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인물로 보는 교회사/2017년 1월>

35. 디이트리히 본훼퍼(dietrich Bonhoeffer)

-현대의 순교자-

배 경

디이트리히 본훼퍼는 1906년 2월 4일 독일(현재는 폴랜드)의 브레슬라우(Bleslaw)에서 출생했다. 심리학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그의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불가지론자였다. 그러나 디이트리히는 일찍부터 신학에 관심을 가졌고 튜빙겐과 베를린 대학 등에서 정식으로 신학교육을 받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인 <신도의 공동생활(The Communion of Saints)>은 칼 발트같은 학자들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얼마동안 스페인에 있는 독일어 사용 교회에서 목회를 한 후 뉴욕에 있는 유니온 신학교에서 보충교육을 받은 후 1931년 베를린으로 돌아와 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강의하게 되었다. 한편 본훼퍼는 칼 발트의 사상을 존경하게되어 그와 개인적인 교우관계를 갖게되었다. 그는 ( 발트와 의견이 다를때에는 가차 없이 비판하였지만) 일반적으로 발트의 신정통주의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가 베를린 대학교에서 강연한 기독론에 기초한 <그리스도 중심( Christ the Center)>은 그의 신학을 관통하는 철저한 그리스도 중심이 발트와의 연관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1933년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나치에 대한 본훼퍼의 즉각적인 반대로 그는 런던으로 추방되었으며 그곳의 독일인 교회에서 잠시동안 목회하였다. 1935년 독일로 돌아온 본훼퍼는 발트가 세운 반-나치 고백교회(the anti-Nazi Confessing Church)와 제휴하였으며 핑겐발데에 있는 고백교회의 비인가 신학교를 운영하였다. 본훼퍼는 이 신학교를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그리스도에게 완전히 헌신하여 살기를 노력하는 신도들로 긴밀하게 맺어진 공동체로 만들었다. 이 경험을 통해서 본훼퍼는 <제자도의 가치(The Cost of Deicleship, 1937) >과 <공동생활(Life Together, 1939)>을 집필하였다. 비밀경찰은 이 신학교를 1937년에 폐쇄해 버렸다.

1939년 본훼퍼는 잠시 독일을 떠나 미국에 갔었으나 곧 되돌아 왔다. 그는 후에 독일 기독교 공동체를 재건할 때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나치는 그에게 강연하거나, 가르치거나, 글쓰는 일 등 일체를 금했으므로 그는 지하운동에 가담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히틀러 암살음모에 가담하게 되었다. 본훼퍼가 과연 암살음모에 가담했느냐?하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그는 1943년 4월 5일 케스타포(독일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감금되었다. 1년 반의 유폐기간동안 그는 후에 <옥중서신(Letters and Papers from Prison)>이라는 제명으로 출판된 글들을 집필하였다. 1944년 9월 게스타포는 본훼퍼가 암살음모에 가담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그를 여러 형무소들과 집단수용소 등에 옮겨 수용하다가 끝내 프로젠버그(Flossenburg)집단수용소에서 밤늦게 개최한 군사재판 끝에 1945년 4월 9일 교수형으로 그를 처형하였다. 그의 나이 39세 때였다. 수용소의? 한 의사는 “거의 30년 동안 의사로 일해왔지만 그와 같이 하나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며 죽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회상하였다. 몇일 후 연합군이 프로젠버그를 점령하였고 히틀러는 자살하였다.

업 적

본훼퍼의 공적은 나치의 극악무도한 괴물같은 죄악과 히틀러의 끔직한 행동들을 지지했던 독일 크리스천들의 대다수로 구성된 기독교의 복잡한 사정 등,? 그를 둘러싼 전후사정을 모르고서는 진정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끝까지 영향을 끼쳤던 그의 두 가지 사상을 요약한다면 그것들은 철저한 그리스도 중심에서 나온 것이다. 첫 째로 <제자도의 대가(The Cost of Discipleship)>에서 나온 “값싼 은총” 대 “값진(비싼) 은총”이라는 도전적인 개념이다. 이 책은 핑켄발데 신학교에서 행한 산상설교에 관한 본훼퍼의 강연에 기초한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값싼 은총”에 의해 생활하는 수많은 크리스천들을 비판하였다. 그는 “우리가 생각컨데 은총의 본질(진수)는 계좌가 이미 미리 지불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불되었기 때문에 무엇이든 그냥 가질 수 있다. . . . 그 생각에 대한 지적인 찬성은 그러므로 죄의 면제를 확보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 . . 값싼 은총은 죄인을 정당화하지 않고 죄를 정당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 .갑싼 은총은 제자화가 없는 은총이요, 십자가가 없는 은총이며, 살아 계시고 육신을 입으신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은총이다. “고 하였다. 갑싼 은총을 받은 사람은 대가 없는 죄의 용서라는 선물을 받아들이고 나서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활한다”. 이것이 루터란들과 개혁교회의 은총을 통해서만, 믿음으로만, 얻게되는 칭의의 교리로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요 비성서적인 결론이라고 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부르심은 “값진(비싼) 은총”을 실천하는 것으로 “그것은 우리더러 그를 따르라고 부르시기에 값비싼 것이며 우리더러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라고 부르시기에 은총이다. 그것은 사람에게 그의 생명을 요구하기에 값비싼 것이며 그것은 인간에게 유일한 진정한 생명을 주기때문에 은총이다. 그것은 죄를 정죄하기 때문에 값비싼 것이며 죄인들을 정당시하기 때문에 은총이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하나님이 아들의 목숨을 지불하도록 하였기에 값비싼 것이다. . .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자기 아들이 우리들의 목숨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하다고 여기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해 그를 내놓으셨기에 은총이다. 값비싼 은총은 하나님의 육신을 입으심이다.” 악의 화신인 아돌프 히틀러가 통치하며 크리스천들과 교회를 향해 상상할 수 없는?사악함에 동의하라고 끊임없이 압력을 가하는 나치 독일의 한 가운데서 이러한 말들이 어떤 폭발력을 가졌는지 당신은 감을 잡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비교적 평화롭고 자유로운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 크리스천들에게도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다.

