철도 부설과 기선 해운의 도입, 전신회사 설립, 인구 조사, 농업과 양잠, 목축 등 상업적 농업 진흥, 임업 개발, 어업 개발과 포경업 도입 등 상공업 전반에 걸친 대개혁을 부르짖었다. 또한 서양식 학제를 도입해 신식 학교를 전국적으로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자주 국방력 양성과 지방관의 경찰권, 법관권한을 분리하며 아울러 경찰제도, 형사행정과 사법권 개혁을 촉구하고, 도로 개선과 정비, 위생의 개혁, 종교와 신앙의 자유 허용, 조선의 영세 중립화까지 주장했다.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일본의 군비 확장과 정한론에 대해 알게된 김옥균은 일본이 미구에 침략할 가능성이 있음을 이미 눈치채기도 했으며 아울러 울릉도와 독도 해역에서 포경 사업으로 떼돈을 벌어가던 일본을 경계하였다.

1883년(고종 20) 3월 귀국과 동시에 동남제도개척사 겸 관포경사(東南諸島開拓使 兼 管捕鯨使)로 임명됀 그는 울릉도에 주민을 정착시키는 등 맡은바 임무를 다하였다.. 이는 김옥균이 원하는 것이기도 했으나 사실은 명성왕후와 외척들이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밀려난 결과였다.

1883년 조선의 재정 고문으로 말랜돌프가 청나라에서 파견됐다. 그는 민씨 외척들을 주축으로 한 수구파들과 한짝이 되어 개화파와는 대립되는 정책들을 주장함으로 개화파들과의 반목이 심화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당오전(當五錢)의 주조로서 이를 계기로 수구파 중진들과 개혁파 사이의 반목이 표면화 되었다 

조선에 말랜돌프와 수구파를 통해 청나라 입김이 강해지자 영향력을 잃을까 우려한 일본은 조선 조정에 1883년 김옥균을 통해 일본은 차관을 추가 제공하겠다고 조선 조정에 알려왔다. 고종은 바로 김옥균에게 위임장을 들려보냈으나 수구파의 반대공작으로 일본은 제안을 철회하고 차관도입은 실패하였다. 이때 김옥균은 차관교섭차 서광범과 함께 미국에 가려고 했지만 결국 미국행마저 단념했다.

갑신정변 전후 

조선을 개화하고 조정을 개혁하려는 김옥균의 국내외의 모든 노력들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 일본에서의 차관교섭이 무위로 돌아갔으며 그 원인이 수구파의 끈질긴 방해공작 탓이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일본에 유학생까지 보내어 그들을 주축으로 신식군대를 창설하려던 박영효의 노력도 개화파들의 성장을 경계한 민씨 외척들이 고종을 압박해 조련국 설치를 취소하게 하였다. 

그런가하면 개화파들이 주장해 설립된 조선 최초의 관립 언론 출판사 박문국(博文局) 발행의 한성순보(漢城旬報)도 폐간 위기였다. 청나라 군사들의 행패를 보도했다가 외교문제로 비화돼 일본인 직원들이 쫓겨나고 정부 지원이 끊겨 경영난에 빠진것이다.

개화파들의 언로가 막힌데다가 김옥균은 외적으로는 외자 도입 실패를 계속 추궁당했고 내적으로는 목숨을 노리는 자객의 위협까지 빋고 있었다. 그는 곧 모든 관직을 사퇴하고 북촌 집에 칩거했다.

그의 잠재적 은퇴 후에도 민씨 척족 및 수구파들은 김옥균을 죽이라고 상소를 올리는 한편 호시탐탐 자객을 보내 위협했다. 그런데 개화파 동지 민영익(閔泳翊)조차 점차 원래 출신인 민씨 외척 세력으로 기울었다. 민영익이 1885년의 유럽 시찰 등 서구 문명 자체를 직접 본 터였음에도 오락가락하자, 더욱 절망에 빠진 김옥균은 혁명을 계획한다.

수구파(온건개화파)와 척사파 양측의 공격 및 청나라의 압력, 묄렌돌프 등의 방해 공작 등으로 궁지에 몰린 김옥균은 순리적인 방법으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혁명을 머리에 그렸던듯 하다.

그러나 김옥균에게는 동원 가능한 병력이 절대 부족하였다. 거기에 수구파 배후세력인? 청나라 군대가 출동할 경우 일본군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옥균은 일본 공사 다케조에 일본의 지원 가능성을 떠보았을 뿐 아니라 왕실 종친 박영효를 보내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청나라는 장차 망할 것이니 귀국의 개혁지사들께서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시오”라는 답을 듣고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믿었다.

