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고대문명을 찾아/2012년 10월>

김상신의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22)'

가깝고도 먼 아즈텍(Aztec) 문명

 

왼쪽의 지도는 마야문명과 아즈텍문명의 지역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른쪽 지도는 아즈텍 제국을 이룬 동맹도시들로 1번이Tlacopan, 2번이 Texcoco, 3번이 수도 Tenochtitlan이다.

남미의 3대 고대문명으로 마야, 잉카, 아즈텍 문명 등을 이야기 합니다. 지난회 잉카문명의 서두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유럽이나 아세아 대륙의 고대문명에 비해서 연대가 무척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명들이 신비에 쌓여있는 아주 오랜 고대문명인듯이 일반인들에게 인식되어 있는 것은 그 문명들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채 아직도 하나, 둘 발견되는 유물과 유적들에 의해서 수수께끼를 풀 듯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야문명이 기원전 2000여 년부터 기원후 16세기 스페인의 침입때까지 중남미 멕시코의 남쪽 유카타 반도에서 아래로 엘살바도르와 혼드라스까지 널리 퍼져 있던 문명인데 반해 아즈텍 문화는 멕시코 반도의 중부 현재의 멕시코시티(Tenochtitlan) 일대에 살던 멕시코인들(Aztec 이라 부름)이 세운 도시국가들이 14세기에서 16세기 스페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곳에 꽃피웠던 제국과 그 문명을 통칭하는 것으로 서양역사에 비추어 본다면 중세후기에서 르네상스 또는 근세 초기의 역사에 해당하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아즈텍 문명에 관한 자료들은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발견된 유적, Templo Mayor와 그곳에서 발견된 유물들 특히 나무컵질에 쓴 고문서들, Hernan Cortes 와 Bernal Diaz del Castillo같은 스페인 정복자들의 호기심 어린 편견으로 기술한 인상기 그리고 구전되어 오다가 17세기 18세기에 뤈주민들의 도움으로 캐톨릭 선교사들에 의해 글로 전해진 역사, 신화, 전설 등으로 그 가운데에는 프란시스의 수도사 Bernardino de Sahagun에 의한 Florentine Codex란 것이 남아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 스페인 정복이전의 중부멕시코 일대의 문명과 그 이후의 멕시코 문명을 구별하기 위해 아즈텍 문명이라 부르게 된 아즈텍 문명시대의 당사자들은 언어, 종교, 습관 그리고 무역관계 등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통틀어 아즈텍이라고 간주하였던 것 같습니다.

역사

아즈텍의 수도는 Tenochtitlan으로 지금의 멕시코시티이다. 호수에 섬을 만들어서 건설한 이 도시는 해신과 달신을 위한 피라밋신전을 중심으로 도시가 설계되어 있다.

아즈텍문명의 선조격인 Nahua 족들이 북부 멕시코 또는 남서부 북미대륙으로부터 중앙아메리카로 이주한 것이 6세기, 아즈텍 문명의 기반이 되는 종교적, 문화적 영향을 끼쳤고 12세기 경에 이들의 중심이 Azcapotzalco 에 이르렀는데 이때 이미 멕시칸들이 이곳에 자리 잡고 형성한 조그마한 도시국가들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1428년 아스파포찰코를 격파한 아즈텍 연합군들은 그 후 100여년간 권력을 장악하고 멕시코만에서 태평양까지 멕시코 계곡을 전부 장악하고 이때 아즈텍 문명을 이루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아즈텍제국의 설계자들은 배다른 형제인 Tlacaelel과 Montezuma 였습니다.

1440년에 몬테주마(Montezuma)가 왕위에 오르고 트라카엘레(Tlcaelel)은 뒤에서 아즈텍 국가와 종교의 개혁을 단행하였는데 발견된 자료에 의하면 거짓말이 들어 있다고 하여 당시에 남아있던 아즈텍의 모든 책들을 불태워 버렸으며 아즈텍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 백성들의 역사를 다시 쓰도록 명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역사 다시쓰기는 아즈텍은 항상 신화에 나오는 강력한 나라였다고 백성들에게 가르쳤으며 그리하여 아즈텍의 역사는 더욱 신비에 쌓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개혁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사들이 필요하였습니다.