본훼퍼의 두 번째 아이디어는 <옥중서신(Letters and Papers from Prison)>에 나오는 것으로 “종교없는 기독교”라는 도발적인 개념이다. 그는 억압 받는자들-이 경우에는 유대인들이었다-을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 하기를 거부하며 크리스천들에게 안전하고 쉬운 또는 값싼 은총의 기독교를 제공하려 한 독일교회에 계속 분노하였다. “종교적인” 세계는 적어도 삶의 “영역”(약함과 필요와 죄와 죽음이 있는 곳)에서 하나님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반면에 “종교 없는 “ 세게는 전혀 하나님에게 의존하여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는다. 본훼퍼가 언급한대로 오늘날 존재하는 “다가올 세계’는 후자인 “종교 없는 “세계이다. 그는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 문제는 기독교란 과연 무엇인가, 또는 오늘날 우리에 있어서 그리스도는 진정으로 누구인가” 하는 것이라고 기록하였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계몽사조가 하나님으로부터 떠나가 버렸기 때문에 기독교는 점차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내적이며 내세적으로 커져 버렸다. 그것은 자신의 구원과 영적 생활과 영원한 운명에 관심을 갖게하였다. 바꾸어 말하자면 기독교는 세속세계에서 물러나서 자신속으로 숨어버렸다. 기독교는 “종교적인” 용어와 사고방식에 붙잡혀 있어서 현대세계는 너무 쉽게 기독교는 너무 구식이고 현대에는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일축해 버렸다. 본훼퍼의 해결책은 기독교는 그것이 서있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종교 없는” “세속적인”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훼퍼는 결코 하나님을 우리의 삶에서 쫓아내자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 삶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자고 하였다. 이것은 발트의 극단적인 “저 위 먼곳에 계신” 초월자 하나님에 대한 반동으로 ”여기 아래”에 계셔서 개입하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내재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였다. “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들의 경계선상에서] 우리의 자원이 끝장에 임박했을 때가 아닌 삶의 중심에서[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식되어야 한다. 그것은 삶가운데서 인지되려는 그의 의지로 그것은 죽음이 임했을 때만 아니라 건강하고 활기넘칠때에도, 고통받을 때만이 아니라 한창 활동할 때에도 그리고 죄가운데 있을 때에도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토양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에 있다. 그는 생명의 중심이다 .. . . .” 이 말은 기독교는 “종교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내보이기를 그만 두고 죽음의 시점에서도 세상으로부터 도피가 아니라 세상 속으로 그를 따라가기까지 요구하는 “타자를 위한 존재였던” 그리스도 자신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값진(값비싼) 은총이다.

본훼퍼는 아주 신비적인 진술을 하였는데 예를 들자면 “하나님은 우리들이 하나님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는 하나님이다(마가 15:34) . . .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 함께 우리는 하나님 없이 살아간다. 하나님은 자신을 세계에서 끌어내어 십자가로 밀어 넣었다. 그는 세상에서는약하고 무력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그가 우리와 같이 계시고 우리를 도우시는 방법, 유일한 방법이다. . . . 그리스도는 우리를 도우신다. 그의 무소불능하신 능력으로가 아니라 그의 약함과 수난을 통해서다(마태 8:17)” 이 말에서 본훼퍼가 정확하게 의미했던 것은 무엇인가? 그는 “종교 없는 기독교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내가 무척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제다.” 라고 인정했다. 불행하게도 그는 “종교 없는 기독교”란 아이디어를 충분히 발전시켜 설명하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결 론

그의 생애와 활동이 너무 짧게 끝나버리고 말았지만 디히트리히 본훼퍼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중요하고 거의 즉각적인 영향을 끼쳤다. 사실 그의 저서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감동을 준 것은 아마도 그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때문이였을 것이다. 그의 사상은 완전히 새로운 신학적 무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그 반대였다. 그는 악과 전쟁에 푹 빠져있었다. 나아가 그 자신의 행동은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지불하면서 까지도 보여준 그의 신학적 확신의 시위였다.

본훼퍼는 “첫 번째 후기 기독교 신학자”(first post-Christian theologian)로 묘사되어 왔다. 그의 도전적인 신학은 과격한 신학운동과 20세기 후반의 과격한 신학자들의 형태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하나님의 죽음”운동이나, “세속 신학”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그리고 해방 신학, 여성 신학 등으로 나타났다. 본훼퍼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초월성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내재성과 이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재 강조하려고 하는 신 정통주의에 대해 반발하였다. 그러나 본훼퍼가 어느정도까지 그들이 초월성과 영적인 영역을 포기하도록 허용하였을런지는 의문이다. 본훼퍼가 이 세상에서의 하나님의 존재, 이 세상에서의 교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는 절대적이고 영원한 현실에 대한 인식도 잊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처형장에서 한 마지막 말가운데 잘 녹아있다. ”이제 끝이다-나에게는 삶의 시작이다”

Daryl Aaron <The 40 Most Influential Christians Who Shaped What We Believe Today>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