그해 9월 추가 병력 모집과 군자 조달 등의 본격적인 거사준비에 나섰다. 김옥균은 거사를 앞둔 10월 초 다케조에를 다시 만나서 이른바 '삼책(三策)'을 알려 주고 협조에 대한 확답을 받아 냈다. 삼책이라 함은 첫째, 충의계를 중심으로 한 개화파의 단결을 통하여 정변을 계획대로 추진시키고 둘째, 고종을 설득하여 정변을 승인받아서 거사 명분을 확립한 다음 셋째, 청군의 간섭이나 방해 책동은 일본군이 막아 준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측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확신한 김옥균은 거사 5일 전인 10월 12일에 대궐 안으로 들어가 고종과 단독으로 대면하여 세계의 정세와 청나라와 결탁한 민씨 정권의 매국적 작태를 설명하고, 새 정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옥균의 역설에 감동한 고종은 마침내, "국가의 명운이 위급할 때, 모든 조처를 경의 지모에 맡기겠다."는 지시를 은밀히 내렸다.

고종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한 김옥균은 윤치호를 통해 미국 공사에게도 곧 정변이 있을 것임을 알리고 협조를 부탁하여 대내외적으로 거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이때 다케조에로부터 일본 정부의 정확한 지시를 받은 후에 거사를 일으키자는 요청을 받았지만 김옥균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884년 10월 17일 오후 6시 정동에 신축한 우정국 낙성식에는 우정국총판 홍영식의 초청으로 많은 내외 귀빈의 참석하여 낙성 축하연을 했다. 연회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김옥균은 일본 영사관 서기관에게 은밀히 알려서 일본군 동원을 준비시켰다. 그리고 김옥균의 연락을 받은 서재필은 바로 병력을 집결 우정국 입구에 매복시켰다. 연회가 거의 끝날 무렵 우정국 북쪽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화재가 발생하자 연회장은 혼란에 빠졌고 민영익이 개화파 무사들에 의해 칼을 맞자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날밤 우정국 만찬장을 나온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은 고종의 침전으로 찾아가 우정국에서의 변란사건을 알리고 고종내외를 일단 경우궁으로 피신토록하고? 출입자를 통제하도록 조치한 후, 왕명으로 중신들을 불러들여서 일단의 민씨 척신 세력을 척살해 버렸다. 

10월18일 척신 정권 지도자들을 처형한 개혁파는, 18일 새벽 신정부의 발족을 알리고 인사를 단행하였다.

고종의 사촌형 이재원(李載元)을 영의정에, 홍영식洪英植)은 좌의정에, 윤웅열은 형조판서, 박영효는 전후영사, 서광범은 좌우영사, 서재필은 병조판서,신기선은 이조참판, 승정원도승지는 박영교로 내정하여 내각을 장악하였다.

김옥균은 재무와 내무를 관장하는 호조의 차관인 호조참판을 맡아 개혁에 필요한 재정의 조달을 담당하기로 했다. 내각 구성을 마친 새 정부는 14조항의 강령을 발표한다.

일본 영사가 일본군의 개입을 주저하는 사이 사대당이 민비를 등에 없고 청나라 군사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자 홍영식, 박영교 등을 살해하였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개화파의 신 내각은 삼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 변수 등은 일본영사 다케조와 함께 일본영사관으로 일단 피신했다가 일본으로 망명하여 후쿠자 유키치에게 의탁하였다 

일본 망명 생활

김옥균 일행은 한동안 도꾜에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집에서 지냈으나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었던 그들은 셋집을 얻어 합숙하며 피곤한 망명생활을 계속하였다. 조선 정부는 끊임없이 망명지에 있는 그들을 죽이려 했고 청나라 역시 일본에 그들의 송환을 요구했다. 일본정부는 조선 조정의 거듭된 김옥균 일행의 신병 인도를 거부했지만 개화파의 존재는 동양 3국 사이의 뜨거운 감자였다. 일본이 결국 김옥균을 절도에 유배 보낸 것은 이러한 부담때문이었으며, 이들이 망명생활중에 일본이름을 사용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망명자로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일본의 배신으로 혁명이 실패했다고 믿는 김옥균은 울분과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일본정부에 항의하려 하였지만 일본정부는 그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그는 또한 망명중에도 민씨 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민씨 정권은 자객들을 일본에 보내기도 하였다. 그는 울화를 다스리고 자신의 개혁운동을 회고하는 갑신일록(甲申日錄)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일본정부는1886년 7월부터 2년간 절해고도인 오가사와라 섬(小笠原島)에 김옥균을 유배보냈으며 이어 1888년 8월~1890년 4월에는 홋카이도(北海道)에 연금 당하기도 하였다.