아즈텍 제국은 1486-1502에 절정에 이르렀고 1519년 콜테즈(cortez)가 이끄는 스페인 원정군들이 걸프해안에 상륙하면서 약화되어 갔습니다. 스페인군들은 전통적으로 아즈텍에 적대적인 도시국가들과 손을 잡고 이들을 공격하여 1521년 붕괴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즈텍 제국의 멸망 이후 스페인 정복자들은 유화정책으로 멕시코의 소수종족들의 문화는 파손되지 않았고 비교적 잘 보관되었으며 도리어 아즈텍의 야만적인 관행들이 사라지고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약소부족들에게는 도리어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원래 아즈텍의 문명은 본모습을 많이 훼손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1520-1521년 이 지역에 천연두가 유행하면서 인구의 10%에서 50%가 죽었으며 1545-1548년에는 천연두, 1576-1581에는 장질부사가 유행하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염병들이 돌기 전에 멕시코 계곡에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살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즈텍 전성기의 인구를 2천 만명 내지 2천 5배만으로 추산하는데 세 차례 유행병이 지나간 60여년 동안에 인구가 80% 이상이 감소하였으리라는게 학자들의 추정이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즈텍 문명의 특징

아즈틱 제국이란 테노치치틀란에 근거를 둔 도시국가가 중남미 일대에 널리 영향을 행사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기원 1427년에 시작되어 무역을 통한 여러 도시들과의 유대와 군사적 정복을 통하여 확장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시들에는 우호적인 통치자들을 내세우고 결혼으로 인연을 맞어 유대를 강화하고 제국의 목표를 도시들에 전파하여 그들에게서 조공을 받는 한편 그들에게 필요한 물자들을 돕는 방법으로 제국을 형성해 갔던 것입니다. 1519년 스페인 침략자들이 들어오기 직전 아즈텍 제국의 통치영역을 최고에 이르렀으나 Cotez가 이끄는 스페인 점령군들이 전통적으로 아즈텍에 적대적인 도시국가들과 손잡고 아즈텍을 정복하였습니다.

아즈택은 옥수수 재배를 중심으로한 농경문명으로 귀족과 평민사이에 질서가 정연한 계급사회였으며 범신론에 근거한 다양한 종교적 신앙과 의식이 널리 행해졌고 일년 365일의 카렌다가 사용하였습니다. 특히 수도였던 태노트치트란의 멕시코 수호신 Huitzilopochtli에 대한 신앙은 특별하여 신전으로 두 개의 피라밋을 건축하였으며 이 피라밋들을 중심으로 수도 도시를 설계, 건축하였습니다.

정부형태는 제국이었지만 도시국가 형태로 각각의 왕이 있었으며 간접적으로 통치되던 제국이었습니다. 그런점에서 서방의 제국과는 달리 점령지에 절대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종족들이 조공을 잘 바치면 더이상 간섭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허락하였으며 그런점에서 제국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제국안에서 도시국가들 간에 경쟁이 있었으나 그것은 도리어 제국의 힘을 행사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제국에 속한 도시국가들은 각 지역의 특산물만이 아니라 일반생필품들도 조공으로 바치게 되어 있으며 일년 두 차례나 네 차례에 걸쳐 징수하였습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놀라워했던 아즈텍 사회의 위계질서를 보면 위로는 왕족이나 귀족이 있는데 이것은 세습이나 능력에 의해서 얻게되는데 토지는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이 토지들을 경작하여 먹을 것을 공급하는 농민들로 전 인구의 20% 정도가 이에 속했고 아래로 노예나 종들이 있었는데 그들 역시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들로 중요한 사회구성원으로 대우하였습니다.

당시 시장이 발달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물건들을 팔 수 있었는데 생필품을 파는 일반서민들과 시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전문상인들 그리고 특정물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지방에서는 5일에 한번, 큰 도시에서는 매일 시장이 열렸는데 스페인 점령군 콜테스의 보고에 의하면 테노트티틸란 의 자매 도시인 Trateloco중앙시장에는 매일 6만여명의 사람들이 몰려나온다고 하였습니다. 무척 활발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도시, 저 도시를 다니는 전문 상인들을 우대하여 도시들을 연결하는 도로망을 잘 보수하고 길과 음식과 휴식을 얻을 수 있는 휴계소 등을 10 내지 15킬로마다 만들도록하였지만 험악한 지혜등으로 도보을 위한 도로망이었지 수레나 동물들을 이용하는 교통시설은 이때까지도 없었습니다.