도꾜로 돌아온 김옥균은 자객들의 암살위험을 피하면서 일본정부의 철저한 무관심? 가운데 무료한 생활을 하였지만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따랐고 특히 일본의 협객들과 조선에 사업권을 따보려는 사업가들 그리고 여인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중국의 이홍장으로 부터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망명생활에서 얻은 일본에 대한 불신감과 적개심,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 있는 것 보다는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게 낳다는 생각에서 혹시나 이홍장과의 담판에서 무엇인가 얻어보겠다는 정치적 속셈으로 위험하다고 하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를 무릎쓰고 10여년의 무료한 망명에 지쳐있던 그는 어렵게 여비를 마련하여 상해로 떠났으나 여비마련에 도움을 준 이일직(병조판서 민영소의 교사를 받고 1892년에 일본으로 건너와 김옥균 암살기회를 찾고 있었다.)의 사주를 받은 홍종우에 의해 북경의 여관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하였다.

그것은 1894년 2월 27일(고종 31년)상해의 미국조계에 자리잡은 동화양행에서였다. 갑신정변을 계획하고 주도하였던 김옥균이 정변에 실패하고 망명길에 오른지 만 10년만이요 그때 나이는 44세였다.

 

망명생활중 김옥균은 자포자기한 심정이였던지 아니면 모든 것을 잊기위함이었든지 주색잡기와 여성편력을 계속하였다. 잠시 기거하였던 하숙집의 여주인과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는가 하면 유배지에서 술집을 드나들다 만난 일본 게이샤들과도 물질적, 정신적 후견인을 거쳐 애인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유배지 홋까이도에서 사귄 한 여인은 유배가 풀려 도꾜로 올때에도 그를 따라 올라와 재정적인 후견인 노릇을 하였으며 김옥균이 북경으로 떠났을 때에도 따로 밥상을 차려 놓고 안전을 기원하였다고 하며 일본에서 장례식을 할 때에도 식장에 나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외에도 망명생활중의 김옥균의 여자편력은 무척 문란했던듯, 같이 망명길에 오른 박영효는 김옥균의 문란한 생활이 동지들의 위신을 실추시킨다고 비난하고 결국 김옥균만 일본에 남겨둔채 서재필, 서광범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갔다. 

김옥균의 시체는 청국에서 홍종우와 함께 조선으로 인계되었으며 조선정부는 김옥균의 시체를 모반대역죄인으로 능지처참하고 짤린 목을 나무패에 달아 효시하였는데 김옥균을 수행했던 이다가 이를 훔치게하여 일본에 그의 묘를 만들어 매장하였다.

한편, 김옥균의 아버지 김병태는 천안 감영에 투옥돼 옥사하고 동생 김각균(金珏均)은 경북 영천 근처까지 도망쳤다가 체포돼 대구 감영에서 옥사당했다. 어머니 송씨와 여동생은 음독 자살했고, 아내 유씨는 7세된 딸과 옥천군의 관노가 됐다. 

결 론 

예민하고 다재다능한데다 세상의 교제도 넓었던 김옥균. 세계의 문물을 먼저 받아들여 발전하고 있는 일본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는데 하며 꿈꾸어 보았던 ‘아시아의 프랑스’, 조국을 바로잡고 개혁하여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명도 불사해야 한다는 굳은 각오, 자신의 주도로 자신있게 시작했던 혁명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끊임없는 모략과 배신으로 좌절됐을 때 느끼는 울분과 분노, 계속되는 생명의 위협과 무력감. 어쩌면 그의 주색잡기는 유일한 탈출구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명의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도 강행한 10년만의 해외여행은 마지막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쇄국에 갇혀있던 조선말기에 누구보다 먼저 개혁, 개화에 눈을 뜨고 몰락해 가는 조국을 사랑하는 일편단심에서 혁명으로라도 개혁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여 결국 목숨을 걸었던 김옥균. 그는 아무리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하드라도 섯불리 외세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하는 값비싼 교훈을 남겨준 비운의 풍운아였지만 이땅에 누구보다도 강력한 개화의 불씨를 던진 개화꾼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