종교

해(Sun)신과 달(Moon)을 위한 피라밋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설계되었으며(왼쪽) 해신을 위한 축제에 운집한 군중들의 상상도(오른쪽)

범신론에 근거한 다양한 신앙과 의식이 행해졌으나 아즈텍 신앙의 근간은 자연에 대한 그들의 이해에 기초한 것으로 그들은 자연의 파괴적인 면에 더 관심을 가졌고 그들의 종교의식은 자연의 파괴적인 힘이나 혼란을 가져오는 힘을 모면하고 자연안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것이었습니다.

의인회된 태양과 전쟁의 신인 Huitzilopochtli는 종교,사회, 정치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신이었으며 여신으로는 달 신을 경배하였습니다. 이들의 신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얼굴은 짐승으로, 몸은 인간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같은 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가능하였습니다.

이러한 아즈텍 종교의 중요한 특징이 ‘인간제물’입니다. 신의 화를 달래기 위하여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중앙아메리카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아즈텍 문명에서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였습니다. 1487년 Great Pyramid of Tenochtitlan 재봉헌식에서 아즈텍이 4일 동안에 8만4천 4백명의 죄수들을 제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 기록인지는 불분명하지만 2000여 명의 인간제물을 드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 역사학자들이나 고고학자들이 주장합니다.

주로 전쟁포로들이 종교의식에서 제물로 바쳐지는데 제물로 희생되는 것을 영예로 생각하고 기꺼히 응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기록에 의하면 적국인 아즈텍에 잡혔다가 희생제물이 되지 못하고 석방된 Tlaxcaltecos의 한 전사는 다시 아즈텍으로 돌아가서 자원하여 자신을 제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왼쪽)태양신의 문장. (오른쪽) 신의 진노를 다스리고 자연의 재앙을 피하기 위하여 사람의 신장을 제물로 바쳤다. 중남미 종교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가장 최근(15세기와 16세기)의 아즈택 문명권에서 가장 널리 행해졌다는게 충격적이다.

예술

노래를 매우 좋아하였고 아즈텍 축제에서는 시 백일장과 같은 경연대회와 연극, 음악, 곡예 등의 공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의 시들을 모아 스페인점령시절에 출판한 시집들이 남아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Romances de los senores de la Nueva Espana, collected (Tezcoco 1582)이 있습니다.

또한 자기나 도예품 등 당시의 솜씨를 볼 수 있는 많은 유물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돌을 쪼아만든 여신상(왼쪽), 도자기로 만든 용사상(가운데), 돌로 만든 피라밋 신전 (오른쪽)

건축

지금의 멕시코시티인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클란은 호수를 붇돋아서 지는 작은 섬으로 운하 등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도시 위로 50미터나 높은 곳에 세워진 Great Pyramid of Tenochtitlan을 중심으로 지어졌다. 일반 주택들은 목재로 만들었지만 피라믿이나 신전, 궁전 등은 돌로 지었습니다.

섬 주위를 농산물들도 기르고 필요할 때 섬을 크게 만들기 위하여 화단을 만들었는데 농사도 아주 효율적으로 지어 7모작 까지도 가능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수도의 서버브라고 할 수 있는 Lake Texcoco주위에 살던 인구가 30만 내지 70만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맺는말

이미 언급한대로 아즈텍문명은 500 내지 600여년 밖에 안되는 비교적 근대의 문명입니다만 고대문명의 상태에서 근대문명국인 스페인에 의하여 한 순간에 파멸된 문명입니다. 인간을 제물로 바치던 원시문명은 캐톨릭신앙으로 무장한 스페인의 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아즈텍 부족들의 문화를 수집, 보호하는 한편 서방세계에 알린다고 하였지만 거기에는 이러한 야만성을 부각시켜 자신들의 무력침략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생각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페인 점령기에 특히 수도사들이나 신부들에 의해 만들어진 아즈텍에 관한 책들은 아즈택 문명을 이해하는데 다시 없는 귀한 자료지만 과장이나 편견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물이나 유적은 말이 없지만 기록된 사료들에는 진위를 분간해 듣는 지혜가 필요한듯 합니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과 <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을 연재하였고 지금은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와 <지리로 배우는 미국>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습니다.)